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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9월04일(일) 01시34분33초 KDT
제 목(Title): 난....뭘하지?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 어느 날...

냉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어느 후배랑 함께 냉면을 먹으러 갔다.

좋아하는 냉면을 맛 나게 후루룩 먹으면서 그 아이가 말하기를....

  "저 나중에 냉면집이나 할까요? 히히... :> "

그 아이는 평소에도 예쁜 아이지만 (남성 팬들이 줄을 서 있음...)

그날따라 이야기 하는 품이 내게는 너무나 귀엽고 이쁘게 비쳤다.

아마 자기가 좋아하는 냉면을 나중에 만들겠다는 그 소박한 바램이

그 아이의 순수함과 어울려 더욱 빛을 발했나 보다. 

( 많은 남성들이 동의 하겠지만...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모르는 것이...

  여자가 아름다워 보이는 때는 바로 이렇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드러내는 순간이란 사실....)

나는 그냥 웃으면서

  "에이...네가 냉면집을 하면 네가 다 먹어 치울텐데... 아마 쫄딱 망할걸?"

하고 말아 버렸다. 그리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 오면서....

나는 머리가 하얗게 셀 때 쯤이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당장에 먹고 살길도 막연한 학생 주제에 (아직은 학생이에요....)

머리가 허옇게 될 때를 생각한다는 것이 조금 우습지만.....

전에는 나는 나이가 들면 농사를 짓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굉장히 개인적인 사람이고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아마 어느 책에서인가 본 농부의 삶은 자신의 노동과 자연에만 의지한다는

구절에 반해서 농사일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젊을 때도 아니고 늙어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꿈 같은 소리이고, 고생스럽게 농촌을 지키시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요새는 나이가 들면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난 어릴 때부터 책이나 글 욕심이 많아서 책에다가 어마어마한 돈을 가져다

박았는데 (그 돈 다 모았으면 집 한 채 사고도 남았을 것이야.. 거짓말 약간 보태서)

그 때부터 책방을 하면 적어도 책 만큼은 맘껏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공상을 했었다. 

중고등학교 앞에서는 해서는 안 되겠지. 책꽂이의 2/3 이 참고서로 덮여야 파산하지

않을텐데 그런 것은 싫거든.... 어디 캠퍼스가 이뻐서 날이 좋을 때면 

교정을 둘러보며 즐길 수 있고, 그러면서도 소란하지 않은 대학가를 가진 그런

학교 앞에서 서점을 하면서 조용히 독서를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노년이겠지?  ^_^ 

(서울대 앞에서는 하고 싶지 않다. 최루탄 먹는 것은 젊어 한 때로 충분하니까..)

김 대중 씨가 은퇴 하고서 누군가 감상을 물었을 때,

이제 조용히 책 볼 시간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는데 괜히 느낌이 징~~하더라고.

아마 꿈만으로 끝나기 쉽겠지만 때때로 이런 공상을 하다보면

어쩐지 가슴이 흐뭇해 지고 어릴 적에 맛난 과자를 눈앞에 두고 즐거워 했던

그런 기분이 된다.

가게 이름은 뭐라고 붙이지? "란다우 서점" 이 어떨까?

(고시 책은 취급하지 않을 생각 입니다. :P )


                                   ---  landau (fermi@power1.snu.ac.kr)

         유치원 퇴학생, 병역 기피자, 화류계 생활 30년, 학생을 빙자한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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