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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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tseug) <211.234.252.105>
날 짜 (Date): 2002년 10월  9일 수요일 오후 11시 32분 41초
제 목(Title): 상자



혼자 자취한지 오래다 보니 누구랑 같이 있는 것이 왠지 불편하다.
그러다보니 요즘 자주 올라와 계시는 어머니께
나도 모르게 가끔 퉁명스러운 말투를 내뱉고는 후회하곤 한다.

어머니는 왠만해선 무엇을 버리질 못하셔서
옷이나 짐을 두는 방에 신문 비닐봉지 등 이런 저런 것을 쌓아두신다.
그것을 분류해서 밖으로 내가는 것은 내 몫이다.

오늘 저녁을 먹고 소화도 될 겸 잡동사니를 정리했다.
이것 저것 종이를 모아서 묶다가 선반 위에 작은 상자가 있어서 
버려도 되는 것인지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오래된 지갑 하나, 그리고 편지 몇 통이 있었다.
낯익은 지갑. 동생 녀석이 자기 것과 바꾸자고 해서 녀석에게 주었던 것.
많이 낡았다. 녀석에게 준 지 10년이 넘었으니..

지갑 안에는 옛 가족 사진이 들어있다.
그래.. 사진 속 상황이 어렴풋이 기억 난다. 
어렸을 때 나랑 동생은 이렇게 찐빵처럼 동글동글했다. 
둘 다 장난기 가득한 눈에 홍시같이 빨간 볼. 
핫핫 형제 아니랄까봐.. 국화빵이다.

이쁘고 깜찍한 누나, 어머니 아버지 젊은 모습. 
어.. 그러고 보니 사진 속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와 별 차이가 없으시겠군.

편지들은 군에 있을 때 동생이 부모님께 쓴 것. 
녀석.. 발가락으로 썼냐.. 글씨하고는...


동생의 유품을 전부 태울 때
나는 부모님 몰래 몇 개 챙겨서 가끔 열어보곤 했는데,
어머니도 이렇게 녀석의 물건 몇 개를 몰래 남겨두셨나보다.

이미 수 없이 읽으셨을 편지를 
나 없을 때 또 꺼내어 읽어보시겠지. 사진도....
그런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내려 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가
눈치 채시지 못하게 원래대로 잘 넣어두고 나왔다.

오늘은 사진속 그 때처럼 엄마 옆에서 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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