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5월01일(월) 00시12분38초 KST 제 목(Title): [여행기 XII]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란다우는 여행 하면서 돈 때문에도 애를 많이 먹었다. 우선 빠른 시간내에 여러 나라를 돌아 다니다가 보니 환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가는 곳마다 하루이틀 머물면서 `꼭 필요한 만큼만' 그나라 돈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그 꼭 필요한만큼만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전을 여러번하면 그 때마다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곤란하고....돈을 남기면 특히 잔돈을 많이 남기면 동전은 환전을 안 해주기 때문에 그것도 골치였다.(그래서 지금 나에게는 쓰다 남은 각국 동전이 한웅큼이나 남아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바뀌는 각국 동전에 익숙해 지는 일에 비하면 환전은 차라리 쉬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일에 처음 도착한 그날 저녁, 뒤스부르크에서 있었던 웃지 못할 이야기 하나.... 저녁식사 대신으로 맥도널드 햄버거집에 가서 이거저거 주문하고서 돈을 내는데 13 마르크 몇십 페니히 정도 계산되어 나왔다. 란다우는 주머니에 한웅큼 있던 동전중에서 대충 맞도록 주워준 것 같은데....뭐가 약간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주문 받는 독일애가 모라모라 그러면서 동전들을 주욱 늘어 놨다. 음...1마르크가 부족하군. :( 아마 내가 1마르크짜리를 2마르크로 착각하고 준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시 동전더미에서 돈을 찾는데.... 이상하게 당황하니까 어느 게 어느 건지 구분이 안 가는 것이다. 1마르크만 더 있으면 되는데 50 페니히 아님 2마르크 짜리만 보이고 1마르크가 안 보이는거다. 음냐... 그런데 그 맥도널드에서 주문받던 독일 녀석...아까부터 내가 독일어 못하고 버벅대는 것을 보더니 나를 아주 우습게 본 모양이다. 냉큼 내 손에서 지가 동전을 골라가더니.... 글쎄 그 때 막 나온 내 주문 메뉴들 위에 가격에 맞추어서 돈을 하나하나 놓으면서 값을 세고는 나보고 " 인제는 이게 얼마인지 알겠지 ? " 이런 표정을 짓는 거였다. 그 때 내 머리에는 옛날 6.25 때 일부 무식한 미군들이 돈을 계산하려면 합산을 못해서 물건 위에 일일이 돈을 놓아 보아야 했다는 이야기가 떠 오르면서 이 독일놈이 지금 날 그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엉엉.....세상에...... 그래도 내가 한국에서는 물리학 하고도 박사과정생이라고 실제로는 잘 하지도 못하지만 어쨌건 보는 사람마다 ` 수학 잘하시겠네요? ' 하는 물음을 받는 사람인데 이 머나먼 독일 땅에 와서 햄버거 집 캐셔 놈에게 산수를 못하는 열등민족 취급을 받은 거다....;_; 정말 한국에서 내 성질대로 했으면 그 캐셔놈은 내 손에 맞아 죽었을 거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까지는 안 따라도 그 동네 분위기에 따라야 하니까... 그냥 오케이 오케이 하구 나오고 말았다.으으으......:( ( 소어 선배님, 제가 독일에서 당한 이 수모(?)에 비하면 슈퍼에서 당하신 선배님의 비극은 약과에요. :P ) `돈'에 대해서 느낀건데....유럽의 나라들은 과학자를 아주 소중히 여긴다. 마치 우리나라 만원짜리에 세종대왕이 그려져 있는 것처럼 독일 돈에는 유명한 수학자 가우스(Gauss)가 그려져 있고 영국 돈에는 물리학자 패러데이(Faraday) 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유명한 과학자가 없어서 한국 돈에 과학자가 없다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돈에 과학자의 초상을 새길정도로 과학자를 소중히 하는 것은 솔직히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프랑스 돈 같은 경우에는 2프랑 짜리인가 동전에 쟝 뮬랭 ( Jean Moullin : 스펠링이 맞나 모르겠네요, 워낙 불어는 깜깜이라.) 의 초상이 새겨져 있었다. 쟝 뮬랭은 2차대전 때 나치 점령하의 파리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레지스탕스 지도자. 43년인가 독일군에게 체포 되어서 고문 끝에 옥사한 인물이다. 한국으로 치면 김 좌진 장군이나 윤 봉길 의사 같은 인물인데.....그 동전을 보면서 생각하니까 우리나라 돈에는 독립투사들의 초상이 하나도 없는 거다~! 푸푸푸~~ 애국선열들이 푸대접 받는 것이 하루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 프랑스 돈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순국선열 한 분 화폐에 초상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문제와 연결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또 한가지.... 유럽이 다른 나라들 과는 달리 영국에 가면은 유난히 무명용사 묘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현충일 아니면 찾아가지 않는 국립묘지에 큼직한 거 하나 처박아 놓은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늘 생활하고 지나다니는 공원이나 명소에 별볼일 없는(?) 졸개들을 기리는 무명요사비가 널려 있는 것이다. 런던탑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내리면 작은 공원이 있고, 그 주위를 빙~ 둘러서 2차대전 때 전사한 해군함정의 이름과 그 승무원 명단이 일일이 다 적혀져 있다. ( 영어로 Merchant Navy 라고 되어 있는데 내 짐작에 군인이 아닌 상용 선박이 전쟁에 참여 했다가 침몰한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들은 신의 영광과 국왕폐하와 조국을 위해 바다에서 목숨을 바쳤기 때문에 묘지조차 없다. 그래서 이곳에 그들의 이름을 새긴다..." 영국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공연히 감동적인 거 있지. 나에게는 런던탑 보다 그 무명해군비가 더 인상적이었다. 영국의 국립묘지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가면 가장 중앙의 좋은 자리에 윈스턴 처칠의 묘소와 더불어 무명용사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만들어져 있다. 1차대전 때 프랑스 전선에서 전사한 어느 영국군인의 사체인데 성명은 물론 계급조차 알 수 없지만 모든 무명전사자를 대표해서 웨스트민스터에 안장되어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고. 무명용사묘를 처칠의 묘와 동등하게 나란히 만들어 놓는 나라.....영국. 그 외에도 코만도 부대 (영국의 특전부대), 잠수함 부대, 제 X 사단 X 연대 하는 식으로 부대별로 전사자를 기리는 기념비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말할 것도 없고 하이드 파크같은 곳에 수두룩하다. 이것도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전 유럽을 호령했던 나폴레옹도 세계제국을 꿈꾸었던 히틀러도 영국만은 어쩌지 못했던 이유가 이런 데 있는 것은 아닐런지? 내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다른 것은 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못했지만 위에 언급한 두가지만큼은 우리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to be continued. landau 누가 나보고 한가지 삶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말안장 위의 인생을 고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