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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jusamos (주세이모스斂)
날 짜 (Date): 1994년09월02일(금) 11시03분26초 KDT
제 목(Title): 피앙세를 찾아서 12.1 차였으면 찬다(오기)





현선이와 그렇게 헤어진 지 어언 3개월이 지났다. 아..다시는 사랑을 못할거야..

두려워....그러나...시간이 지나면서...난 점점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오기는

현선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여성이라는 집합 전체에 대한 것이었다..


        '이대로 차이고만 있을 수는 없다...반드시 나도 차고야 말테야...'



시간이 흐를 수록 이런 생각은 더욱 커졌다...어쩌면, 이런 오기는 점점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가는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였을 지도 모른다. 차고야

만다기 보다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것같지 않았고, 좋아하게 된다는

것조차 두려워했기 때문이리라....



2학년 겨울 방학이 한달 반정도 남았을 때, 사촌 형이 소개팅을 시켜준단다. 지금

사귀는 사람의 동네 후배라나...음...뭔가 좀....냄새가 나긴 하지만...하여튼 별

할 일도 없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 와 이번엔 정씨가 아니다...장씨다...정이나

장이나 고개만 홱홱 돌리면 비슷해보이긴 마찬가지....정말 뭔가가 있긴 있나???



이름은 장 성현(가명), 이번에 대학교에 들어갔단다...근데 얘기하다보니 나랑

같은 년도에 태어났다..으잉?? 이게 우쩐 일이대....알아보니, 삼수를....크....

성현이는 들어오기 바로 직전으로 합격의 기쁨으로 넘쳐있었고, 난 실연의 아픔에

빠져 뭔가가 제대로 안되고 있었던 때였다. 성현이는 너무 착했다. 정말 고등학교

졸업하고 계속 공부만 했나봐...이렇게 때묻지 않을 수가...



하지만, 난 이 아이(?)에게 도저히 애프터를 신청할 수가 없었다. 그 아이에겐

내가 처음 상대라던데...처음부터 되지도 않을 만남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화 번호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사촌 형을 통해서

연락하겠다고만 했다. 난 그후 1주일 후에 친구들과 설악산에 놀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뭐, 시간이 지나다보면, 자연히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내 차를 끌고 가게 되었다. 아! 참...내가 얘기한 적이 없군..

현선이랑 그렇게 헤어진 후 하늘이 내려준 선물인지는 몰라도, 어딘가에서 17만

킬로미터나 달린 포니1이 내 앞으로 떨어졌다. 애지 중지..이게 왠 떡이냐..이걸로

헌팅은 못할지언정...그래도 통학은 가능...그 당시만 해도 자연대 운동장도 텅텅

빌 정도였기 때문에 뭐 별로 눈총받지 않고 ...그리고 누가 이런 차에 눈총을 주나

좋은 차 몰고 다니는 학생들한테나 눈총을 주지..하긴 거리의 미관을 해친다고

눈총을 줄 수도 있지만....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샌다..그 차는 학교에서 수난을 많이 당했다..데모가 벌어졌

을 때, 자대 운동장에 세워놓았었는데, 어디서 날라온 돌뎅이가 앞 유리창을 빵구

를 내가지고는 그 자리에서 유리 다 깨버리고 눈물 찍, 콧물 찍하면서 낙성대로

간 적이 있었다..내려가는 길에 전경이 물어본다..


        "왠 일이래유???"


뭐, 이 차가 달리면서 투석하는 차인줄 아는지...웃겨 증말...화딱지 나는데..씨..

자초 지종을 얘기하면 변상이라도 해줄까 해서 말했더니,


        "안됐네유...조심혀서 가셔유...길 가다가 돌튕긴거 맞지 말구유..."


아...그래도 착한 전경이다..내 몸 걱정도 다 해주고...

이렇게 나랑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포니1...



다시 돌아와서....그 차를 끌고 설악산을 갔다..거기서 생전 처음으로 콘도팅이란

걸 해봤다.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학생들이었는데, 별거 기억나는 내용은 없다.

뭐 굳이 만들자면 한 편의 얘기로도 있는 말 없는 말 다 지어서 만들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고, 단지 기억나는 건, 거의 우리가 다 밥해주고, 고스톱치다가

내가 이겨서 진 사람들 손목잡고 때리는데 한 여자애가 때리는 순간 손을 빼다가

내 왼손에 깊은 상처를 남겨가지고 물어내라고 했더니,


        "아니...이 사람이...설겆이 안하게 해준게 어딘데 고맙다고는

        못할 망정..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까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네..."


내가 물에 빠졌었나??? 잠시 혼미....하여튼 치료비도 못 받았다. 나쁜 사람..잉




거기서 놀다가 통일 전망대 가서 금강산 보고, 동해 고속도로를 타고 경주로

부산으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우리가 뛴 거리는 1600킬로미터...

장정 4명을 태우고 그 거리를....음...그 후로 우리는 그 포니1을 골리아스라

불렀다. 에구...옆길로 많이 샜네...



돌아와서 또 사색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사촌형..


        "야...니가 연락한다고 그랬다며?? 여행갔다와서..."

        "네...하지만, 뭐 별로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요.."

        "그래도, 걔한테는 첫번째 소개팅인데 니가 바람맞치면 되냐?? 걘 니가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데...만나봐.."


윽..이런 일이...나이가 많아서 싫은 것도 아니었고, 단지 그 녀에게 불행을 주고

싶지 않아서 내가 피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만나주지 않는 게 불행인가???

그래서, 사촌형한테 전화 번호를 알아내가지고는 그 즉시 전화를 했다. 띠.....

소리와 함께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성현이 어머니...


        "여보세요???"

        "저..거기 성현씨 댁 맞죠?? 전 JuSamos라고 하는 사람인데요..성현씨

        집에 계세요???"

        (카랑 카랑하게)"없다. 근데 너 누구니??? 왜 내 딸을 찾는 거야??"


윽, 이건 의외의 상황..기고 만장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네, 전 일전에 소개팅했던 사람인데, 전화왔었다고 전해주세요.."


그러고는 황급히 끊었다..개망신이다...에이 화난다...



그리고 또 빈둥 빈둥 놀고 있는데 어느덧 사흘이 흘렀다.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성현이의 전화...


        "저...왜 전화 안하셨어요???"

        "이렇게 전화를 주시다니 황공합니다. 근데 저번에 전화했었는데, 어머님

        께서 말씀안해 주시던가요??" - 겉말

        '야...되게 급했나보다...이렇게 물어보다니..순진한건가??' - 속말...


그러더니, 잠시 먹통....쫑알 쫑알 소리가 난다...이게 혼선인가???


        "지금 엄마한테 막 화냈어요..."


여차 저차해서 다시 만나기로 했고, 뭐 그래서 한 3번 정도 더 만났다. 압구정동

채플린에서 한 대화....너무 길어서 다음에 계속.....







어딘가에 있을 나의 신부를 찾아서...

        Written by      JuSamos(Vidania in 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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