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yakobo ( 야 코 보) 날 짜 (Date): 2002년 2월 16일 토요일 오전 11시 46분 33초 제 목(Title): 별명 지금의 내 별명은 '야고보'. 나이 서른을 넘긴 지금에 조차도 내 친구들은 나를 '야크', '야고보' 등으로 불러주곤 한다는 사실이 가만 생각해보면 조금 우습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록 우리들만의 묘한 친근감 같은게 들어서, 마치 어릴적에 암호문자 같은걸 개발해서 쪽지를 주고받던 때와도 비슷한, 그러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재수시절 학원에서는 '넙죽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여자애가 있었다. 얼굴이 조금 넙죽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그 별명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녀 특유의 불량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커피나 한 잔 마실까 하고 복도에 나가보면 언제나 넙죽이는 친구와 노닥노닥~ 복도 의자에서 놀고 있었고,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복도에 나가도 변함없이 넙죽이를 볼 수 있었다. 나중에 그런 불량한 넙죽이가 굉장히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구 상당히 의아해 했던 생각이 난다. 신은 그녀에게 넙죽한 얼굴 대신에 천재적인 머리를 주었던 것일까? 고등학교때는 '만세'라는 별명을 가졌던 놈이 있었다. 나는 사실 별로 알지 못했던 친구였는데, 아이들이 '만세야~' 하는 소릴 듣고선 대체 이놈은 왜 만세일까? 하고 궁금해 했었더랬다. 보통 별명은 외모의 어떤 특징을 빗대어 짓곤 하는데, 다부진 모습의 그녀석에게서 '만세'와 연관된 어떤 이미지도 찾아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석 할아버지가 독립만세를 불렀던 것일까? 아니면 수업시간에 떠들다가 맨날 걸려서, 교실 뒤에서 항시 만세를 부르고 서 있었기 때문일까? 그 녀석의 인상적인 모습은 언제나 누군가와 팔씨름 따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나중에 '만세'라는 별명의 기원을 듣고 황당했던 생각이 난다. '힘만 세!'의 줄임말이란다. 힘이 너무 세서 ㅠㅠ 국민학교때는 확실히 애들이 순진했었나보다. 동물이름을 별명으로 가진 친구들이 많았더랬다. '당나귀'. 이넘은 정말 귀가 길었다. 어찌나 길었던지 스타트렉에 나오는 귀만 긴 아저씨와 똑같을 정도였다. ^^ '늑대'. 아 이 친구도 정말 늑대처럼 생겼었다. 그밖에 어느 동네에나 있었을 것이 틀림없는 '바야바'라던가. ^o^ 본인들은 굉장히 맘 아팠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들의 얼굴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별명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제 집에 가다가 별명 얘기를 하다보니 그냥 생각이 나서... - yakoBo - ~~~ Musical AOD ~~~ 야고보의 마을 ~~~ http://oopsla.snu.ac.kr/~ihcho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