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k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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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kMyung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yangds) <fiber3.kaist.ac.> 
날 짜 (Date): 1999년 12월 29일 수요일 오전 11시 22분 52초
제 목(Title): 열하루째...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나무 뒤에선 /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 안개 속에서는 /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 안개 속에서는 /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 시간이 가면 /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 서로를 바라본다 /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 류시화님의 < 안개 속에 숨다 >
어제밤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한 안개 때문에 대전의 아침은 뿌옇게 시작되었다.
이제는 안개가 끼인날이면 생각나는 것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류시화님의 안개
속에 숨다'라는 시 한편이고 다른 하나는 얼큰한 감자탕이다. 안개와 감자탕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겠지만 나에게는 안개와 감자탕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올해 2월 26일에도 안개가 끼었었다. 시간이 흘러
안개가 걷혀도 그때의 감정만은 오늘같은 날이면 언제든 다시 피어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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