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4월24일(월) 23시02분13초 KST 제 목(Title): [여행기 VIII] TGV 와 ICE 탑승기. * 나에게 꼭 TGV 를 타보라고 권유해 준 고마운 후배에게... 좀 흔한 말이지만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곤 한다. " 유럽의 다른 도시를 보기 전에 파리를 보지 마라. " 그만큼 파리가 좋은 곳이고 파리를 보고나면 다른 유렵도시들은 시시해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 하긴 그런 말도 있어요. 파리를 보기 전에 로마를 보지 마라.) 이 이야기를 유럽의 기차에 적용시킨다면 란다우는 이렇게 쓰고 싶다. " 유럽의 다른 기차를 타기 전에 TGV 를 타지마라. " ^_^ 원래 내가 짠 여행계획에는 TGV 를 타는 것이 없었는데 나보다 먼저 유럽을 일주 하고온 후배가 하도 권하길래 란다우는 일부러 TGV 를 타는 구간을 하나 집어 넣었다. 앗....그런데.... 너무 좋은 거 있지. :) 그만 고급열차에 맛을 들여버린 란다우는 2주 조금 넘는 여행 사이에 자그마치(?) TGV 를 4번 ICE 를 3번이나 주워타는 열성을 보였다. 도중에 한번 잃어버리는 통에 거금을 들여서 다시 사기는 했지만, 유레일 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고급열차도 돈 안내는 것은 마찬가지 인지라 란다우는 기를 쓰고 고급열차들을 많이 이용했다. (본전 뽑아야지, 안그래요?) 처음에 TGV 를 탈 때에는 기차가 빨라봤자 얼마나 빠르겠나 하고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TGV 가 파리 시를 벗어나서 속도를 내기 시작하니까 그게 아니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가속때문에 약간 뒤로 눌리는 느낌... 마치 비행기를 연상 시키는 간접 조명... 가까운 경치만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경치도 휙휙 지나가는 데에서 오는 속도감... 란다우는 파리에서 스위스의 베른으로 가는 구간에서 TGV 를 한번 타고서는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0 게다가 유레일 패스는 나이가 만 26세가 넘으면 무조건 100달러 정도를 더 내는 대신에 1등석 표를 주기때문에, 란다우는 팔자에도 없는 고급 1등석에 앉아 호사란 호사는 다 부릴 수가 있었다. 넓직한 TGV 1등석에 앉아 바람처럼 지나가는 프랑스 의 경치를 구경하는 맛이란..... 독일의 ICE 는 또 다른 맛에서 나를 즐겁게 했다. TGV 보다 속도가 떨어지는 대신에 ICE 는 내부시설이 한마디로 캡이었다. 완전 자동문이 객실간에 설치되어 있고 어떤 열차에는 좌석마다 액정 TV 가 달려 있어서 채널에 따라 프로그램을 골라 볼 수 있는 정도. 그리고 큼직한 스크린이 있어서 마치 비행기처럼 지금 속도가 얼마고 시간이 몇 시이고 이 기차는 언제 어느 역에 도착할 거고 이런 내용이 달리는 도중에 계속 게시된다. 아침에 ICE 를 탔더니 커피까지 주더라.으아... 한가지 골 때렸던 일은....베를린으로 가는 ICE를 탔을 때, 액정 TV의 소리가 안들리길래 비행기처럼 생각하고 승무원을 불러 이어폰을 가져다 달랬더니만 이어폰을 가져오고는 갑자기 이어폰 값 6마르크 50 페니히를 내 놓으라는 거다. 으윽.... 이어폰은 따로 돈내는 거야? 그래서 공짜인줄 알았다고 해서 물러버렸다. :( 또 한가지 우스웠던 일은 내가 유레일 패스 때문에 1등석을 이용했다는 사실에서 나왔다. 내가 보기에 프랑스의 TGV 같은 경우는 그래도 많이 대중화가 되어서 귀족열차란 느낌이 별로 없는데 반해 독일의 ICE 는 주로 돈많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듯했다. 그래서 ICE 의 1등석을 타면 주로 넥타이에 정장을 가지런히 맨 비지니스 맨들이 대종을 이루는데.... 거기에 란다우 같은 거지(?)가 막 잠에서 깬 듯한 얼굴로 가방을 질질 끌면서 나타났던 것이다. 장기간의 여행으로 위생 상태는 겨우 거지를 벗어난 수준이죠, 복장은 후줄그레한 트레이닝 복에 운동화, 짐은 지저분한 가방에 열어보면 먹다남은 빵, 어제 입고 넣어 놓은 속옷 뭐 이런 거 뿐이고. :) 이런 차림으로 넥타이맨들의 한복판에 자리를 털썩 잡고 앉으면 독일 애들의 표정은 거의 한결같다. "저 자식, 틀림없이 2등석인데 칸을 잘못 찾았을 거야." 그런데 검표원이 와서 란다우의 유레일을 보고 나서 Danke! 하고 가버리면 애들의 눈이 휘둥그레 지는 것이다. 푸하하하..... 그거뿐이면 좋으련만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점심을 먹을려 치면 더더욱 곤혹 스러워 진다. 유럽의 열차는 대개 식당칸이 딸려 있어서 돈많은 1등석의 비지니스 맨들은 대부분 식당차에 가서 먹거나 아님 승무원에게 시켜서 간단한 요리를 자기 자리로 가져오게 하는데, 란다우야 배낭여행자이니 그럴수는 없고 ICE 1등석에 버티고 앉아 빵을 짭짭 거리면서 밥을 먹는 것이다. 그그저께 오스트리아에서 산 빵, 오늘 아침에 하이델베르크 유스호스텔에서 업어온(?) 잼, 기차역에서 산 우유 이런 걸 차려(?) 놓고 양복쟁이들 사이에서 점심을 먹으니 독일 애들의 표정은 이제 거의 경악 일보직전..... :P 아마...이것도 여행 비수기인 탓이었을 거다. 여름철 같으면 여행자도 흔하고 양복장이들도 다 휴가가고 바캉스 갈테니 내가 그렇게까지 동물원의 원숭이 취급 받지는 않았을텐데. :) 프랑스의 TGV 가 웃기는 것은...1등석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 물건을 마구 갔다가 안긴다는 사실이다. 란다우는 독일의 ICE를 탈때 이어폰으로 한번 쪽팔림을 당한 적이 있는지라 안 받으려고 했는데, 비행기의 스튜어디스 뺨치게 생긴 이쁜 여승무원이 공짜라구 그러길래 냉큼 받았다. 한 번은 프랑스 말로 씌어진 무슨 잡지를 주는데 내용은 하나도 모르겠지만 프랑스 여배우들 사진이 잔뜩 나와 있어 재미있게 보았고, 한번은 예쁜 포장에 좋은 향수 냄새가 나는 고급비누를 주길래 이게 왠 떡이냐하고 잽싸게 가방안에 집어 넣었다. 안그래도 이탈리아에서 털린 이후로 선물을 사가지고 갈 돈이 부족해 고민이었는데 한국에 있는 아가씨한테 줄 선물이 거저 생긴 것이다.헐헐헐.... 뭐...내가 꼭 TGV 타면서 뇌물(?)을 받아 먹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한국이 고속전철을 건설하면서 ICE 대신에 TGV 를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인것 같다. (절대루 TGV 가 나에게 비누 줬다고 이러는 거 아님!!! :) ) 내부시설이 좀 떨어지긴 해도 TGV가 ICE 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고속전철로서의 유효성이란 측면만 본다면 TGV가 훨씬 우수하다. TGV 타고나서 ICE를 타면 느려터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ICE 의 경우 원래 기본속도가 느리고 그나마 ICE 가 주로 다니는 남부독일이 지형이 평평하지 못해서 풀 스피드를 내지 못하고 감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도감이 더 떨어진다.반면에 TGV 는 우선 기본속도가 빠르고 주로 다니는 파리 일대가 완전히 평원지대라서 한번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도무지 감속할 생각을 안한다. ( 파리-릴 구간을 달릴 경우 1시간동안 방향을 바꾸는 일이 거의 없다.) 독일대학에 있을 때 거기 학생들이랑 같이 밥을 먹다가 한국의 고속전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독일 애들은 자기네 나라의 ICE가 프랑스의 TGV 에게 패배한 것이 몹시 약이 오르는지 한다는 소리가... " 우리 독일에서도 리베이트를 좀 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었어. " 이러는 거다. 마치 자기네 독일은 100% 공정하게 경쟁에 임했는데 프랑스가 뇌물을 써서 부정하게 수주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듯이 말이다. 흥! 내가 직접 타보니까 TGV 가 ICE 보다 훨씬 낫더라.:P 독일이라구 뭐 공정하게 했겠어? 하지만 한가� 언급할 것은....TGV 가 우리나라에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내가 처음 TGV를 탄 것이 파리-베른 구간 이었는데 지도를 펴놓고 보면 아시겠지만 파리 근교는 완전히 평원지대인데 반해 베른에 가까와질수록 산이 많아진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출발할 때는 완전히 비행기처럼 나르던 TGV 가 두시간 쯤 지나니까 속도가 점점 떨어지더니 알프스 근처에 와서는 완전히 보통기차나 다름없이 발발 기어서 가는 것이었다. 글쎄....평원지대에 맞게 만들어진 TGV 가 한국같이 산이 많은 구릉지대에서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 지는......................................???????????????????????????? 하여간에 란다우는 TGV 에 맛들이는 바람에 다른 열차들이 시시해 보여서 고생했다는 그런 이야기.:) ( 신깐센은 언제 타보나... ) landau 누가 나보고 한가지 삶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말안장 위의 인생을 고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