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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0월13일(목) 20시33분28초 KST
제 목(Title): 회사 설명회.



H 그룹 회사 설명회.

10월 13일 12:00 28동 XXX 호

*푸짐한 선물 많이있음.*


다른 건 다 좋은데 위와 같은 공고가 취업 시즌을 맞아서 학교 내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을 볼 때면 가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물론 가능하면 나은
인력을 끌어 모으고 싶은 것이 회사의 입장이겠지만아무리 그래도 취업에서
칼을 쥔 쪽은 회사이고 학생은 처분만 기다리는 쪽이 아닌가.

그런데 마치 백화점 바겐세일 하는 것 같이 푸짐한 선물 운운 하는 것을 보면
아마 저 회사 작년의 취업 설명회에서 관객동원(?)에 어지간히 참패한 모양이다.
회사 설명회에 가면 공짜로 물건을 얻고 운이 좋으면 저녁까지 한 끼 잘 얻어먹는 
것이야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선물 줄테니깐
와서 자리 좀 채워 주라....응? 하는 광고(?)는 처음 본 것 같다.  :)

정말 절실하게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돈 없는
학생의 거지근성이 발동하면 ..거기다가 공짜 좋아하는 심리가 일어나면
많은 학생들이 졸업반이 아니거나 별로 뜻이 없는 회사의 설명회 일지라도
그 공짜 선물과 공짜 저녁을 노리고 회사 설명회에 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나도 학부 시절에는 뭐 국물이라도 남는 것이 없을까 싶어서 회사 설명회
같은 것이있으면 열심히 쫓아 다녔다. 제일 치사했던(?) 설명회는 비행기로 유명한
모모그룹이 실시한 설명회 였는데.... 무슨 일로 사회대 5동 건물 앞을
지나가는데 왠 양복쟁이들이 음료수를 박스 째 쌓아 놓고 있길래 뭔가 하고
들여다 보았더니 바로 회사 설명회를 하려는 중이었고 그 음료수는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줄 소위 선물이었던 것이다.

앗! 아무리 음료수 하나라도 그게 어디냐?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

이런 흑심을 품고 당당히 설명회장인 5동의 교실로 들어 가던 나를 양복장이 
직원 하나가 스톱시켰다. 몇 학년이냐고 물으면서 신분증을 좀 보잔다.
별 생각 없이 2학년이라고 했더니........ 졸업반이 아니면 입장 금지라나?
그 그룹 원래도 좀 짜다고 그러더니 결국 음료수 한 캔을 아낀 대신에 다우에게 
결정적으로 이미지 버리고 말았다. 남들은 다 쑥쑥 들어 가는데 나만 빠꾸 당해
쫓겨나니 너무 쪽 팔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그룹 포스터 보면 이를 간다.)

회사 설명회 중에가장 히트를 친 것은 몇 년전에 있었던 선경 그룹 설명회였다.
SKC 가 계열사 였던 탓인지 참가자 들에게 공 비디오 테이프를 하나씩 증정 
했다는데 공비디오 테입 자체가 비싼 물건이고...(아마 가격이 다섯자리일걸?)
그때만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 이었기 때문에 그 테입을 받아온 사람들은
엄청난 부러움을 받았다.

그 무렵을 전후해서 설명회에서 학생들에게 안기는 선물도 그 전의 간단한 음식 
스타일에서 자기네계열사 생산품 중에 유명한 것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마 그러는 것이 그룹 전체이미지 제고나 선전에도 좋고 재고 처리에도 좋고
돈도 덜 먹히기 때문 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보니 회사설명회만 섭렵하면서
선물만 챙겨 먹는 란다우 같은 족속 들은 그 그룹이 무슨무슨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거기에 가면 뭘 줄까를 때려 맞추어 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재작년인가 동양그룹에서 회사 설명회를 했는데 마침 시간이 비어서 친구 몇이
갈것인가말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대개 계열사 제품을 준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동양제과'의 과자가 나올 것이 틀림없다고 예상하고서는,

"우리 오리온 과자 먹으러 가자. 배도 출출 하고 입도 심심하잖아?"

너무나 신나하는 다우를 보기가 아니꼬왔는지 친구가 한마디 했다.

" 너 그러다가 시멘트 한 부대씩 안겨 주면 어쩔래?"

 (동양그룹에는 동양시멘트도 있어요.) 

회사 설명회에서 받은 것은 아니지만,  모 전자회사로 부터 선물을 받은 일도 있다.
당시에나는 그 회사 산학 장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추석 선물을 줄테니
회사로 집합하라는 명령(?)이 하달 되었다. 사실 추석 선물은 핑계이고 이 녀석이
멀쩡히 학교 잘 다니고 있나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텐데... ( 회사에서 제일
염려하는 것은 학교를 휴학하고 군대에 가면서 회사에는 보고를 하지 않아
고박꼬박 장학금은 타 먹고 나중에 오리발 내미는 녀석들이다. 그래서 심심하면
한번씩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장학생들을 소집하고 인원점검을 한다.)

뭔가 묵직한 것을 주길래 아니...이게 모야~? 하면서 풀어 봤더니 난데 없이
프라이팬 하나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음냐.........:)

자기네 회사원들에게 추석 선물로 돌리고나서 남은 것이란다. 나는 대부분이 
남자들인 장학생들에게 이런 것을 주는 회사가 황당해 보였는데 지방출신으로
자취를 하던 내 동기생 은 새 프라이팬 생겼다고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주는 것이니까 그리고 공짜니까 암 소리 안하고 집으로 프라이팬을 가져온 나는
괜히 인심쓰는 척 하면서 어머니에게 그 프라이팬을 쓰시라고 드려서 간만에
착한 아들 소리를 들었다. 프라이팬이 제법 좋은 물건이시라며 좋아하시던 
어머니....:)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에도 H 전자 J 모 사장의 이름이 들어간 프라이팬으로
요리된 부침개를 먹고 학교에 나왔다. 헐헐헐.........


 
                                   ---  landau (fermi@power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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