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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한시적좌파)
날 짜 (Date): 2003년 6월  1일 일요일 오전 03시 52분 52초
제 목(Title): 요리는 즐거워



이제 때는 바야흐로 여름!

이 썰렁한 나라에서도 낮엔 반바지를 입고 다니고 선풍기를 돌려도 될 정도로
따따~~앗 해졌다는 말씀.

여름에 몸보신을 해야 무사히 학위를 마칠 것 같다는 전혀 근거도 연관성도 없는
이유를 내세우며 뭔가 맛있는 거나 해먹을 까나 하고 생각을 해봤더랬지..
뭐 허구헌날 볶음밥에 라면에 라볶이가 지겹다는 게 이유는 아닐까... ^^

그리하야 고르게 된 요리가 프랑스의 대표적 가정식이라는 코코뱅! (Coq au Vin)
이원복씨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간단한 요리라고 하길래 시도를 하게 되었음.
일단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고, 뭐가 필요한 지 재료를 한번 본 바...

이쒸 간단하다면서 뭐 이리 필요한 게 많어!

재료: 

닭 가슴살, 닭다리. -> 기본적이긴 한데 따로 떼어 놓은 것은 비쌈.
                      고로 통닭 한마리 사다가 해체 -_- 해서 사용하기로 결정.

베이컨 -> 비싸다! 그리고 메인이 아닌 고로 그냥 집에 사다 놓은 햄으로 대체.


브랜디 -> 냄새를 없애는 데 필요하다는데 역시 비싸니까 전에 사다 놓은 싸구려
                    몰트위스키로 대체. 이것도 불 잘만 붙더군...

밀가루 -> 버터에 더해서 누(이런 게 있는 진 군대에 있을 때 취사병 쫄다구한테
          배웠음)를 만드는 데 쓰는데, 없어서 1킬로짜리 새로 구입. 이건 한번
          먹고 난 다음 나머지는 썩을 때까지 쳐다보지도 않을 게 눈에 선함.

마늘, 양파, 소금, 후추 -> 언제나 있는 재료니까 문제 없음.

양송이 버섯 -> 없어서 또 삼. 이거 언제 다 먹냐...

닭 육수 -> 헉! 이건 팔지도 않는데... 어떻게 해결했는진 나중에

적포도주 -> 따 놓은 게 있긴 한데, 좋은 거라 처음하는 이런 요리에 쓸 순 없어서
            테트라팩에 담긴 (여긴 이런 것도 있더라! ^^) 싸구려 와인을 새로
            삼.

Thyme, 월계수잎 -> Thyme이 뭔지 난 몰라! 그리고 이게 독어로 뭔지도 몰겄고.
                   그냥 굴러다니는 야채 하나로 대체.

버터 -> 독일 와서 버터 처음 산다... 


헉헉...... 재료 사는 데만 한시간 걸렸다.....

재료 마련으로 다 끝나나? 아니지! 재료를 다듬어야지.

우선 닭. 냉동 닭 한마리라 일단 반마리만 쓰기로 결정. 둘로 쪼개야 하는데
꽁꽁 언 녀석이 쉽게 쪼개질 리 없으니,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게 정석이겠지만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이 그때까지 기다리겠남? 식칼로 생쑈를 한 끝에 두동강
내는데 성공. 백정이 위대해 보이는 순간.

쪼개 놓고 나니 등뼈, 목, 갈비 등 먹기 힘든 부위가 나오더라.
아하! 이걸로 육수를 만들면 되겠군! ^^ 당장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
나중에 500ml 맥주컵 한잔 분량이 나오더군.

고기는 잠시 소금과 후추로 간해서 절여두고...

버터로 양파, 마늘, 햄을 볶아서 따로 보관한 뒤...

역시 버터로 고기를 볶는데... 왠만큼 열받은 다음 위스키를 붓고 불을 붙였당!
잘 타더군... ^^;;; 훨훨 올라오는 불꽃을 보며 너무 많이 넣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뭐 어떤감. ^^

다음에 누를 만들고 와인을 넣어야 하는데 이거 시간이 생각보다 좀 걸려서
고기를 살짝 볶아야 한다는 것이 아주 팍 볶아버렸음... 때문에 좀 작은 고기
조각들은 미리 맛을 봤는데... 버터구이 + 위스키 불붙이기 닭고기는 아주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됨. ^^;;; 진짜 닭냄새 하나도 안남. 우연찮게 닭똥집도
발견해서 맛있게 먹음... ^^;;;; 당연한 건가?

아뭏든 아까 만든 누에 와인과 육수를 붓고... 볶은 고기와 양파, 마늘, 베이컨
몽땅 넣었다. 끓기 시작하면 월계수잎과 Thyme을 넣으라는데 그냥 여기 말로
Kresse 라는 향초만 넣었음. 응? 양송이 버섯도 빼놓으면 안되지.


이제 남은 건 한시간 정도 졸이는 것 뿐. 와인도 싸구려겠다, 별로 기대는 안하지만
어떤 맛이 나올까나... ^^;;;;

아직 졸이는 중이라 시식기는 한시간 뒤에... 기대하실까?

아 끓이는 냄새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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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 "

                                                        - Porco Ross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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