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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kumjiki (琴知己)
날 짜 (Date): 2000년 6월 23일 금요일 오전 11시 02분 41초
제 목(Title): Re: [이채] 의료분쟁


여기 다른 놈의 의견입니다.
아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오늘 바요리듬을 보아 하니, 지성리듬이 저조하니 사려깁게 행동하라던데
아마도 이 글도 좀 있다 지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어제 tv토론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kbs인가 sbs에서인가 하는 프로를 보았는데 실수였습니다.
사회자는 조급하고 의사는 고집세고 시민단체는 무식하고
보건복지부는 간사하고 약사는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사태의 급박함만 알 수 있더군요.
그래서 mbc인가 정운용인가 아저씨가 하는 100분토론을
끝부분만 또 보았습니다.
거기에선 모두 나와서 차분히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주장들이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집에다 전화 걸어서 물어 보아도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랍시고 물어 보기도 그렇고 안 물어 보기도 그렇고 해서
엊저녁에 별일 없으신지만 물어 보았습니다. 사표 써 놓으셨다더군요.
얼마전에 나흘반나절 파업한 이 아들도 사표까지 내 놓진 않았었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더군요. 
사실 제가 파업참여했다는 것도 말씀 안드렸었습니다.
아마 말씀드렸다면 반대하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당신께서도 수십년의 의사생활에 처음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젠 빨리 걷지도 못하실만큼 당신의 건강을 해쳐 가며 성실히 하셨고
젊은 놈들이 한심하다고 다그치시며 후학을 가르치시며 해온 의사생활인데
정년을 앞두고 욕먹으며 파업하시니 혼란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아니, 어차피 욕먹는 직업이니 의외로 괜찮으실지도 모르겠군요.
의사가 존경받는 직업이라구요?
제가 본바로는 주위사람에게만 존경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제가 이 파업(역시 폐업에 대해선 알지를 못하겠습니다. 주위에 개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이 끝난후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의약분업이 어떻게 되는지는 제가 아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기대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파업 자체가 가지는 의미입니다.
파업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계와 일할 권리를 지키기위해 생업의 직접적인
노동을 중단하는 자본주의 노동자로서는 자기부정의 극단행위입니다.
그걸 의사들이 (제가 알기론) 처음으로 해 본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이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 왜 이렇게 되어가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 티비 토론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던 '의권이란게 도대체 뭡니까?"라는
질문이 그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권'이란 말은 쓰고 있지만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것은 '의사로서 일할 권리'입니다.
'의사로서 일할 권리'라는 것은 의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이고
자존심이 빠지면 윤리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간호사를 어머님으로 두신 분께선 잘 아시겠지만
'간호원'이란 단어가 '간호사'라는 단어로 바뀌게 된 것은 그분들의 투쟁의 성취며
국외자가 보기엔 별것 아닌 단어에 중점을 두었던 것도 일할 권리이자 자존심을
찾기 위한 절박한 투쟁이었던 것입니다. 자존심 없는 긍지는 있을 수 없으며
긍지없는 윤리를 강요하는 것은 잔인한 짓입니다.

그래서 제가 기대하는 것은 '현실의 인간'으로서 의사가 사회속으로 걸어 들어
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의 화신이라는 신의 영역이
아니라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추종하는 고뇌하는 사제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이 '눈에 확 보이는 변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라는 것은 다음의 투쟁에서
변화된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방법'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에 많은 의사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어쩌는게 좋은지 모릅니다. 알수가 없지요. 의사도 아닌데.
그래서 이번 사태를 거치며 당사자들이 알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사로서 일할 권리'가 그 기반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를.
그리고 그 권리를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하는 지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일할 권리'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드라마 허준'에서처럼 자신이 화타의 화신인줄 아는 오만한 의사를 존경하는 대신
'드라마 ER'에서처럼 고뇌하고 분개하는 한낱 인간으로서의 의사를 존경하기를
기대합니다.


- 琴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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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p 1 -n.U 밥. ·1940년의 모던 재즈의 한 형식;복잡한 화음이 특징. 또는 beb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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