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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kMyung ] in KIDS
글 쓴 이(By): dookie (Kim D.K.)
날 짜 (Date): 1996년01월07일(일) 01시19분57초 KST
제 목(Title):   홀 로 서 기



홀 로 서 기

                         서 정 윤
   
                     ______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숫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멘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 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히 부서져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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