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이 승택) 날 짜 (Date): 1994년07월29일(금) 13시45분13초 KDT 제 목(Title): 여자에게 '형'이란 호칭을 듣는 건 .. 대학에 와서 '형'이라는 호칭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황당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건 남자 후배들이 여자 선배에게 누나 대신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본 것과 유사하다 할까? 우리 과에는 남학생 45명에 여학생이 5명 있었다. 그런데 그 중 4명은 선배에게 오빠, 오빠하며 친하게 지낸 반면, 한 명은 학생운동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으면서 그에 어울리게(?) 형이란 호칭을 썼다. 그런 것을 처음 보게된 내게는 여자다운 여자들은 오빠란 호칭을 쓰고 남자같은 여자들은 형이란 단어를 쓰나보다 하는 이상한 기준이 형성되었다. 그후 지금까지 여러 해 살다보니까 ... 그 때 가졌던 그 생각이 완전히 옳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략은 맞는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오빠란 말을 쓰는 후배에게 왜 형이란 호칭을 안 쓰는가 물어보면 왜 형이라는 말을 쓰는가 내게 되묻거나 아니면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답한다. 반면에 형이란 호칭을 쓰는 후배들에게 물어보면 대개 편해서, 집에 오빠가 없어서, 과에 있는 모든 남자들은 다 형이라고 하는데 자기만 오빠란 말 쓰기가 어려워서, 적당히 거리 두기 좋아서 ... 와 같은 답을 한다. 호칭은 대화 예절의 시작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서양처럼 상대가 불러주기를 바라는 대로 부르는게 좋기는 하지만 그게 또 우리 현실에서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는 그저 원래 있는 대로 별 의도를 품지 말고 따르면 될 것이다. 여기에 내 주관적 생각을 조금 피력한다면 ... 형이라는 호칭을 쓰는 애들은 나를 부를 때의 톤(tone)도 조금 다르다. 낮고 느린 목소리로 '승택이 헝'이라고 한다. 그때마다 난 가끔 남자 후배가 부른 걸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빠란 호칭을 쓰는 사람들은 어딘지 생동감과 +alpha가 있다. 물론 이런게 부담스러워서 형이란 말을 좋아하는 남자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형이란 말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이걸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뭔가 도움을 바랄 경우가 있으면 ... 그때는 전략과 분위기를 확 바꾸어서 오빠란 말을 쓰는 거다. 그리고 상대편이 그에 대해서 반응하는 속도를 눈여겨보라. 밤늦게 순환도로 따라 차를 몰고 내려 가는데 아는 여자 후배가 나를 세웠다고 해보자. case 1 : 승택이 형~ 나좀 태워줘요. case 2 : 어머, 승택이 오빠. 저좀 태워주세요. case 1의 경우 무감각하게 태워주고 내가 가는 길에 그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case 2의 경우 내가 너무 늦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데려다준다. 킥킥. 그런데 왜 그럴까? 그건 나도 모른다. 단지 나에 대해 거리를 두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에게 보다 다정다감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때문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