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aturn ( 정 인 성�0) 날 짜 (Date): 1995년05월12일(금) 13시08분16초 KST 제 목(Title): 학교 파헤치기 오늘 학교에 오다 보니 28동 옆에 자투리로 남아 있던 조그마한 공간을 파헤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대로 죽죽 뻗은 나무가 옆으로 뉘어져 있고, 잘려나간 뿌 리는 새끼줄로 칭칭 동여매져 있었다. " 여기 또 뭘 지을려고 나무를 파내나?" 그러고 보니 88년에 학교에 들어온 후 나무가 서있고 풀이 자라고 있던 자리에 건물이 들어 선게 여럿인 것 같다. 대표적인 게 화학과 앞(뒤라고 해야하나?, 도서 관 옆)에 언덕 받이에 들어 선 대형 강의동. 원래 이 자리에는 하늘로 바로 뻗은 나무(이름은 모르고)와 잔디가 공존하며 삶을 꾸려나가 던 자리. 대동제 때면 잔디 가 꼬불꼬불해졌던( 학생들이 흘린 막걸리에 취해서 ) 그런 운치 있었던 자리였는 데....... 도서관 바로 옆이라 도서관에서 몸이 꼬이면 나무아래 그늘에서 담배 한 대쯤 피워 물고 편안해 할 수 있었던 자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강의실 부족 사태로 거기에 5층 짜리 성냥곽 하나가 들어서고 말았다. 또, 비놀리아 공법으로 짓던( 아직도 그대로야!?) 사회대 건물도 올 해 부터 사람 이 살기 시작했고....... 순환도로 쪽( 공대 폭포에서 버들골 사이)에도 이름도 복잡한 무슨 무슨 연구소 들이 잔디와 나무를 쫓아 내버렸다. 4.19 탑 뒤쪽에 무슨 절로 가는 오솔길 옆에는 시커먼 철골 건물(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이 4.19탑 뒤로 이마 한 귀퉁이를 내밀고 있다. 이런 건축 붐 중에 압권은 모니뭐니 해도 신축 공대 건물이다. 조용하고 인적이 뜸 해서 C.C.들의 은밀한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좋았던 4.19 탑을 도로속의 섬으로 만들고, 들짐승들이 평정하고 있었던 숲을(이곳에서 다람쥐, 너구리(?) 같이 생긴 짐승 들을 가끔 보았었다.) 어느새 불도져, 포크레인이 파 버리더니, 누런 흙에서 나무 대신 쇠기둥이 하늘을 받치기 시작했다. 도로를 낸다고 깍아낸 산자락에는 뭔가를 바르고(이게 분뇨다. 아니다. 시멘트 종류다라고 입씨름을 하기도 했다.) 거기다 무지 빨리 자라는 풀씨를 뿌렸다.(이거 2주만에 파랗게 자라데.....) 인공 풀밭을 만든 거다........ 그리고는 12층짜리 꺽다리가 관악산이랑 키겨루기라도 하는 듯이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거울처럼 반사하는 외장을 두르고, 녹색의 산 옆에서 금속성의 몸을 과시한다. 교문 근처에서 보아도 이건 부조화와 꼴불견의 극치다. 언젠가 남산 외인 아파트를 "남산 제 모습찾기"의 일환으로 폭파!해체! 하는 모습을 TV에서 생중계하고 있을 때에도 이 공대 괴물은 "관악산 제모습 가리 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거다.:( 학교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학교가 이쁘다고들 말한다.(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학교가 도대체 어느 구석이 이쁠까? 우리 학교 는 다른 학교처럼 상징적인 조형물이 별로 없다.(글쎄 있다면 "강철 정문"정도...) 건물들도 미적 감각이 zero에 가까운 내 눈에도 '아니올씨다'인 거다. 거의 모든 건 물들이 "성냥곽"이라는 애칭(?)이 잘 어울린다. 근데 뭐가 이쁠까? ???????? 그건 관악산의 푸르름과 그 무뚝뚝한 기상, 강 건너 봉우리들의 희끗한 바위들, 강 (자대 운동장 옆을 흐르는....) 주변의 벗나무, 소나무........ 그래도 성냥곽과 힘을 겨눌 만큼은 되는 요기조기의 나무들이( 이들이 뽐내는 꽃과 잎과 설경이) '이쁘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1등공신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1등공신을 이제 몰아내고 있는 거다. 강의실이 부족하고 연구할 공간 이 모자라고...... 이러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라고 한다면 할 말이 별로 없긴 하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봐야하지 않나......... 대안은 없는 것인지........ 한번 망쳐진 자연은 그 당시에는 말을 안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그 신음소리를 들으며 학교를 다녀야(나는 그 때 쯤이면 학교에 없겠지..)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뿌리 뽑힌 나무를 보며 괜시리 우울해 져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