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5월03일(수) 18시12분55초 KST 제 목(Title): [여행기 XIII] 여행의 사치 플라톤 :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아카데미아의 문을 들어 올 자격이 없다. 란다우 : 아인시타인과 셜록 홈즈를 모르는 자는 이 글을 읽을 자격이 없다. 여행을 하다가 보면 사치를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음식을 사먹고 비싼 호텔 에서 잔다는 의미가 아니고 모자라는 시간을 쪼개어서 남들이 안 가는 장소, 그러나 자신은 꼭 가보고 싶은 ` 나만의 장소 ' 를 찾아가 보는 것이다. 내가 처음에 베른을 꼭 구경하겠다고 했을 때 나에게 조언을 해 주었던 사람들은 다 뜯어 말렸다. 베른은 별로 볼 것이 없다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이고 란다우 너는 그 짧은 시간에 더 좋은 데를 구경해야 한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 였다. 하지만 왕고집 란다우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기어코 베른에서 한나절을 보내고야 말았다. 내가 베른을 꼭 가보고 싶어 했던 이유는 그곳이 스위스 연방의 수도라던가 하는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고 아인슈타인이 특허국의 기사로 일하면서 특수상대성 이론 을 만들어낸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집이 지금은 기념관이 되어서 당시의 기념물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란다우는 그 좋다는 루체른 을 날려버리고 기를 쓰고 베른으로 갔던 것이다. 그런데... 헥헥 거리고 찾아간 아인슈타인 하우스는 무참하게도(?) 나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고 문을 닫아 놓은 상태였다. :( 대개 문을 닫으면 왜 닫는다는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그놈의 장소는 설명하나 없이 기냥 문을 닫아 걸어 버린 것이다. 대신에 그 건물 1층에 이름만 ` 알버트 아인슈타인 레스토랑 ' 이라고 멋들어 지게 붙여 놓은 술집만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엉엉~ 나의 기대를 배신하다니..;_; 건물 겉 껍데기만 구경하고 기차역으로 터덜터덜 돌아 오면서 속으로 빌어먹을 베른! 을 연발하고 있었는데... 그 베른이란 도시가 아주 재미있게 생겼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아인시타인의 집이 있던 곳은 크람가세 라고 해서 전차가 다니는 길이었는데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교차로 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시계가 서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한 켠으로 비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교차로 한복판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트람가세를 따라 가는 사람들은 그 시계를 아니 볼래야 아니 볼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계들이 베른의 명물이라고..) 오며가며 그 큰 시계들을 서너개 지나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시계의 시간들이 약간 틀리는 것 같았는데..... 킥킥.... 공연히 베른의 도시구조가 상대성 이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트람가세의 한블럭을 하나의 좌표계 (reference frame) 으로 보고 그 블럭의 시계가 그 곳의 시간을 가리킨다고 생각 하면 각각의 좌표계의 운동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는 상대성 이론의 도입 부분하고 아주 비슷하다는 연상..... :) 과학도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입장에서 개개인의 기호가 이론에 영향을 미친다 는 주장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 베른과 상대성 이론과의 닮은 꼴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아인슈타인이 베른에서 살지 않았다면 상대성이론을 만들어 내지 못했거나 만들어 냈어도 많이 다른 형태를 취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하우스의 내부는 구경하지 못했지만 난 속으로 역시 베른에 와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좋아했었다. ^_^ 그다음의 사치는 영국에서.... 나는 베이커 거리 221번지의 B 호를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했다. ( 이 주소만 듣고 여기가 어디인지 안다면 당신은 추리소설 매니아 의 자격이 있다. :) ) 위의 주소는 추리소설 사상 불멸의 캐릭터인 셜록 홈즈가 가상으로 살았던 주소. 사실 처음에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그 놈의 베이커 거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진짜로 그런 거리가 있기나 한 지 걱정스러웠었다.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나온 여행 안내서에는 그곳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런던을 돌아다니는데 필수적인 지하철 지도를 보니까 (런던의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겼는데 underground 라고 합니다.) 글쎄 Baker Street 라는 역이 있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횡재한 란다우는 잘 알지도 못하는 유물을 구경하는 대영 박물관구경을 후다닥 해치우고 언더그라운드를 이용해서 바람처럼(?) 베이커 거리를 향해갔다. 그 때만 해도 속으로 이거...공연히 아무것도 없는 허름한 집한채 구경하러 시간낭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세상에 베이커 거리에 가보니까 온 스트리트가 셜록홈즈 천지인 것이었다. ! :0 셜록홈즈 술집, 셜록 홈즈 책들을 파는 서점, 셜록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물건들 (파이프나 사냥모자 같은 거..) 을 파는 상점 등등등.... 주머니가 털털 비었으니 그런 것은 하나도 못사고 우선 221번지를 찾아갔는데, 이상하게 그 자리에는 큼직한 빌딩이 들어서 있기만 한 것이었다. 음... 사실 백년이나 더 전의 이야기이니... 이렇게 생각하면서 빌딩을 둘러 보는데 빌딩 중앙 쯤에 (정확히 221번지의 자리에..) 쇠로된 판이 벽에 박혀있고 그곳에는 바로 이곳이 셜록홈즈 소설에 나오는 베이커 거리 221번지 이다 라고 쓰여있고 파이프를 문 셜록 홈즈 그림과 ` 주홍색 연구 ' 라는 소설 (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제 1편) 의 마지막 구절이 새겨져 있었다. 거기서 사진을 한장 박고 란다우는 미친 놈처럼 그 문을 밀고 들어 가 보기로 했다. 그 건물은 겉보기에 사무실 용으로 지어진 근사한 빌딩이었는데... 허름한 거지(?) 란다우가 밀고 들어가니 뭔가 이상한 것이다. 당연히 수위가 막아섰다. 못하는 영어로 더듬더듬 난 베이커거리 221번지를 구경하고 싶어서 온 사람인데....어쩌구 했더니 그 친절한 수위 아저씨 (그 사람 만이 아니고 영국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친절하다.) `아하~! 셜록 홈즈!' 하면서 큼직한 팜플렛을 하나 주며 이것을 읽어 보고 옆의 231번지를 찾아가 보라고 안내를 해 주었다. :) Thank you. 팜플렛을 찬찬히 읽어 보니까..하하... 나처럼 멋도 모르고 그 주소를 찾아오는 또라이가 한둘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예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그 빌딩에서 안내문을 인쇄해서 여러가지 재미난 이야기들을 알려 주는데, 셜록 홈즈를 실존 인물로 착각해서 지금까지도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편지가 매주 100여통씩 날라 오고 있고 셜록 홈즈 씨를 만나겠다고 직접 찾아오는 놈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아울러 실제의 221번지는 가공이고 작가인 코난 도일이 이 거리 231번지에서 살면서 자기가 사는 집을 그대로 모델로 해서 소설을 쓰되 숫자만 살짝 바꾸어서 221번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건물은 그런 악연으로 인해 지금도 셜록홈즈 앞으로 오는 편지들을 처리하는 일만 전담하는 비서를 두어야 한다나? :) (책 한권의 위력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해요.) 코난 도일이 살았던 231번지를 찾아가 보니 그곳에는 셜록홈즈 박물관이 있었다. 어떻게 들릴지 몰라도 나에게는 대영박물관보다 그곳이 더 재미있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깐.... 그곳은 입장료를 물면 티켓을 끊어 주는데 ` 허드슨 부인의 하숙집 요금 '이라고 찍혀 있고 건물의 구조가 소설에 나오는 것하고 꼭 같다. 19세기 영국경찰의 복장을 그대로 재현한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심지어 계단 갯수도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설들을 외울 정도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안에 들어가서 본 방안의 모습은 커다란 벽난로라든가 여러가지가 내가 책에서 읽고 기억하는 사실들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날 안개라도 자욱하게 끼었으면 정말 소설속의 한장면이었을 텐데...쩝... 그외에도 홈즈 시리즈의 초판본이라든가 19세기 당시의 복장, 사용되던 물건, 코난 도일 경의 유품, 배스커빌 가의 개 의 장면을 본따 만든 미니어처 등 재미난 물건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 구경을 다 하고 나서 방명록을 보니까 한국에는 잘 안알려진 탓인지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많이 보이던 한국사람 이름이 안 보이고 일본인들과 미국인, 유럽인들 뿐이었다. 이번여행에서 그곳이야 말로 내가 가장 잘 했던 일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여행 안내도 따라 가라는데 가서 보라는 거 본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내맘대로 맨 땅에 헤딩하는 수준으로 추진해서 가장 수확이 좋았던 구경거리 였으니까.....^_^ 역시 란다우는 해괴한(?)일을 해야 어울려.푸하하하~~! to be continued. landau 누가 나보고 한가지 삶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말안장 위의 인생을 고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