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zonicky (이기백) 날 짜 (Date): 2002년 12월 9일 월요일 오후 05시 24분 33초 제 목(Title): Re: 심장수술 사망률 www.ohmydoctor.com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심장수술 중 사망률" 관련 조선일보 기사 바로보기 오마이닥터 ( doctor@ohmydoctor.com ) 조선일보 사회면 2002년 12월 8일자 기사 제목 : 심장수술중 사망률 병원간 최고 7배差 [바로가기] 부제 : 대학병원 6곳조사...병원 반대로 일반에 공개안돼 담당기자 : 임호준(hjlim@chosun.com) ---------------------------------------------------------------------- 언론에서 좋은 지적을 해주었다. 잘못된 의료정책의 결과로 생긴 전문과목 편중현상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현실적으로 전개되는 가를 쉽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문제는, 이것을 교묘하게 "병의원 서비스 평가제"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인 접근을 하다보면 의료관리학자들이 만들어낸 건강보험체계의 폐해를 엿볼 수 있는데 자신들의 과오는 전혀 감추고 의사와 국민을 기만하고 이간질하는 것이다. 의료관리학자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과오를 모르고 다른 방식으로 끼워맞추려고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병원이 자료를 공개하고 평가를 공개하고 의료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왜 심장수술같이 까딱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중요한 수술에 병원마다 이렇게 사망률에 차이를 보이는가를 잘 따져야 한다. 기사에서는 우선 98년의 자료를 인용했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미국에서는 CABG(Coronary Arterial Bypass Grafting:관상동맥우회로술)의 수술사망율이 0.8 ~ 1.5%에 이른다. 요즘(2002년도의 경우) 우리나라도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 등은 2% 이내의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98년도 미국의 성적도 대략 1.5% ~ 2.0%라고 보면, 2.7~2.9%의 수술사망율을 나타낸 국내의 A,B 병원은 비교적 우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결과는 100건 이상의 수술을 한 병원을 대상으로 산출한 결과이고, 실상 100건 이하로 하는곳도 많다. 우리나라는 왜 미국보다 성적이 떨어지는가? 원인으로는 낮은 의료비와 열악한 환경을 꼽을 수 있다. - 미국의 심장수술 비용은 우리나라 수술 비용의 5배에서 10배에 달한다. - 고도의 기술을 지닌 의사들로 하여금 심장수술을 하도록 하기 위해, 즉 양질의 심장외과의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많은 의료비를 투자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미국의 수술비용의 1/5-1/10의 비용으로 거의 비슷한 재료를 사용한다.(재료: 거의 수입품) 게다가 수가까지 낮으니(기술료는 기본 재료대를 포함하여 약 90만원, 서울 강남 지역에서 시행하는 쌍꺼풀 수술비용보다 저렴하다) 병원에서 수익으로 볼 때 별로 재미있는 수술이 아니다. 이에 비해 심장수술을 위해서는 훈련된 간호사가 근무하는 중환자실, 인공심폐기(약 4억원 이상), 훈련된 심폐기사, 24시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전공의들 등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해당 병원이 300건 이상 심장수술을 하지 않으면 수술을 못하게 한다. 심장수술은 특성상 정교한 손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집도의사와 수술팀의 숙련도가 수술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장수술은 팀워크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팀이 없는 병원은 심장수술을 꿈도 못꾼다. 심장수술팀이 있는 병원 스탭들은 매년 자신의 팀을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한다. 해마다 흉부외과 전공의는 줄어들고 기존의 스탭들은 더 이상 중노동과 저수가를 버티기 힘들어 전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심장수술팀을 유지하고 있는 병원들은 매년 100건 이상 수술을 하지 않으면 경영상 애로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경우 흉부외과가 없으면 대학병원으로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없애지도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도 존속시켜야 한다. 수술하는 의사들은 갈수록 사기가 떨어지고 힘없는 스탭들 밑으로 더이상 전공의는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악순환의 가장 큰 원인은 저평가된 수술 수가에 있다. 심장수술 뿐이 아니다. 개복수술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반외과로 개업하고 있는 개업외과의들 중에 맹장(충수돌기제거)수술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해봐야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기술이 아까워서 하는 경우인데 수술을 할 마다 손해를 본다고 한다. 마취료, 인건비, 약값 을 따지면 정작 자신의 기술료는 전혀 남지 않는다. 의술은 인술(仁術)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허준시대의 이야기이다. 물론 의사들이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인술의 개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다. 약을 만들고 의료기계를 파는 사람들, 병원건물 주인들은 인술을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경제논리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모두 다 경제논리를 앞세우는데 그 중간에 끼어있는 의사들에게는 도덕적 무장만을 하라는 것은 여름철에 겨울옷을 입으라는 것과 같다. 문제의 조선일보 기사를 다시 살펴보자. 우선 이 기사를 보도한 의료관리학자들의 의도는 최근 벌어지는 복지부의 병의원 서비스 평가제 및 챠트표준화 방안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터뷰한 의료경영학자도 마찬가지로 병원 차트 표준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모두 자신들의 정책을 집행하기위한 前단계로서 언론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버젓이 '운이나빠 병원을 잘못 고르면 안 된다'는 식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저급한 논리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민들, 아니 세상의 모든 나라 국민들은 제일 좋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복지부가 지난 번 언론을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청구건수 상위 병원과 하위 병원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예로부터 '명의를 찾아서' 떠도는 국민들의 심리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것 또한 복지부는 차등을 두려고 해서 75명 제한 진료를 행하고 있다. 관리의료의 폐해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책집행의 '갈팡질팡'이다. 여기에 춤추는 국민과 의사들만 불편하고 괴로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의사들에게 돌려서 국민과 의사들의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것이다. 또 근본적인 문제점을 도외시한 채 오직 관리의료의 강화만을 위해서 이런 자료들이 왜곡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의료관리학자들도 임상경험을 필수적으로 받게해서 직접 환자를 보게 하는 임상과정을 수료한 후에 박사학위를 주고, 그들의 명함앞에 '의료'라는 것을 부칠 수 있게 해야 한다. 환자를 책임지는 자리에 제대로 서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탁상공론식으로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고, 나아가 현장의 목소리마저 듣기 싫어하면서, 또 의사의 본업을 제대로 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컴플렉스의 한풀이로 만들기에는 의료란 너무 중대하고, 불쌍해지는 것은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권영대 교수는 외국의 경우 민간기구에서 의사의 실력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그간 우리나라 시민단체가 의약분업 과정에서 보여준 무책임함-이들은 의약분업을 최대의 정책실패로 만들어 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단체이다-을 감안할 때, 이 또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저러한 내막도 모른 채 이런 기사를 접할 경우 국민들은 흥분한다. 또 병원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다. 서비스 평가제도 도입하라고 할 것이다. 또한 병원순위를 발표하라고 할 것이다. 똑같은 논리로 각 대학, 각 고등학교의 교육서비스를 평가해서 순위를 발표해야 하고, 공무원들은 대민서비스 순위를 평가해서 발표해야 하고(복지부는 몇등??), 시민단체의 정부 지원상황과 시민을 위한 행동등을 총괄해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후 언론을 통해 국민 앞에 발표해야 한다. 당연히 국회의원은 정책발의, 정치자금, 후원금 내역, 당내 충성도, 철새경력 등을 참조한 후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순위를 발표해, 국민으로 하여금 선택과 알권리를 충족하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합리적 사회로 가는 길목에 평가시스템, 통계시스템의 개발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통계가 간과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평가시스템이 권력집단의 시종으로 기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선 현장의 근본적이고도, 이유있는 목소리부터 우선 들어야 할 것이다. 기사작성 일시 2002.12.09 / 12:15:15 ------------------------------------------ 2002 ohmydoctor.com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