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scheme (스킴이어요�) 날 짜 (Date): 1994년04월29일(금) 18시31분20초 KST 제 목(Title): [re] 고미... 실수 해킹을 말씀하시는군요... 저도 처음 그 내용을 배울 때 왜 이런 일을 하나 하고 한참 고민했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제가 아는 한 그렇게 차근차근 실수를 자연수에서부터 시작해서 만들어 나가는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실수가 만족하는 공리들이 자연수가 만족하는 공리들(페아노 공리) 만큼이나 무모순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거죠. 혹은, (결국은 같은 이야기지만) 공리적인 집합론만을 가정하더라도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수학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교과서의 내용들을 잘 생각해 보시면, 그렇게 실수를 만들어 낸 다음에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구체적인 실수가 생긴 모양이 아니라 실수가 만족하는 성질들이잖아요? 예를 들면 lub 성질 같은 것 말이지요. 이런 정의들은 공리적 집합론이 다루는 세상 안에 우리가 실수라고 부르는 것과 똑같이 생긴 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해킹입니다. 물론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결과임은 틀림 없는 일이지만요. 요즘은 국민학교에서부터 집합론을 (적어도 기본 개념은) 가르치고, 대학에서도 수학 전체를 집합론 위에 쌓아가기 때문에, 자칫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은 ZF 집합론의 공식들을 풀어서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가 있습니다(나만 그런가? 적어도 저는 이런 생각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확실히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수학적 이해력이 먼저 있고 그 뒤에 공리적 집합론이 있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대로, 어쩌면 유치원생도 느낄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수학적인 곡예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에구, 엉뚱한 이야기만 써 버렸네요. 제가 하려던 얘기는, 저희 학교에서는 그 과목을 '고급해석학'이라고 부르고, 학생들은 줄여서 '고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는데... 농담삼아 '고난의 바다'라는 식으로 풀지요. 그런데 듣고 보니 '고미' 라는 말이 더 어감이 좋은 것 같은데요? 학교도 다르고, 배운 시간도 다르지만, 저도 그 과목을 공부하며 고생한 추억이 떠올라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처음 대학교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수학에 대한 열정과 꿈, 그런 것들이 왠지 생각나는군요. 지금도 그러한 감정들은 어느 정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처음의 그 신선함은 이미 어느 정도 빛이 바랬고, 공부를 할 수록 더 움추러들기만 하는군요. 부럽습니다. 분발하세요. (에구, 지금도 이렇게 쭈글쭈글한 소리만 하는데 나중에 석사, 박사 과정, 그리고 그 후에는 대체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라나...) 스킴이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