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4월23일(일) 23시24분13초 KST 제 목(Title): [여행기 VI] 란다우를 괴롭혔던 것들. 아마 여자들은 백번을 유럽여행해도 이런거 모를거다. 란다우가 맞닥드렸던 고민스러운 문제.... 푸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처음 내려서 자연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 화장실로 직행한 란다우, 그만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글쎄 남자 화장실 에만 있는 그 무엇이 너무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아니...이 독일 놈들 자기네 키 크다고 자랑 하려는 건지, 왜 이렇게 높게 만들어 두는거야. 란다우도 특별히 작은 키는 아닌데 독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니 (불가능 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 나중에 실험파트너 린트너에게 이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린트너 이 친구 웃으면서 그럼 란다우 너는 큰 일을 보는 데다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으윽....명색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데 그럴 수 있냐.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 여행 내내 란다우는 꿋꿋하게 독일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했다. :) 그 다음에 나를 괴롭혔던 문제는 빨래. 어차피 한달내내 입을 옷을 다 가져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 옷을 내 손으로 세탁해 입어야 했는데, 한국에서는 어머니 덕에 양말빨래 한 번 안 하면서 팔자 좋게 지내온 나에게는 그 세탁이란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여름 같으면 날씨도 좋고 옷도 얇으니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3월은 절반은 겨울이 아닌가 말이다. 란다우는 머나먼 독일 땅에서 난생 처음으로 빨래란 것을 하게 되었는데 (그나마 세탁비누도 아니고 세수비누를 가지고서...) 독일의 물이 나쁜 탓인지 거품이 잘 안 일어나서 무지 고생했다. 또 그 동네는 이상하게 습해서 빨래가 잘 안 마르는 통에 결국 속옷과 양말, 수건 정도나 빨아서 쓰고 겉옷은 좀 지저분해도 안 빨고서 그냥 입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양말도 하루밤 사이에 안 마르는데, 겉옷을 빨았다가 말릴 자신이 없어서 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동해야 했으니까. 여행중에 만난 한국여행객들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여자들이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더 강했다. 여자들은 여행기간이 어느정도 지나도 왠만큼 깔끔한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남자들의 경우는 열흘만 지나면 거지꼴이 되기 일쑤였다. :)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나를 가장 괴롭혔던 문제는 `먹는물' 문제였을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란다우는 하루에 물을 1리터 넘도록 마셔대는 물체질인데 그놈의 유럽에서는 (특히 독일) 도무지 마실 물을 구할 수가 없는 거였다. 한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유럽전체의 수도물은 굉장히 나빠서 그냥 마시기가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북부독일의 물은 석회 성분이 많이 함유 되어 있어서 물맛이 아주 이상하고 먹어도 느낌이 영 찝찌름했다. :( 여행기간에 수분을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은... 유럽애들이 주로하는 방식대로 커피나 홍차, 독일에서는 맥주를 먹어대는 것이다. 독일대학에 있을 때 내가 본 바로는 그네들은 그냥 물을 먹는 일이 거의 없고, 거의 전부다 커피나 홍차 콜라, 아니면 맥주를 마심으로써 수분을 섭취했다. 그런데 문제는 란다우가 커피,홍차는 물론이고 맥주도 전혀 안 마시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P 그러니까...나는 졸지에 유럽에서 물을 먹을 방법이 없어진 것이었다. 딱하나 방법은 콜라를 마시는 것이었는데 일주일간 계속 콜라만 먹어댔더니 이빨이 이상해져서 집어 치웠고, 미네랄 워터를 사 마시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비싼데다가 (우리나라 생수병 절반만한 것이 2마르크...한화로 1100원정도) 잘못사면 탄산수를 사서 콜라만도 못한 결과를 낳게 되므로 좋은 방법이 못 되었다. 마지막에는 이거 유럽수도물 먹고 배탈이 나서 죽으나 물 못 마시고 말라 죽으나 피장파장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냥 눈 딱 감고 수도물 마셔 버렸다. 처음에는 약간 복통도 있고 느낌이 이상했는데 나중에는 적응이 되었는지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단지 예외는 알프스 산록에 있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 두나라는 물이 산에서 내려오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엄청나게 좋다. 마치 내가 어릴때에 그 맑던 한국의 약수처럼. 수도물 그냥 받아 마시는 것이 수퍼에서 생수 사먹는 것보다 훨씬 나을정도였고 실제로 그 나라 국민들도 거리낌 없이 수도물 받아 먹고 있었다. 식수 못지 않게 나를 괴롭힌 또 하나의 문제는 담배값. :( 유럽의 물가가 다 비싸 지만 그중에서도 담배값은 유난히 비싸서 최소한 한 갑에 2500원이고 툭하면 3000원을 넘어간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흡연인구를 줄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담배값을 높게 책정한다고.....) 한국에서 가져간 담배는 열흘만에 다 떨어지고 란다우는 평생 피울 말보로보다 더 많은 양의 양담배를 피워댈 수 밖에 없었는데, 내 하루 식비가 평균 만원도 안되었으니 그 놈의 담배값이 얼마나 내게 금전적인 압박을 가했는지는 집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한대 태울 때마다 마치 돈을 태우는 듯한 느낌.....:d (그나마 몸이 피곤하고 늘 긴장하고 있으니까 더 많이 피웠다. 하루에 한갑이 넘게 연기로 날아가 버렸다.) 일반상식적인 경로와는 다른 내 일정도 나를 피곤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보통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제일처음 영국에 내려서 구경을 한다음 도버해협을 건너 대륙으로 나오고 유럽을 쭉 돌은 다음 파리나 푸랑크푸르트에서 서울행 비행기 를 탄다. 그런데 란다우는 제일 처음에 독일에 가야했기 때문에 위의 정석코스를 거꾸로 돌았다는데에서 문제가 생겼다. 만나는 한국여행자들을 붙잡고 아무리 물어도... 아무리 여행안내서를 읽어봐도... 영국-->프랑스 방향으로 오는 법만 알 뿐 그 반대로 가는 법을 모르는거다. 으윽.. 영국 런던에서 람스게이트나 도버로 가는 기차를 타고 내려서 어느 버스를 타고 어디루 가면 프랑스로 가는 배표를 파는데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을 붙잡고 "그거말구....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난 집에 가는 비행기를 런던에서 타야한다구!" 이러면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다. 결국 프랑스 교포 분이 칼레로 가면 영국가는 배를 탈수 있다고 하셔서 칼레까지 간다음 물어물어 배타는 곳을 찾아가 도버해협을 건널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웃겼던 일은 상식과 벗어나는 유럽의 봄날씨.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상식과는 다르게 내가 가는 곳마다 이상기후 천지였다. 비만 주룩주룩 내리는 이탈리아, 햇발이 찬란한 영국 , 따스한 독일. *P 처음에 뒤스부르크에 갔을 때부터 린트너가 말하길 란다우 너 오는 날부터 날씨가 이상해졌다...그러더니 한달내내 날씨가 요상해서 나를 무척 애먹였다. 가장 괴로왔던 때는 이탈리아에서 밤기차로 알프스를 넘어 오스트리아로 향할 때. 나중에 들으니 그 때 전유럽에 꽃샘추위가 덮친 것 같은데 높은 산맥을 지나고 있었으니 추운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추웠다. 새벽 3시쯤 되니 발끝이 얼어오고 코 끝이 간질간질한것이 감기에 걸린 듯 .... 잠자는 것도 포기하고 줄창 담배를 빨아대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검표원이 그런다. "이 칸이 어제 밤부터 난방기가 고장났걸랑요? 죄송하지만 옆칸으로 옮겨 주실래요? " 으윽...어쩐지 춥다 했더니..... :( 덕분에 란다우는 오스트리아에서 몸살 기운이 떨어지지를 않아 몹시 고생했다.우리나라도 봄날씨가 변덕스럽지만 정말 그 동네 의 봄날씨는 X판 오분전일 정도로 엉망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괴롭힌 요소는 벚꽃. 이상하게 따듯했던 3월초순의 날씨 탓인지 내가 오스트리아와 남부독일을 여행할 때는 가끔 벚꽃이 피려고 폼을 막 잡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 벚꽃들이 묘하게 관악산의 흐드러진 벚꽃을 연상 시키고 ` 이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벚꽃이 필 계절이겠지? '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바로위에 말한 그 추웠던 기차안에서... 차창 밖으로 피다가 갑작스런 추위에 시들어버린 벚꽃들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을 하고... 8시에 비엔나에 도착해야할 기차가 11시에나 연착하는 바람에 아침두 못 먹고 쫄쫄 굶으면서... 애꿎은 담배만 줄창 피워댔는데...(그나마 바로 사흘전에 도둑맞았지..) 정말 신세 처량하더라.....헐헐헐헐....(춥고 배고프고 졸립구 돈 없구 고향생각.) 여행 막판에 케임브리지에 갔을 때는 날이 따듯해져서 클레어대학 ( Clare college) 라는 건물 앞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데...그게 또 그렇게 객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고........ landau 누가 나보고 한가지 삶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말안장 위의 인생을 고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