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Danbi (사랑의요정) 날 짜 (Date): 2001년 4월 25일 수요일 오전 10시 41분 15초 제 목(Title): 천개의 구슬~!!! 우리 처장님께서 읽어보라구 주신 글인데~ 좋은글 같아요~^^ --* 천 개의 구슬 나이를 먹어 갈수록 토요일 아침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가장 먼저 일어났을 때 느끼는 고요한 적막감 때문인가 보다. 아니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데서 오는 자유로운 즐거움 때문이거나... 어떻든 토요일 이른 아침의 몇 시간은 정말 좋다. 두어 주일 전이었다. 나는 한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한잔 들고, 다른 한손에는 조간 신문을 들고 부엌으로 천천히 가고 있었다. 이렇듯 매우 평범한 토요일 아침에 나는 살아가면서 때때로 배울 수 있는 그러한 교훈을 한 가지 배우게 되었다. 이야기인 즉은 이렇다. 나는 토요일 아침의 토크쇼를 들으려고 라디오 소리를 좀 크게 하였다. 라디오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방송계를 마치 제집처럼 여기는 그런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Tom'이라는 사람에게 '천 개의 구슬'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솔깃해져서 아예 자리를 잡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았다. "그래, Tom, 직장일 때문에 정말 바쁜가 보구만. 월급이야 알아서 넉넉히 줄 테지만, 집을 떠나 그렇게 자주 가족과 떨어져서 지낸다는 것은 말도 안 돼. 젊은 사람이 일 주일에 육칠십 시간이나 일해야 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네 딸의 무용발표회에도 못 가 봤다니 정말 안타깝네..." 그는 계속 말했다. "Tom,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내가 삶에서 제일 중요한 걸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서 그는 "천 개의 구슬"에 관한 이론을 펼쳐 놓았다. "있잖아, 내가 언젠가 앉아서 계산을 해 봤어. 보통 한 사람이 일흔 다섯 살까지 산다고 하고, 뭐 좀더 오래 살거나 좀 일찍 죽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균 그 정도 사니까, 거기다 52를 곱하면 3900이 나오거든. 보통 사람이 평생 보내는 토요일이 3900번이라는 얘기야. 잘 들어 봐, Tom, 이제부터가 중요한 대목이니까." "내가 쉰 다섯 살이 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2,800번의 토요일을 지내버리고 나서야 일흔 다섯 살까지 산다고 해도 토요일이 천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그래서 장난감 가게에 가서 구슬을 사 모았어. 장난감 가게를 세 군데나 들러서야 대충 천 개 정도를 구할 수 있었어. 나는 이 구슬을 몽땅 집에 가져가서 투명한 큰 플라스틱 통에 넣어서 여기 내 작업장의 라디오 앞에 놓았지. 그리고 매주 토요일이면 구슬 한 개를 꺼내서 던져버리는 거야." "이렇게 구슬이 줄어드는 걸 보면서, 인생에서 진짜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되더군. 이 세상에서 살아갈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이상으로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주는 것도 없는 것 같아. 이제 이야기를 끝마치고 사랑하는 집사람과 아침 먹으러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이 이야기만은 꼭 하고 싶어." "오늘 아침에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구슬을 꺼내어 버렸어. 내가 만약 다음 토요일까지 살아있다면 그건 하느님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낼 시간을 조금 더 주신 셈이지." "Tom, 자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지내도록 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바래. 좋은 아침이 되길..." 그가 말을 마치자 침묵이 흘렀다. 토크쇼의 진행자 마저도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듣고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었던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그 날 아침에 일을 좀 하고 운동을 하러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대신에 위층으로 올라가서 입을 맞추며 아내를 깨웠다. "여보, 애들이랑 다같이 아침 먹으로 나갑시다" "웬일이에요?" 아내가 웃으며 물었다. "아니 그냥... 토요일 아침에 애들이랑 같이 지낸 게 너무 오래 된 것 같아서... 그런데 말이야, 나간 김에 장난감 가게에 좀 들를까? 구슬을 좀 사야겠어..." ... 물방울이 된 인어공주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