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 날 짜 (Date): 2004년 3월 2일 화요일 오후 06시 50분 29초 제 목(Title): 봉식이 근황 정치독에 빠져 구속된 前서울대 총장 ▲ 박봉식 전 서울대학교 총장 안녕하십니까, 경기도 동부 지역을 취재하고 있는 김정훈기자입니다. 이틀 전, 박봉식 전 서울대학교 총장(72)이 토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서울대 뿐 아니라 두 사립대의 총장을 지냈던 노 신사가 구치소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는 사건을 접하는 이의 입맛을 씁쓸하게 합니다. 사건은 199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모(43·여)씨는 서울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김모(43)씨를 만나게 됩니다. 김씨는 최씨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토공 소유의 용인 죽전지역의 땅 3만2866㎡의 땅을 평당 320만원에 수의계약할 수 있게 해 주겠다.” 당시 용인 죽전에는 아파트 개발 광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최씨는 땅값 320여억원을 동원할 능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일단 수의계약으로 땅을 사 그것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를 지으면 ‘대박’이 된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최씨에게 자신이 ‘서울대 총장을 지내고 자민련 경남 양산 지구당 위원장으로 있는 박봉식씨의 비서관’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광고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김씨는 물론 정식 비서관은 아니었지만, 박봉식씨가 ‘김군’이라고 부르며 주변에서 일을 도와주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김씨는 최씨에게 “박봉식 위원장이 토지공사 부사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 1억원을 주고 나중에 14억원을 주면 일을 처리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수의계약으로 땅을 살 수 있다고 속이더라도 토지대장을 발급해 토지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정상이겠지요. 하지만 최씨는 그 기본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서울대총장이었던 사람이 설마 거짓말을 하랴 싶어 최씨는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듬해 1월 13일 최씨는 경남 양산에 있는 자민련 지구당 사무실에서 박봉식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씨는 그 자리에서 “용인 땅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고, 박씨는 “걱정마십시오, 잘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선문답처럼 들리는 얘기 끝에 그 자리에서 최씨는 8000만원을 건네주고, 다음날 20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영수증은 없었습니다. 최씨는 돈을 건네준 후에야 수의계약을 받아준다는 땅이 토지공사의 소유가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최씨는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보름 뒤 김씨에게서 2350만원을 돌려받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박 전 총장은 나머지 7650만원에 대한 변제각서를 써 줬지만, 돌려주진 않았습니다. 최씨는 박씨를 고소하고, 박씨는 김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최씨가 다시 김씨를 고소하고, 김씨는 부인(否認)과 도피로 시간을 끄는 3년여의 과정 속에서 김씨는 지난해 12월 구속되고, 박씨는 지난 23일 구속되게 됐습니다. 박씨는 그러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토지매매 알선은 하지 않았고, 최씨에게서 순수한 정치후원금으로 받은 것 뿐이라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대통령령인 서울대학교 설치령에는 총장에 대해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학교를 대표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 총장을 딱딱한 법령문구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서울대 총장은 교직원과 학생을 대표하는 사람일뿐 아니라 ‘지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인식되지요. 박씨가 총장을 지냈던 시기인 1985~87년은 지금처럼 교수협의회의 선출과정을 거치지 않은 관선(官選)이었지만, 일반 사람에게 그 이름값은 마찬가지 무게를 가지지 않았을까요? 일부 언론은 현재 한 사립대 총장인 박씨가 이번 4·15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3개 대학교 총장을 두루 거쳤으면서도 왜 박씨가 ‘정치독’에 빠졌는지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박씨는 지난 2000년 총선 때 양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16%, 1만700표의 지지를 얻고 낙선했습니다. (김정훈드림 hoon@chosun.com ) 입력 : 2004.02.26 09:37 21'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