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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hangulo (정 광 현)
날 짜 (Date): 1994년04월30일(토) 21시20분22초 KST
제 목(Title): 한글로는 살아 있다.


[1]

멋지게 사라졌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었다.
단 한명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너무 기뻤다. 나는 완벽하게 실종된 것이다.
성공했다고 느꼈다.
하루만 늦게 퇴원했더라도 내 실종은 실패했을뻔 했다.


[2]

이동 침대에 누워 수술실에 들어갔다.
오늘 수술을 받을 사람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열살짜리 여자 아이가 울고 있었다.
조용히 노래를 불러 주었다.
내가 마취에서 깨어나서 정신을 차릴 무렵에도 그 아이는 수술을 받고 있었고.
그 다음날에서야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병원에 가서야 깨달았다.
저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기를...

[3]

휠체어 운전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바퀴 두개 만으로도 얼마든지 이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초보 운전은 티가 난다.
여덟살 정도 먹은 꼬마는 정말 운전을 잘했다.
나는 삐걱거리면서 그 꼬마가 하는 것을 따라서 했다.
운전은 경험이 참 중요하더라.

[4]

병원에서는 모든게 돈이다.
숟가락 하나도 돈이고 온도계 하나도 돈이다.
주사 한대도 돈이고 약 한알도 돈이다.
의사가 한 번 쓱 보고 지나가는 것도 돈이다. (그게 한 번 쓱 보는데 사만원이다)
병원은 저렇게 돈을 버는데,
왜 백원을 넣어야만 30분간 떠들어대는 저 텔레비전은 안바꿔줄까.
환자들을 위해 그만큼의 서비스도 못하는 병원의 횡포는 누가 막을지.

[5]

나는 간다.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군대간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직도 안갔어?"
라는 말 듣기 싫어서라도 갈꺼다.
절룩거리면서도 난 갈꺼다.

난 또 사라진다.
내 글이 사라졌듯이.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하더라도.
난 또 사라질꺼다.

전산소 얼라들에서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억울해 하지 않으련다.
내가 한 일이라곤 조용히 서강대 게시판을 지킨것밖에 없으니까.

나는 간다.
안녕.

한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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