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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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abeke (사람과사람맧)
날 짜 (Date): 1997년08월31일(일) 14시31분51초 ROK
제 목(Title): 맛가는 후배 녀석.


별명이 상당히 다양한 오씨 성을 가진 놈인데, 
이놈이 금요일 저녁에서 토요일 새벽에 이르는 시간동안
내가 사는 하숙집에 저질러 놓은 결과는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난 내가 누울자리에 피자를 만들어놓은 것까지만 확인하고 도망쳤었다.
(사실 나도 죽일놈이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는)
이 놈은 새벽 1시에 일어나보니 방안에 가득한 괴상한 피자 냄새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불을 켜보니 웨낙이 가관인지라
(여기까지는 나도 봤었다.) 하늘이 캄캄하더란다. 불쌍한 놈.

토요일에 학교 가서 그 녀석에게 들은 이야기는 대충 정리하고(?) 아침에
내 옷 아무거나 입고 도망쳐나왔다는 그나마 다행스런 이야기였으나,
토요일 저녁에 하숙집에 가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주머니가 나에게 하소연을 한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일단 이 녀석은 피자를 해결해야 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불을 곱게 개어서(만들어진 피자가 흐르지 않게) 화장실로 운반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 방에서 화장실에 이르는 약 10미터의 거리는 10센티마다 한조각씩
소고기, 돼지고기 조각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 발생했고, 화장실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불쌍하게도 녀석은 화장실에서 또 몇번 더 먹은 음식을
확인한 듯 했다. 그리고 그 피자가 새겨진 나의 이불을 세탁기위에 척 올려놓고
(나도 알지만 힘은 상당히 센 놈이다) 방에 돌아온듯 했다.
아주머니의 말씀으로는 방안에서 티비또는 라디오 소리가 나더란다.
타고난 체력이라 술은 빨리 깨는 놈이다.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일어나서 상황 점검을 해보니 기가 막히더란다.
새벽에 아저씨랑 아주머니는 때아니게 마루와 부엌과 화장실에 널부러진 고기조각들
을 처리하느라 고생을 하셨단다.
특히 화장실을 청소하신 아저씨는 두번이나 그걸 보고 토하셨다는데....
오후에 집에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내 방 점검을 해보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일단 방문을 열수가 없었다. 난 어릴때 곰탕을 코를 쥐고 먹어야 될 정도로 
비위가 약한 놈인데 기가 막혔다. 어찌하겠나. 치워야지.
일단 별로 씹지않고 삼켜졌다가 그냥 나온 고기조각들을 치워야했다. 
베개를 보니까 정말 웃겼다. 베개 위에도 스몰 사이즈 피자를 만들어놓은 듯 했다.
이불은 치웠다치고 베개는 치우기가 좀 그랬나보드라.
그래서 베개 위에 나의 수건을 올려놓고 그 위를 베고 잔 듯 했다.
나쁜놈. 나는 어떻게 하라고. 별 수 없이 생짜로 나는 그 베개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접착제로 붙여놓은 듯 단단하게 수건과 붙여진 베개를 고대로 들어서 제일 큰
쓰레기 봉투에 넣어버렸다. 불쌍한 내 베개....
그 다음 옷들...
내가 평소에 청소를 잘 안하고 옷 따위를 방안에 널부러지게 놔두고 다닌게
절실하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나의 정예 부대들....
모조리 끌어내고 그 다음에 할 일은 냄새 제거.
유한 락스로 적신 걸레를 들고 하숙집 생활 5년만에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방안을
닦았다. 라디오 티비...그리고 헤어드라이기...흑흑...
정말 열심히 닦았다. 이것들은 쓰레기 봉투에 넣을수 없지 않은가..
다행히 나의 솜이불은 별 이상이 없었다.
이제 바깥 마당에 버려져있는 내 요...
문제의 그 요를 처리할 차례다.
벗겨서 어떻게 빨아볼 생각을 했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이것을 옮기느라 구역질끝에
토하셨다는 아저씨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
버리기로 결심했다.
...
근데 어떻게 버린단 말인가...
제일 큰 쓰레기 봉투로 잘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쑤셔넣었다. 아...마침내 집어넣었을때의 그 
쾌감이란..

몽땅 버리고 방안에 와서 맨 바닥에 누우니 기가 막혔다.
처음부터 모든게 잘못되었었다.
그 녀석을 여관을 데려갔어야 했는데..여관을 데려갔어야 했는데...

내가 여관서 자고 오다니...








      방안에 누워있으니 갑자기 오늘(토요일)이 어머니 생신이란게 생각났다.
      전화해서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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