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hangulo (정 광 현) 날 짜 (Date): 1994년05월15일(일) 02시49분10초 KDT 제 목(Title): 술고픈 한글로. 안녕하세요? 한글로 정 광현 입니다. 자, 또 썰렁해진 게시판을 보면 그냥 못지나가는 한글로가 주절 주절 떠듭니다. 당분간 안지우지요. 키즈가 맛이 가서 지워지지 않는한은요. [1] 축제 축제가 가까워왔다. 언제나 축제때면 가슴 설레는 것은 왜일까. 매번 축제때 한 일이라곤 술마신 일 밖에 없으면서. 아니다. 사람은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된다고 했다. 이번 축제만은 혼자서 술 홀짝 거리며, 체육관에서 시작되어 교문까지 늘어진 그 쌍쌍의 줄을 쳐다보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망상을 하면서 이번 축제를 기다려본다. [2] 술 술에 절어서 보내던 내가 한달 가까이 술을 제대로 못마셨다. 수술이다 뭐다 해서 병원에 있었던 때는 당연히 못마셨고, 회복기에 약먹을때도 못마셨다. 그리고 절룩거리는 다리 덕분에 잘 나가지 못해서 못마셨고, 책의 마지막 마무 리 덕분에 밤샘을 하느라 못마셨다. 하지만, 이제는 마실 수 있을만큼 일들이 마무리 되었는데, 술을 마실 사람을 찾지 못했다. 취하고 싶다. 오래간만에 신촌 바닥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다. 나를 지루한 일요일에서 벗어나게 해 줄 사람은 없는가! [3] 군대 그냥 덤덤하게 군대가 다가오고 있다. 떨리거나 아쉽거나 할 줄 알았는데, 이건 완전히 내일 목욕하러 목욕탕 가는 것만큼 일상적이다. 정리할 것이 많을 줄 알 았지만, 실제로 내가 정리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입대 전날 머리만 빡빡 깎으면 된다. 늘 짧게 깎고 다녔기에 짧은 머리에 대한 두려움은 하나도 없다. 근데, 왜 이리 덤덤한걸까. 울고 불고 하는 사람 하나 없고, 아쉬워 하는 사람도 없는, 그런 덤덤한 2년을 보내고 싶다. 읽던 책을 미처 덮지 못하고 잠시 외출했다 돌아와서 나머지 남은 부분을 읽는 그런 2년이 되고 싶다. 먼지를 털어내며, 그렇게 그렇게. [4] 키즈 키즈가 최근에는 튼튼하게 잘 견딘다 싶더니 또 엎어졌다. 이번에는 누굴까. 누가 나쁜짓을 한것일까, 아니면 키즈가 가뭄에 항거하다 쓰러졌다가 빗소리에 놀라서 돌아온 것일까. 어쨌든, 수천명의 생활을 이끌어 가는 키즈가 영원히 튼튼히 자라기를 빈다. 결코 어른이 되지 말기를 또 빈다. 어른이 된 피터팬은 더 이상 피터팬이 아니듯, 어른이 된 키즈는 키즈가 아닐것이다. 영원히, 영원히. [5] 잠 또 올빼미 생활을 시작해 버렸다. 새벽 세시에 엠비씨에프엠이 모두 끝나는 것을 듣고서야 잠자리에 든다. 이런생각, 저런생각을 하기도 하고 다리 굽히는 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잠이 든다. 눈을 떠보면 언제나 시계는 열두시를 넘어가고 있다. 잠. 왜이리 내게 달라드는 것일까. 모든 게으름의 원천. 잠. 잠. 잠. 이젠 줄여야 겠다고 다짐하지만 뭐 그게 쉬운 일인가. 졸린다. 자야겠다. 한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