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riceworm (@~쌀벌레~*) 날 짜 (Date): 2000년 8월 25일 금요일 오후 09시 07분 56초 제 목(Title):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에... 밤새도 비가 시원스레 좍좍 내리더니 아침에도 여전하다. 나는 바지 끝자락이 약간씩 젖어오는 느낌을 오히려 즐기며 졸린 눈 부비고 집을 나섰다. 신용산역. 여기서부터 걸어서 사무실까지 가려면 주차장을 가로질러 걷거나 복잡한 굴다리, 건널목... 아구 그냥 택시타고 가자. 전철역 출입구 모퉁이에 한바탕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휴우~ 늦었는데, 사람많네. 오늘 지각하겠다. 몰라, 배째라~ 찻길은 버스전용차선이라 정식 택시승강장이 아니었는데 차도변에 빗물이 잘 안빠져서 한강수다. 속도를 절대 늦추지 않는 터프한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정강이에 시원한 물보라를 주고 간다. 그런데,.... 이 줄의 맨앞에 어떤 여인이 우산도 없이 이 장대비를 그냥 맞고있다. 다가가서 봤더니 어제도 여기서 만난 그 아가씨다. 의족을 하고 양손에 목발을 짚고 택시를 잡으려고 서있는.. 양손 다 목발을 짚어야하기 때문에 우산을 잡을 손이 없다. 그래도 지하철 입구 처마에 숨어 있으면 계속 차를 탈수 없으므로 그렇게 지나가는 차 흙탕물 다 받아가면서 서있나보다. 세상에.... 여기 서있는 이 많은 사람은 다 뭐하는 사람이야? 앞사람들 제치고 앞으로 가서 우산씌워주고 택시를 한참 기다려 태워줬다. 여기서 택시잡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자랜드로 가는지라 여기저기 합승하고 새치기하고 아우성인데, 어제도 여기서 보라매병원가는 택시를 타더니 오늘도 있네..... 여전히 그 하얀 얼굴로 오는 비를 다 맞으며.. 왜 먼저 있던 사람들은 그깟 우산 아래 자리 한켠 선뜻 내어줄 수 없었을까, 그게 뭐 어려운 일일까.. 그 아가씨 얼굴도 예쁘던데, 한국의 신사들은 다 어딨는거야? 그 아가씨가 빨리 앞택시를 타야 그 다음 사람에게 차례가 오는데도 택시 잡아줄 생각은 왜 못하는거지? 그냥 남의 일엔 참견 안하는게 상책이야하는 태도가 어느새 너무나도 만연된건 아닌지... 목발을 짚고, 의족을 해 다리가 불편하다는 사실보다도 그 장대비 오는 아침길에서 사람들도 많은 그 줄 맨앞에서 우산도 없이 젖어가며 뒷사람의 시선으로 따가운 뒤통수에 안절부절했을 그 아가씨를 생각하면 지금도 입안이 쓰다. 내가 나서서 택시 잡으려고 아둥바둥하는 사이에도 10분 이상이 흘렀다. 어제도 오늘도 내가 그 아가씨와 마주칠 수 있었다는건 그만큼 오래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는 얘기도... 대상도 모르게 자꾸만 화가나려고 한다. v v ..@"@.. 나비가 되고픈 푸른 애벌레의 꿈이여 ((~)) ( ) 하늘에 닿고픈 미물의 욕심이여...... (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