| [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birdeee (별사랑이) 날 짜 (Date): 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오후 04시 35분 35초 제 목(Title): Re: 센루이스 우승!!! 캔사스 시티에 다섯 번이나 그 보다 조금 넘게 출장을 갔는데 늘 한적한 시골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심에서도 복잡한 느낌은 전혀 없었고, 시카고에서 갈아타고 캔사스 시티에 갔는데 새벽 한 시. 그런데 정말로 아무거라도 먹을 데가 없더군요. 마침 President's day라고 대부분의 가게도 쉬든가 일찍 닫고. 낮에 기내식 먹은 뒤로 아무 것도 못먹고 쫄쫄 굶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었는데 호텔 프론트에서 뭐라도 먹을 데가 없겠냐고 물어보니 카지노를 추천하더군요. 거기 아니면 하는 데 없을 거라고. 당시에는 네비게이터도 없었고, 그래서 지도보로 카지노를 찾아가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겨우 찾아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멤버십 카드 만들어야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국제 운전 면허증 보여주고 성인 인증 받고 겨우 만들고는 식사만 하고 돌아왔는데 돌아 오니까 다섯 시. 호텔 식당이 여섯 시 반에 여니까 좀 허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가는 길에 자꾸 세인트 루이스라는 낯익은 도시 이름에 눈길이 갔는데 그 때 의아스러웠던 것은 세인트 루이스도 어차피 미주리주 안에 있을 것이고, 비교적 유명한 캔사스 시티도 이렇게 깡촌인데 세인트 루이스도 그다지 큰 도시는 아닐 것 같고, 그런 도시에서 어떻게 이렇게 야구를 잘 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캔사스 시티에서 사람들에게 캔사스 시티는 어떤 자랑거리가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야구팀이 있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중심이라는 것, 바베큐 소스 정도가 있다고 하더군요. 미국의 중심이라는 것은 지리상으로 봐서 동서 남북의 중심이 캔사스 시티의 위치라는 말이었습니다. 야구 팀은 늘 영세하고, 잘나가는 유망주나 신인이 있지만 (저메인 다이, 자니 데이먼, 카를로스 벨트란, 제프 수판 등)늘 영세해서 조금 크면 팔아치우곤 했습니다. 그에 비해 가까운 (약 250킬로미터 정도 거리인 것 같습니다.) 세인트루이스는 전통의 강호였습니다. 제가 출장가던 시절에는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어도 맥과이어 때문에 TV에 많이 중계되었습니다. 맥과이어가 한참 날릴 때 세인트 루이스는 중부 지구의 절대 강자 휴스톤에 눌려서 힘을 못쓰던 시절이긴 했지만 늘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미식축구와 겸업을 하던 디온 샌더스와 장타력을 지닌 레지 샌더스가 있었고, 젊은 나이에 죽은 에이스 투수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동생도 투수였고, 형제끼리 맞대결을 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맥과이어가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푸홀스가 등장했고, 맥과이어가 은퇴해도 푸홀스가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하면서 다시 중부의 맹주가 되더니만 결국 다시 우승을 차지했네요. 놀라운 것은 ESPN등의 전문 기관에서도 세인트 루이스가 우승할 것으로 생각한 전문가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DS에서도 샌디에고에게 질 것이라는 의견이 16-1로 우세했고, WS에서 세인트 루이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올 시즌 단 83승을 했을 뿐입니다. 162경기 가운데 83승을 했다는 것은 5할에서 단 두 경기를 앞섰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실제로는 한 게임을 덜했기 때문에 2.5게임이긴 합니다.) 이 성적이라면 AL 동부 4위, 중부 4위, 서부 3위, NL 동부 3위, 서부 3위가 되는 성적이므로 절대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없는 성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그 어느 해보다 약하던 전력으로 WS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리고 MVP는 세인트루이스의 그 많은 선수들 가운데서 가장 재능이 없어 보이는 데이비드 엑스타인이 차지했습니다. 엑스타인은 애너하임 랠리 몽키 우승의 주역이었지만 너무나 낮은 출루율로 팽당했습니다. 당시에 애너하임은 보스톤이 일급 유격수를 영입하기 위해 방출한 올랜도 카브레라를 데려왔고, 보스톤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일급 유격수인 렌테리아를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는 치솟은 렌테리아의 연봉을 감당하지 못하고 방출했고 싼맛에 갈 곳 없던 엑스타인을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겨우 자리를 잡은 엑스타인은 갑자기 인내심을 업그레이드했고, 가장 끈질긴 타자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파이팅 넘치는 수비는 팀에게 혼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습니다. 엑스타인의 성적을 보면 2004년 애너하임 .276 .339 .332로 겨우 .671의 심한 OPS를 기록했는데 2005년 세인트루이스 .294 .363 .395로 .758의 준수한 OPS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습니다. 사실 올 시즌 엑스타인이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엄청난 몇 개의 수비를 보여주었고, 그 때마다 손가락을 삔 것으로 보였고, 또 번트를 대다가 공을 손가락에 맞아서 심한 부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도 매 경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맹활약을 했습니다. 부진했던 푸홀스 (사실 꼭 부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타석의 절반은 출루하지 않았나요?)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하고, MVP가 되었는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여덟 팀 가운데 최약체,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재능이 없어 보이던 선수가 MVP를 받은 것은 이번 포스트 시즌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단기전이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월드컵도 그렇고 WBC도 그렇고, 세계가 하나로 리그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결국 승부는 단기전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런 경기에서는 이런 선수가 최고의 선수로 각광을 받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X맨 엑스타인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