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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hangulo (한글로)
날 짜 (Date): 1998년 10월 13일 화요일 오전 03시 34분 26초
제 목(Title): [한글로] 칼을 준비하며


칼을 꺼냅니다. 그리고 잘 닦습니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넣어 두었는지 광이 좀처럼 나지 않습니다.
내 이름자의 빛 광(光)자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도대체 이 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누구는 무를 채썰어 맛있는 채나물을 만들것이고,
누구는 연필을 깎아 열심히 공부를 할것이고,
누구는 무공을 연마해 정의를 위해 쓸것이고,
누구는 복면하고 들어가 사람들을 위협할것이겠지요.

하지만 나의 칼로는 아무도 해치지 못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나의 칼은 군대 26개월에 모두 썩어버렸다고.
하긴 그렇습니다. 도대체 이 칼이 다른 사람들것과 비교해 좋은점을 말하라고 하면
할말이 없습니다. 잘나갔던 예전에는 무척 많은 나무를 단번에 베었노라고 자랑할 수
있겠지만 '왕년'에 그런것 한 번 안해본사람은 없거니와 '지금 이 순간 바로 지금'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어느 선생님의 가르침을 생각해 볼 때, 과거는 이미 
흘러간 유물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무엇을 베어야 합니까. 어디서 베어야 합니까.

오늘은 '하나로 도장'에서 견습 무사를 발표하는 말입니다.
수많은 검객이 응모를 했다는데, 그 중에는 칼에 대한 논문을 수두룩히 낸 검객부터
닌자로 활동하다가 전향한 검객, 청부 살인을 일삼던 검객, 보디가드 요원을 지냈던
검객등 날고기는 검객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같이 초보 무사는 그냥 한
숨만 쉬다가 돌아설지도 모릅니다. 별로 기대도 안하고 출전신고를 하긴 했지만,
남는 것은 과연 한숨뿐일까요?

하긴 그렇습니다. 검객을 뽑으면서 칼쓰는 솜씨는 보지도 않고 붓글씨를 얼마나
잘쓰는지 테스트 한 후에 뽑으니까요. 거기에다 한시를 짓는 솜씨도 본다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추후 교육을 시켜서 칼을 들려 주면 여태까지 연마한 검객들보다
더 뛰어나다나요. 그래서 그런 큰 도장에서는 칼을 쥘줄도 모르는 검객이 많은가
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도장에 소속이 되지 않으면 도저히 검객취급,
아니 사람취급도 못받으니까요.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칼이 좋아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자, 다시 칼을 뽑아봅니다.
무 라도 잘라봅시다.
무 도 못자를 칼은 두부라도 자릅시다.
두부도 못자르면 그냥 허공이라도 가릅시다.

속이나 시원하게.

1998년,
칼 이야기.

한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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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별.희망.하늘.태양.걷기.내맘대로.중얼거리기.입속으로노래부르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한글로.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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