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5월05일(금) 18시06분46초 KST
제 목(Title): [어린이날 특선 동화] 일곱 번째 공주 



어린이날을 맞아 제가 좋아하는 동화 한 편을 올립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아니지만 '애들'만을 위한 동화는 더더욱 아닌 

Eleanor Farjeon의 아름다운 이야기.

:)

=============================================================================

6명의 공주가 자기들의 머리카락만을 위하여 살아간 이야기를 아십니까? 이것이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한 임금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임금님은 집시 여자를 왕비로 삼았습니다. 임금님은, 왕비가 마치 유리로 

만들어진 사람이기라도 한 듯 아주 소중히 여겼습니다.

왕비가 도망치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임금님은 울타리를 둘러 친 큰 정원의

한가운데에 있는 궁전에서 왕비를 살게 하고, 밖에는 절대로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왕비도 임금님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그 울타리 저 쪽으로 가 보고 

싶어하는지를 임금님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왕비는 자주 궁전 지붕에 올라가 동쪽의 목장이나 남쪽의 강, 서쪽의 첩첩한 언덕, 

북쪽의 시장 등을 바라보면서 여러 시간씩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는 동안 왕비는 달처럼 예쁜 두 공주를 낳았습니다. 그 공주들의 이름을 

짓는 날, 임금님은 너무나 기뻐 왕비에게 무슨 선물을 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왕비는 지붕 위에서 동쪽을 바라보다가, 5월이 와 있는 것을 알고는,

"봄을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임금님은 곧 5만 명의 정원사에게 들꽃 한 포기, 혹은 자작나무 한 그루씩을 가지고

와서 울타리 안 쪽에 심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 일이 끝나자 임금님은 왕비와 함께 꽃이 피는 정원을 걸어다니며,

"사랑하는 왕비여, 이 봄은 모두 당신 것이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왕비는 한숨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이듬해, 샛별과 같이 아름다운 두 공주가 또 태어났습니다. 그 공주들의 이름을 짓는

날, 임금님은 왕비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왕비는 이번에는 지붕 위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다가 골짜기에 번쩍이는 강줄기를 

보자, 

"강을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임금님은 곧 5만 명의 일군에게 강줄기를 정원으로 끌어들여 왕비의 산책길에 

아름다운 분수가 솟아오르도록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런지 얼마 후, 임금님은 왕비와 같이 분수가 치솟아오르고 있는 대리석 

연못에까지 오자, 

"오, 드디어 강이 완성되었소."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왕비는 물이 치솟아오르다가 내려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음 해가 되자, 마치 태양처럼 반짝이는 금빛 머리칼을 가진 두 공주가 또 

태어났습니다. 

왕비는 받을 선물을 말하라는 임금님의 말을 듣고, 지붕 위에서 북쪽 거리에 바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사람들을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임금님은 곧 그 거리로 5만 명의 나팔수들을 보냈습니다. 나팔수들은 얼마 후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진실한 6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자, 사람이 왔소."

임금님이 말했습니다.

왕비는 남 몰래 눈물을 씻은 다음, 그 진실한 6명의 여자들을 6명의 아름다운 

공주들의 유모로 삼았습니다.


4년째가 되자 왕비는 또 공주를 1명 낳았습니다. 임금님은 몸이 크고 금발인데, 그

공주는 왕비를 닮아 작고 진한 갈색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왕비여! 무슨 상을 원하오?"

이름을 짓는 날 지붕 위에 올라갔을 때, 임금님이 왕비님에게 물었습니다. 

왕비는 눈을 서쪽으로 돌렸습니다. 그 때, 1마리의 산비둘기와 6마리의 백조가 날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 새를 주십시오!"

왕비가 소리쳤습니다.

임금님은 즉시 새를 잡아 오라고 5만 명의 사냥군을 산으로 보냈습니다.

사냥군들이 산으로 가 있는 동안, 왕비가 임금님에게 말했습니다.

"임금님, 지금 공주들은 작은 침대에서 자고 있고, 저는 이 옥좌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멀지 않아 작은 침대는 비고, 저는 이 자리에 없을 것입니다. 그 때 저 대신

이 자리에 앉을 사람은 7명의 공주 중에서 누구일까요?"

임금님이 그 대답을 하기 전에 사냥군들이 돌아왔습니다. 

임금님은 부드러운 가슴털에 작고 동그란 머리를 파묻고 있는 수수한 산비둘기를 

바라보다가, 길고 하얀 목을 뽑고 있는 의젓한 백조로 눈을 옮기더니,

"머리카락이 제일 긴 공주를 여왕으로 삼겠소."

하고 말했습니다.


왕비는 유모들을 모두 불러 임금님의 말씀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그러니 잠시도 게을리하지 말고 공주들의 머리를 부지런히 감기고 빗질을 해 줘라.

장차 누가 여왕이 될지 그건 너희들의 솜씨에 달려 있는 거니까."

"그럼 일곱 번째 공주님의 머리는 누가 감고 빗겨 줍니까?"

유모들이 물었습니다.

"내가 손수 하겠다."

왕비가 말했습니다.


유모들은 제각기 자기의 공주를 여왕으로 만들고 싶어 열심히 시중을 들었습니다.

유모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공주들을 꽃이 피는 들에 데리고 나가, 분수로 머리를

감기고 햇볕에 말려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빗질을 했기 때문에 공주들의

머리칼은 마침내 황금빛의 명주실처럼 고와졌습니다. 유모들은 그런 머리카락을 

리본과 함께 세 가닥으로 예쁘게 땋아 꽃으로 장식했습니다.

그래서 이 공주들처럼 아름다운 머리칼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6명의 공주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6마리의 백조가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일곱 번째의 작은 갈색 머리칼을 가진 공주는 분수에 단 한 번도 머리를 감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머리는 늘 붉은 수건으로 감추어져 있었고, 왕비와 공주가

함께 지붕에서 비둘기와 놀고 있을 때 왕비가 남 몰래 머리를 빗겨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드디어 자기가 죽을 때가 온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공주들을 불러 한 사람 한 사람 축복을 해 주고 나서, 임금님께 지붕 위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왕비는 그 곳에서 목장, 강물, 시장, 언덕 등을 바라보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임금님이 흘린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이었습니다. 성문지기의 나팔 소리가 

울리더니, 하인이 달려 들어와 '세계의 왕자'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임금님이 성문을 열게 하자, 세계의 왕자는 하인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왕자는 온 몸을 황금으로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가 걸친 망토는 임금님 앞에 섰을 

때, 온 방에 가득 퍼질 정도로 길었습니다. 그리고 모자에 달린 깃도 길어서 

천장에까지 닿았습니다. 왕자 앞에는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젊은 하인 1명이 서 

있었습니다. 

"세계의 왕자님, 잘 오셨소."

임금님은 이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왕자는 입을 다물고 눈을 내려깐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 때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하인이,

"감사합니다. '나라의 임금님'!"

하고 말하며, 임금님의 손을 꽉 쥐었습니다.


임금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왕자님은 말씀을 못 하시오?"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없는지, 왕자님께서 이야기하시는 걸 아무도 들어 본 일이 

없답니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하인이 대답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말을 하는 사람, 하지 않는 

사람, 돈 있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 위를 보는 

사람,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 등...... 그런데 저의 주인님께선 저를 하인으로 

뽑으셨습니다. 그건 저와 왕자님이 완전한 짝이기 때문입니다. 보시다시피 왕자님은

부자이시고 저는 가난뱅이, 왕자님은 생각하시고 저는 그것을 실행하고, 왕자님은 

내려다보시고 저는 올려다보고, 왕자님은 말씀을 안 하시고 저는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왕자님은 무슨 일로 오셨소?"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공주님과 결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살고 있으므로,

여자도 필요한 것입니다."

"과연 그렇겠소."

임금님이 말했습니다.

"나에겐 공주가 일곱 명이나 있소. 그 일곱 명의 공주 중 어느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하오?"

"이 나라의 여왕이 되실 분과 결혼하고 싶어하십니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하인이 말했습니다.

"공주를 모두 불러 오너라. 드디어 그들의 머리칼을 재어 볼 때가 왔구나."

임금님이 말했습니다.


드디어 7명의 공주가 임금님 앞에 불려 왔습니다. 6명의 공주들은 각각 유모들과 

함께 왔지만, 갈색 머리의 공주는 혼자서 왔습니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하인은 곧 공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왕자'는 눈을 내리깐 채 곁눈질도 하지 않았습니다.

임금님은 자를 가지고 있는 왕실의 재봉사를 불렀습니다.

재봉사가 오자 공주들은 머리를 흔들어 길게 늘어뜨렸습니다. 머리칼은 방바닥까지 

내려왔습니다.

머리칼의 길이를 차례차례 재는 동안, 6명의 유모들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모들은 지금까지 온갖 정성을 다해

자기가 맡은 공주의 머리칼을 손질해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유모들이 너무나 열심히 손질을 했기 때문에 공주들의 머리칼 길이가 6명 모두 

똑같은 게 아니겠어요!

궁전에 있는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유모들은 낙심하여 두 손을 마구 비볐고,

임금님은 왕관만 자꾸 만졌고, 세계의 왕자는 마룻바닥만 노려보았고,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하인은 일곱 번째 공주를 쳐다보았습니다.

"만약 일곱 번째 공주의 머리칼 길이도 똑같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아버님, 전 똑같지 않아요."

일곱 번째 공주가 말했습니다.

다른 공주들은 일곱 번째 공주가 머리에 감고 있던 붉은 수건을 푸는 것을 

근심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그 공주의 머리칼은 다른 공주의 머리칼과 똑같지 않았습니다. 그 머리칼은 

마치 사내아이처럼 짧았던 것입니다.

"누가 너의 머리칼을 그렇게 잘랐느냐?"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어머니입니다."

일곱 번째 공주가 말했습니다. 

"저희들이 지붕 위에서 놀 때, 어머니께서 매일매일 가위로 잘라 주셨습니다."

"그거 참! 누가 여왕이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너는 안 되겠구나!"

임금님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오로지 머리칼만을 위하여 살았던 6명의 공주 이야기입니다.


이 공주들은 그 후로도 유모들에게 머리를 감겨 달라고 했고, 빗질을 받으며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그 머리칼도 공주들이 사랑하는 6마리의 백조처럼 

하얗게 되어 버렸습니다.

세계의 왕자는 눈을 내리깐 채, 그 공주들 중에서 누구의 머리칼이 제일 길어져 

자기의 부인이 되어 줄까 하고 기다리며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왕자는 아마 지금까지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일곱 번째 공주는 머리에 붉은 수건을 쓴 채 궁전 밖으로 뛰어나가 언덕이며 강, 

목장, 시장으로 갔습니다.

비둘기와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하인도 공주와 함께 그 곳으로 갔습니다.

"당신이 곁에 없으면 세계의 왕자님은 어떻게 하시죠?"

일곱 번째 공주가 물었습니다.

"뭐 어떻게 해 나갈 수 있겠지요."

하인이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집에 들어박혀 있는 사람들도 있고,

밖을 나다니는 사람도 있고..."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