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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friday (김 정인)
날 짜 (Date): 1994년07월26일(화) 18시53분11초 KDT
제 목(Title): 이해.. 그리고 오해...


 어렸을 때 어른들을 올려보며 하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저렇게 키가 크고

팔도 굵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무척이나 복잡한가보다... 항상 바쁘고,

생각하고, 짜증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리고, 언젠가는 나의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생각할 똑같은 세상....

 어제, 뭔가 기분이 이상하여 오랜만에 일기를 쓰려 모니터 앞에 앉았었다. 

그리고, 으례 그렇듯 몇줄 갈겨놓고는 예전의 일기들을 죽 읽었다. 거기에 새

겨있던 내 친구의 이름... 내가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워할 때 내게 어떤 흔들

리지 않는 믿음같은 것으로 멀리서 안식을 주었던 친구의 이름... 내가 아마도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중 하나일 것이라고 써놓았던 그 친구의 

이름을 보았다. 나는 그 일기를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항상 곁에 있어주고 싶고, 항상

필요로 하며 고마움을 느끼고, 하면서 사람들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그 사람과의 관계는 그렇게 유지되기 마련이고... 

 내가 그렇게도 고맙게 느끼는 내 그 친구에게 나는 고마움이나 진정한 존경의 표시

를 전혀 하지 못한다. 내가 바보여서 그렇고, 그녀가 항상 웃어서 그렇고, 세상이 

너무나도 복잡해서 그렇다. 나는 항상 내가 하고픈 말들을 내가 느끼는 대로 툭툭

던졌고, 내 친구가 나를 이해한다는 사실에 자만하여 내 멋대로 행동하였고, 내가

아는 그 친구의 모습이 그녀의 참모습이라고, 그녀의 고정되어진 형상이라고 믿으

면서, 그녀도 나를 그렇게 느끼리라고 생각해버렸다.

 생활이 복잡하고 바빠지면서 잃어가는 가장 소중한 것은 너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라는 내 친구의 말이 갑자기 너무나도 무섭게 실감되었다. 내가 무심코,

솔직히 말하면 생각하지 못한채 내뱉은 나의 말이 그녀를 그렇게 아프게 했다는 

것을 나는 그녀의 편지를 받은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뱉았다고 

생각하는 말... 그렇게 당연히 받아들여지리라고 의심치 않는 말... 그런 말들이

내가 어릴적 올려다보던 세상에서 얼마나 다르게 해석되는지를 이제서야 배웠다

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의 바보스러움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합리화하는데에 급급한 지도 모르겠다.

 내게 그녀가 얼마나 필요한 친구인지, 내가 항상 얼마나 그녀에게 감사하고 있는지 

나는 한번도 표현한 적이 없다. 항상 주위에서 맴도는 것들의 소중함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내가 항상 그녀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는 항상 내 곁에 있어줄 친구

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소중함을 모르게 되는 터무니없는 짓으로 만들고 받아들이고

말았다.


 수많은 일들이 오고, 또 간다. 그 사이에서 세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지나가는 

것들을 보내며 나는 점점 더 단순해진다....




나는 아직도, 내가 그녀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그래서

지금 얼마나 미안하고 괴로운지를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지, 항상 

그랬듯이 그녀가 이해해주기를 기다릴 뿐.....








                                       Thank god... It's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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