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한시적좌파) 날 짜 (Date): 2003년 5월 11일 일요일 오전 03시 18분 09초 제 목(Title): 요즘 하는 놀이 이른바 [집까지 살아 돌아오기 놀이]. 지하철 타고 가서 집에서 한 10~30km 정도 떨어진 아무 역에서나 내려서 집까지 도보 혹은 자전거로 돌아오는 놀이. 소요시간은 1~3시간. 당연히 지도 없고 나침반도 없음. 순전히 감과 기억력만으로 길을 찾아가야 함. 감각적인 루트 선택과 대담성,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호기심이 필요함. 자전거를 타면 소요시간이 짧아지지 않을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오히려 여기저기 경치 구경하느라 시간 더 잡아먹음. 도보로 갈 때는 일직선으로 집으로 가는 일만 하기 때문에 시간상으론 별 차이 없음. 지금 가는 방향이 올바른지, 막다른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항상 긴장하게 되는 스릴 만점의 놀이. ...... 요즘 운동한답시고 이러고 삽니다. ^^ 오늘은 오는데 비가 와서 흠뻑 젖었습니다. 낮에는 햇빛 쨍쨍, 저녁은 흐릿흐릿 비오는 전형적인 북부 유럽의 여름날씨입니다. 함부르크는 녹지공간이 굉장히 많아서 이러고 다니면 항상 하이킹 하는 느낌입니다. 오늘도 집까지 오면서 말 방목하는 농장도 보고 예쁘게 꾸며놓은 공원묘지랑 씨 뿌리려고 갈아 놓은 밀밭도 구경했습니다. ^_^;;; 드문드문 차가 다니는 동네 길을 달릴 때는 마치 우리 시골 길을 달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게 있다는 게 처음엔 놀라웠는데 요즘은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함부르크라고 통칭되지만 실은 여러개의 조그만 도시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연결되어 있는 듯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 사이에 저런 것들이 널려 있는 것이고요.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19세기 까지는 독립된 도시였으니까요. 여기 와서 돌아다닌다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고 있다고 할까요. 이 도시는 어디를 가도 크고 작은 호수와 운하와 강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는 공원은 들어가면 마치 자연림 속에 있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자연림도 많이 있고요. 자동차가 씽씽 달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조금만 걸으면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가 뛰노는 조용한 숲이 나옵니다. 도심에서 거리의 악사의 연주를 듣고 호수가에서 요트 놀이 하는 사람들 구경하고 숲길을 달려 집으로 온 다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맥주 한잔 꺼내서 마시는게 요즘 제가 주말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 "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 " - Porco Ross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