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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5월01일(월) 03시50분45초 KST
제 목(Title): 루이는 죽어야 한다 



프랑스의 공포정치는 실로 무서운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빈곤의 악순환이나 

실업의 끊일 새 없는 참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사회 혁명의 희생은 그것이

아무리 비싼 대가라 하더라도 결국 이들이 제거하고자 하는 해독이나 현 제도하에서

때때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전쟁의 희생보다는 가벼운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공포가 우리 가슴속에 거창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다수의 거룩하신 귀족들이 

희생자가 되었고 또 우리는 특권층이 곤경에 빠지면 더 애처롭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을 정도로 그들을 존중하는 데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 네루, '세계사 편력'에서



그렇다. 일찌기 프랑스의 지성은 이러한 특권층에 대한 도착적인 동정심을 깨끗이

부정한 바 있다. '인류를 구성하는 것은 인민이다. 인민 아닌 자는 일일이 고려할

바 못되며 사소한 존재에 불과하다'라는 루소의 싸늘한 선언이 그것을 보여준다.



대구에서 폭발 사건이 나기 며칠 전, 우리의 자랑스러운 사법부는 아리송한 판결로

staire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성수대교 붕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재판에 회부했던 

피라미 6마리를 어정쩡하게 풀어주고 만 것이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 이유라는 게 너무나 어처구니없어 도대체 법대에서는 무얼 가르치는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 일으킨다.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나 피고들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할 때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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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의 구속 수사 과정에서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이 되었음을 

감안하여' 풀어주고 말았다는 사법부의 과감한(?) 판단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대구에서 흘린 핏값을 치러야 한다. 빌라도처럼 피묻은 손을 씻고 돌아서는

것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지는 못하리라...



프랑스 혁명의 절정은 국왕 루이 16세의 처형 장면이다. 우리의 동문 선배 김영삼

학형처럼 우매하다는 핑계 하나로 슬쩍 책임을 회피할 뻔했던 루이는 불운하게도

로베스피에르의 오른팔이었던 상 쥐스뜨의 역사에 남을 연설로 인해 단두대에 서야

했다. 



상 쥐스뜨는 말했다...

'루이는 분명히 아둔한 통치자에 불과했다. 오늘날 프랑스를 떨치고 일어나게 만든

 모든 폐습과 착취의 모순은 그의 선왕들과 귀족들이 만들어내고 유지해온 것이며

 바보 루이에게는 그것을 어찌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아니 그 이전에 그것을

 인지해낼 통찰력조차도 없었다는 무지의 죄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가련한 루이의 목숨을 살려주어야 할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외친다. 루이는 죽어야 한다!

 루이의 목을 자르는 것은 우리를 억눌러 온 압제의 뿌리를 자르는 것이다. 

 언제 또다시 우리를 위협할지 모르는 모든 어두운 세력들의 흰 깃발(부르봉 왕가의

 상징)을 꺾음으로써 인민의 결연한 의지를 떨치는 것이다.

 우리의 국왕으로서 우리의 머리 위에 군림했다는 그 하나의 죄목만으로도 루이는 

 죽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성수대교 사건의 당시에 끓어올랐던 우리의 격앙이 흐려진

틈을 타서 저들은 다시 모든 것을 원래의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넣고 만다. 

아니, 그것이 어찌 성수대교 사건 뿐인가. 우리의 현대사에 먹칠을 한 이승만이 

그랬고 정치 마당에 총칼을 끌어들인 박정희가 그랬고 빛고을의 피바람을 불러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가 그랬다. 우리는 너무 쉽게 용서하고 잊었다. 

우매하다는 이유 하나로 김영삼에게 면죄부를 던져도 될 것인가?

사실 그는 우매하지도 않다. 다만 음험할 뿐이다.

'루이'는 죽어야 한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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