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2년 5월 7일 화요일 오전 02시 53분 03초 제 목(Title): [란다우의 홍콩 여행기] 香港本色(2) 홍콩은 크게 보아서 세군데로 나뉘어 있다. 홍콩섬, 구룡반도, 신계지구. 홍콩섬은 한국의 여의도보다 조금 더 큰듯한 작은 섬이고, 홍콩섬의 맞은 편에 있는 작은 반도가 구룡반도이다. 신계지구는 구룡반도 북쪽에서 중국쪽으로 넓게 퍼져있는 지역으로 조금 썰렁한 지역이며, 우리가 홍콩하면 연상하는 복잡한 도시지역은 대부분 홍콩섬과 구룡반도에 집중되어 있다. 구룡반도 남쪽 끝과 홍콩섬의 북쪽은 넓이가 1킬로 미터쯤 되는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이 해협이 홍콩을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어준 커다란 항구(Victoria Harbour)가 있는 곳이다. 홍콩섬 쪽의 높은 산꼭대기 에서 밤에 빅토리아 항을 보면 형형색색의 불빛이 아름답게 보이는 덕분에 홍콩은 동양의 진주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홍콩섬 자체는 중앙부에 높은 산이 여럿 솟아 있어서, 남쪽과 북쪽으로 다시 나뉘는데, 홍콩섬의 남쪽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발상지로서 옛날 홍콩의 이미지 (대표적인 것으로는 배위에서 생활하는 보트 피플의 집단 거주지인 애버딘=Aberdeen. 요즘은 거의 없어졌고 관광객 대상으로만 약간 남아있답니다.)를 볼 수 있는 곳인데 반해서, 홍콩섬 북쪽은 구룡반도 남쪽과 더불어 지금 홍콩의 중심부를 이루는 곳으로 특히 으리으리한 빌딩과 금융계통 기업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구룡반도 쪽에서 해협 건너편의 홍콩섬 북단을 보면 건축가들이 탐을 낼만큼 기기묘묘하게 온갖 멋을 부린 여러 빌딩들이 주욱 늘어서 있어서 이것도 소문난 구경거리라고 하고, 밤에 보면 빌딩들에 형형색색 조명이 들어와서 낮과는 또다른 장관을 이룬다. 특히 밤에는 빌딩의 조명들만이 아니라 세계각국의 알아주는 선전간판들이 늘어선 채로 빛을 밝히고 있어서, 경제의 중심지 홍콩을 웅변해주는 느낌도 받는다. LG, 삼성 에서부터 필립스, HSBC등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기라성 같은 상표들을 한큐에 구경할 수 있다. :) 홍콩에서 돌아온 직후, 티비에서 `맛있는 청혼' 이라는 드라마를 방송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주인공이 중국요리를 배우기 위해 홍콩으로 가는 부분에서 홍콩섬의 경관이 꽤 오랫동안 비친 적이 있었다. (아마 남녀주인공이 여기서 키스 씬을 벌였을걸?) 나와 같이 구경을 다니셨던 S 교수님도 그 드라마를 보셨는지, `다우야, 그 티비에서 홍콩섬 빌딩들 비치는 것 봤냐? 우리 같이 갔던 곳이지.' 하면서 서로 기억을 되새긴 적도 있다. 내가 `맛있는 청혼'의 여주인공이었던 손 예진을 제일 좋아하는 배우로 꼽는 것도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 대륙에 붙어있는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으로 가려면, 바다밑을 지나는 지하철을 탈 수도 있고, 해저터널을 통해서 자동차로 갈 수도 있지만, 제일 재미있는 것은 역시 스타페리라는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한국 기준으로 말하자면 유원지 같은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꾸지리한 유람선 수준의 배지만, 지하철이나 해저터널이 생기기전부터 백년이상 홍콩인의 발이 되어왔다는 유서깊은 교통수단이다. 물만 보면 좋아하고 역사적인 것 좋아하는 란다우는 당연히 스타페리를 타고 학회장과 숙소가 있는 구룡반도 쪽에서 홍콩섬을 구경하기 위해서 해협을 건너갔다. 스타페리는 지금도 해협을 건너는 가장 값싼 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홍콩의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편, 선착장이나 배안에 옛날 처음 홍콩을 도시로 발전시킨 백여년 전의 영국인들이 페리를 타는 모습들 따위가 사진으로 걸려있어서 구경거리도 제공해준다. 가끔 튀어오르는 물방울을 맞아가면서 조금씩 다가오는 홍콩섬의 빌딩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정작 홍콩섬에 가서 보면 그 으리으리했던 빌딩들은 워낙 높아서 그다지 감흥이 없지만, 대신에 홍콩섬에는 구룡반도쪽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교통수단이 있다. 시내전차가 다니는 것이다. 도로위에 간단한 레일만 깔고 전기줄로 동력을 공급받으면서 딸그랑 거리며 홍콩섬 북쪽해안을 따라서 동서로 길게 시내전차가 다닌다. 우리나라에서도 60년대까진 서울시내에 전차가 다녔다하고, 유럽에 가면 심심치않게 시내전차를 구경할 수 있지만, 동양에서 이런 시내전차를 보는 일은 흔치 않은 것으로 안다. 성룡의 대표작 `폴리스 스토리'에 보면 열혈경관 재키 찬이 범인을 잡기위해 달리는 전차에 뛰어들어서 총질을 해대다가 문책을 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건의 무대가 된 것이 바로 이 홍콩섬의 시내전차인데, 영화를 봤을때만 해도 에이...어떻게 사람이 전차를 따라잡아 영화니까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홍콩에서 전차를 타보니 자동차와는 달리, 전차는 워낙 느릿느릿 한가하게 다니는지라 발빠른 사람이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직접 가서 보는 거랑 머리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다른긴 다르다. -,,- 낡디 낡은 시내전차지만, 홍콩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통수단이라는데 이유는 승차료가 거리에 상관없이 2 홍콩달러 (2원) 균일이어서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란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영국식민지 였던 홍콩의 역사 때문인지 버스만이 아니라 시내전차도 2층이라는 사실 이다! *_* 란다우도 유럽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시내전차 여러번 타봤고 2층버스나 2층 기차도 여러번 봤지만, 시내전차가 2층인 것은 홍콩뿐 이었던 것 같다. (하두 빨빨거리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드디어 기억이 가물거리며 헛갈리기 시작한 란다우 ㅜ,.ㅜ) 홍콩의 시내전차가 동서로 달리는 홍콩섬의 북쪽해안선은 홍콩섬의 번화가이기 때문에, 느릿느릿 달리는 전차의 2층에 앉아 동서를 한번 횡단하고 나면 거짓말 좀 보태서 홍콩섬의 구경거리를 다 볼 수 있다. 아무리 멀리가도 차비는 똑같으니 걱정없는 그 여유작작함. ^_^ 홍콩섬 쪽에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구경거리가 있다. 빅토리아 피크 (Victoria Peak)라고 홍콩섬의 가장 높은 산에 전망대를 지어 놓았는데 여기서 밤에 바라보는 빅토리아 항구 경치가 그렇게 멋있다나 머라나. 솔직히 휘황한 서울의 야경에 익숙해진 란다우에게 야경은 좀 그저 그랬다. ^0^ (홍콩이 영국령으로 바뀌었던 때가 빅토리아 여왕시절이어서 그런지 홍콩에는 빅토리아 어쩌구 하는 지명이 흔하다) 오히려 재미있었던 것은 피크 트램(peak tram)이라고 해서 빅토리아 피크까지 엄청난 경사를 올라가는 톱니바퀴열차였다. 스위스의 알프스 올라가는 톱니바퀴 열차 비슷한데, 워낙 경사가 심해서 한 40도는 되는 것 같았다. 경사에 대비해서 미끄러지지 않게 열차바닥조차도 평평하지 않고 톱니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다. 열차가 경사를 오르면 톱니모양 바닥이 이번에는 계단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 홍콩섬은 침샤초이보다도 더 땅이 좁아서 30층짜리 아파트가 즐비한데, 그나마 평지도 아니고 산등성이에 위태위태하게 지어져있는 것들이 많다. 피크 트램은 이런 산등성이 고층 아파트들 사이를 지나서 위로 올라가는데, 40도쯤 기울어진 기차 안에서 밖의 아파트들을 보면 마치 30층 짜리 아파트들이 평지를 달리는 기차에 대해 엄청난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듯 보여서 가히 엽기적인 풍경이 되어버린다. 생각해 보시라. 30층 짜리 아파트들이 마치 지면에 대해서 40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듯한 광경을. 내가 많은 곳을 다녀보진 못했지만, 이런 엽기적인 풍경은 아마도 홍콩 아니면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홍콩섬의 북쪽은 워낙 땅이 좁은 탓인지 또한가지 희한한 풍물을 제공한다. 일단 중심가 환락가는 바닷가 쪽이고 동서가 무지 길다. 앞에서 말한 시내전차가 이길을 따라 동서로 길게 달린다. 거기서 남쪽으로 한두 골목만 들어오면 수수한 상점가가 나온다. 한두골목 더 남쪽으로 오면 경사가 꽤 높아지고 주택가가 되어버린다. 한두골목만 더 남쪽으로 오면 경사는 걸어올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급경사가 되어 버리고 (주택가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지경이다) 완전히 달동네 분위기로 바뀐다. 그 뒤로는 앞의 피크 트램에서 보았던 엽기적인 30층 고층 아파트들이 위태위태하게 서있다. 마치 나이테나 지층처럼, 홍콩섬 북쪽은 옆으로만 길쭉하고 위아래로는 폭이 몇십미터 밖에 안되는 중심가, 상점가, 주택가, 달동네가 나란히 바짝 붙어있는 것이다. `폴리스 스토리'에서 성룡이 지프몰고 엄청난 경사를 내려오는게 일부러 그런데 골라 찍은게 아니었다. 홍콩섬은 북부 일대가 다 그렇다 -_-;; 한마디로 말해서 도시가 생길 곳이 전혀 아닌데, 좁은 땅에 인간들이 억지로 몰려살다 보니 이런 기형적인 도시가 생긴 것이다. 사람들에게 홍콩 갔다온 이야기를 하면, 다들 볼거리가 뭐냐고 묻는다. 유럽처럼 역사가 긴 곳에 비하면 홍콩은 별루 볼게 없긴하다. 대신에 나는 그렇게 답하곤 한다. 홍콩은 도시가 워낙 별나서 그 자체가 볼거리야. :) 란다우는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여행객인지라, 비싼 상점은 언감생심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대신에 그 유명한 홍콩의 야시장...내지는 뒷골목을 구경 갔었다. 내가 처음 구경하고 나서 나중에 교수님 3분을 모시고 다시 가게 되었는데, 학회가 끝나고 늦은 시간에 가게되어서 거리가 조금 썰렁~~했다. 홍콩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탓인지 당장 조폭들이나 킬러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실제 홍콩영화에서도 이런 분위기에서 튀어나오긴 하드라... -_-;) 어두컴컴한 거리를 계속 가는것이 못내 불안하신 교수님들 연방, `란 박사, 지금 제대로 가는 것 맞어? 이런데 무슨 야시장이 있어?' 하고 불평하시다가, 코너 하나를 도는 순간 엄청난 규모의 야시장이 눈앞에 따악 드러나자 입을 쩍 벌리셨다. ^0^ 홍콩에는 남인가(男人街, Men's Market)와 여인가(女人街, Ladies' Market)이라는 두개의 커다란 야시장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남인가는 주로 남자용품을, 여인가는 여성용품을 판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시장이 여는 시간도 여인가는 대낮에 쇼핑다니는 여자들을 위해 한낮부터 초저녁까지 주로 열리는데 반해, 남인가는 퇴근후 쇼핑 나오는 남자들을 위해서 저녁부터 한밤중까지 열린단다. 이 야시장들은 그냥 점포가 늘어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도 전체를 포장마차 비슷한 상점들이 통째로 점거하고 불을 훤히 밝힌다음 장사를 하는데 그 규모가 도로를 대여섯 블록정도 점거하고 있어서 대충만 둘러보려해도 반나절은 충분히 걸린다. 당근 없는게 없다. 겉보기만 그럴듯한 버버리, 루이비똥 짝퉁부터 상인들에게 끼니거리 파는 국수집까지. 그러니까 홍콩의 남대문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 (흥정 매우 잘 통함.) 홍콩섬 남부에 가면 이런 야시장의 원조격인 스탠리(Stanley)란 곳이 있는데 이곳은 이태원 비슷해서 주로 관광객 상대에 바가지가 많은 반면, 남인가 여인가는 홍콩사람들까지 떼거지로 뒤엉켜 다니는 정말 살아있는 시장 분위기 그 자체였다. 란다우는 쇼핑하는 것을 무지 싫어하는 사람인데도, 시장구경 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을 정도다. 야시장에서 본것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조금 색스런 이야기인데.. 여인가를 구경 갔을때 커다란 간판에 胸鉀(가슴 흉, 갑옷 갑)이라고 씌어있고 그밑에 영어로 brassiere 라고 씌어있는 걸 보고 한참 웃었던 일이다. ^_^;;; 일본이나 중국처럼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를 다닐때는 한국과 그 나라들의 한자사용의 미묘한 차이를 보는 것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거리다. 홍콩은 거기다가 100년간 영국령이었던 관계로 영어까지 짬뽕이 되어서 기발한 표현이 수두룩했다. Industrial centre가 工業中心(공업중심)으로 표기되거나 템플 스트리트 (Temple Street)가 廟街(사당 묘, 거리 가)로 표기되는 정도는 차라리 애교에 속했다. 킴벌리 로드(Kimberly Road)가 금파리도(金巴利道)가 되거나, 조던(Jordan)이란 지역 이름이 좌돈(佐敦)이 되어버린 것, 휴대폰 에릭슨 간판에 이립손(李立孫)이라고 씌어있는 것을 보면서 웃다가 나중엔 포기할 지경이었으니. :) 홍콩제일의 번화가 침샤초이 한복판에 서서 난 엉뚱하게도 영국시절 단골로 드나들던 중국집 주인부부를 생각했다. 내가 워낙 뻔질나게 드나들다보니 주인부부랑 무척 친해졌는데 (그 중국집이 없었으면 난 굶어죽었을거다 -_-;;), 해가 바뀔무렵 나에게 자기네 중국집 선전하는 달력을 하나 주면서 `Have you been in Hong Kong?'하고 묻고는 못가봤다니깐 언제고 꼭 가보라고 권하던 기억이 났다. 그 달력이 재미있게도 홍콩의 관광명소 사진을 매달마다 한장씩 담고 있는 것이어서, 달력을 볼때마다 `언제 홍콩에 꼭한번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닿을 줄은 정말 몰랐다. 여행복 하나는 언제나 부족하지 않은 란다우 ^_^ 나의 여행 파트너 S 교수님과 더불어 홍콩의 마지막 밤에 침샤초이 한복판에 서서, 선후배가 함께 지나가는 홍콩 아가씨들을 침흘리며 줄기차게 구경했다. 눈이 동그랗고 체구가 아담하면서도 날렵해서 S 교수님도, 나도, 키즈에서 색마로 소문이 자자한 X테어 님도, 홍콩여자 예쁘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했으니, 가는데마다 그나라 여자들 인물평을 빼놓지 않는 란다우가 얼마나 홍콩에서 행복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겠는가? :p (결국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마지막에 등장한 각국 여성들의 미모에 관한 고찰.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_-;;) 무릎위 10센티가 넘는 미니에 그나마 옆단 한쪽은 허벅지까지 트인 스커트 차림으로 또각또각 걸어가는 홍콩 꾸냥을 허벌나게 바라보면서, 란다우는 아까 푸지게 먹은 홍콩음식을 소화시키느라 홍콩의 마지막 밤을 침샤초이에서 땀 뻘뻘 흘리며 (12월 한겨울인데 땀날지경이었다!) 보내야 했다 >_< 제목설명: 홍콩(香港)의 원천적인(本) 섹시함(色). 도시 그 자체, 또는 그 안의 꾸냥들 :p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