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푸르니 )
날 짜 (Date): 1999년 2월 27일 토요일 오전 07시 23분 05초
제 목(Title): 눈

   아침부터 맑은 날씨와 햇살을 즐기고 있다가...  '산책이라도 할까?' 하다가

글을 하나 읽고 보니... 허억, 함박눈이 펑펑~  *_*

   길어봐야 5분이었을 텐데...  뜨아~ 하며 놀라다가, 나의 지난 5년이 떠올라

가만히 생각에 잠겨 보았다.  맑고 힘차게 시작한 미국 생활과 여러가지 일들로

무뎌진 나의 감각, 잃어버린 것들...  좋아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게 묻어버린

내 모습.  만남과 헤어짐.  나의 키즈 생활과 함께 시작된 님과의 사랑.  아이디를

만들 때 아무 주저없이 greenie를 쓰게 한 그 사람.  이젠 차갑게 떠나버린 님.

   오스트리아의 눈사태에 묻힌 네살배기 아기가 이틀만에 구조되어 살아났단다.

아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날 수 있었을 거란 기사를 읽으며, 나도 더 늦기 전에

아기처럼 처음 시작한다는 맘으로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늦으면...  구해

줄 사람조차 없을 테니까.  슬퍼할 사람은 있겠지만.

   지난 주엔 님의 사진을 다 치워 버렸다.  벌써 몇 년째야, 하는 생각에 내게

화도 났었다.  어느 겨울, 내게서 맘이 떠나버린 것도 모르고, 눈내리는 주차장

가득히 이름을 썼었는데.  사진을 찾을 즈음 그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바보같이

보내버리고...  봄엔 할머님께서 돌아가시고, 집이 팔리고...  내 생활은 엉망이

되어가고...  그러다가 오늘까지 왔다.

   알라스카에서 보냈던 지난 일곱달.  고생한 것만큼 와서 무언가를 찾으리라 

했는데, 스스로를 좀 잘 돌보고 절제하는 것만 늘었지, 그리움은 식지를 않는구나...

님은 기억할 것인가.  한때 나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바닷가에 누워 지는 해를

함께 본 일이 있었다는 것을...  우린 그렇게 하나이었다던 것을.

   다 무슨 소용인가.  이렇게 싱글 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변함없이 눈이 내린다.  모든 걸 덮어주려는 듯이.


   푸르니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