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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2년 4월 28일 일요일 오전 02시 39분 09초
제 목(Title): [란다우의 홍콩 여행기] 香港本色(1)



바닥에 떨어진 강호의 의리를 한탄하며 
눈물짓는 아름다운 사랑을 남겨두고
휘날리는 롱코트에 쌍권총 차림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유유히 걸어나가는
비장한 모습의 우리의 주 윤발 형님 
꺄오~~ >.< -,.-

란다우와 비슷한 나이 또래들에게 홍콩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던 곳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주 윤발을 흉내낸답시고 성냥개비 씹고 
다니다가 학생주임 선생님에게 두들겨 맞은 놈이 무릇 기하이며, 
천원짜리로 담뱃불 붙이다가 아부지에게 들켜서 두들겨 맞은 놈이
부지기수였고 (여기까지 영웅본색 1), 라이타 불 입술로 빨아
들이는 거 흉내내다가 화상 입은 놈이 몇명인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영웅본색 2). 이 소룡이나 이 연걸 흉내내다가 
사고친 철부지들은 빼고 헤아려도 그렇다 -_-;;;

재작년 연말, 내가 연구하는 분야의 아시아 지역학회가 홍콩에서
열리게 되어, 란다우는 옛날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홍콩에
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참고삼아 말하면, 홍콩은 뉴스위크가
선정한 `죽기전에 한번은 꼭 가봐야할 곳 100'에도 포함되어있다.)

전부터 죽여주게 좋은(?) 곳에 가는 것을 `홍콩간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홍콩에 뭔가 있긴 있을 거라는 확고한 기대를 가지고
란다우는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홍콩의 첵랍콕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홍콩의 번화가 침샤초이에
내려선 란다우는 너무 황당해서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여기가 도대체
홍콩인지 런던의 차이나 타운인지 구분이 안가서 -_-;; 눈을 45도 
이상으로 올리지만 않으면, 울긋불긋한 2층버스, 왼쪽으로 다니는 
자동차들, 도로를 절반만 건너게 만들어 놓은 횡단보도, 심지어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졌을때 나는 `띠리리리~~'하는 신호음까지
런던을 쏙 빼어다 박아놓은 것이었다. 누가 왕년에 영국의 식민지
아니었달까봐서. 

12월 한겨울에 긴팔 티셔츠 한장으로도 견딜만한 남국의 날씨에
지금쯤 한국은 겨울 첫추위가 강습할 거라는 일기예보를 떠올리면서
란다우는 따듯한 남쪽나라에 온 기쁨을 만끽....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깜짝 놀랐다. 빌딩의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이
내 면상에 직통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으음...

홍콩의 첫인상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솟아있던 빌딩들이었다. 주로 유럽 지역을 돌아다닌 탓에 
높아봐야 5-6층 정도인 빌딩들을 주로 보아온 란다우에게 기본이 
30층은 됨직한 빌딩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홍콩의 중심가 침샤초이는
확실히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높은 고층 빌딩은
대부분 오피스로 사용되는 한국과 달리, 침샤초이의 고층빌딩들은
저층쪽은 상점이지만 고층쪽은 아파트처럼 쓰이는 듯, 빨래 널어놓은
것도 곧잘 보이고, 내가 여행기간 동안 묶었던 숙소도 그런 고층빌딩의
17층인가 18층이었다. 이런 빨래에다가 에어컨까지 모두 바깥으로 삐죽
삐죽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길을 걸을때 빌딩 쪽에 붙어서 걷다보면
도대체 어디서 나온것인지 성분을 알길없는 물방울이 당신의 면상을
강타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불쌍한 란다우는 공항버스에서 내려서 
우와~~하고 감탄하면서 고개를 쳐들다가 그 정체불명의 물방울을
직격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그지같은 홍콩 -_-!

란다우가 영국에서 죽도록 고생한 이후부터 어떤 나라를 평가할때
반드시 고려에 넣은 사항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뭐냐하면 음식이다.
-_-+++ 홍콩의 음식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란다우가 가봤던
10여개국 음식 중에서 홍콩의 음식이 가장 훌륭했다. ^0^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광동식 중국요리 자체도 어느정도
익숙해서 괜찮았지만, 마치 한국처럼 길가다가 아무때나 들어갈 수 
있는 간이식당이나 시장통 귀퉁이마다 널려있는 소박한 식당에서 시켜
먹는 밥들도 정말 입맛에 맞고 먹음직스러웠다. 란다우가 제일 즐겼던
것은 한국으로 치자면 무슨무슨덮밥이라고 불림직한 메뉴였는데,
하얀 쌀밥위에 생선이나 간단한 반찬거리를 얹어서 내주는 백반이었다.
중국요리답지 않게 기름지지도 않고 양도 적절하고 바다에 면한 탓인지 
해산물이 많아서 맛이 그만이었다(꿀꺽~). 대개 외국에 처음 나가서 뭔가를
사먹으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인데 (어처구니 없는 것 시켜서
돈날리게 될까봐서...) 나중에 오셔서 함께 구경을 다녔던 C대 S모 
교수님은 홍콩음식맛이 어떨지 주저주저하다가 내가 소개하는 덮밥류를
드시고는 신이나서 나의 음식순례에 계속 동참하셨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식당과 메뉴를 계속 바꿔가면서 음식을 먹었지만, 우리는 한번도 
식도락에 실패한 적이 없다. 역시 홍콩은 식도락의 천국이란 말이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홍콩여행을 기억해보면 먹는 것에 대한 일화가 끊이지 않는다.
제일 골때렸던 것은 학회를 주최했던 홍콩이공대학(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의 응용물리학과였다. 4일간 열린 학회에서 우리를 가장 
당황하게 만들었던 일은 주최측이 학회기간 내내 점심저녁을 모두
무료로, 그것도 꽤 호사스러운 홍콩식 부페로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_*

국제학회에서 하룻저녁 banquet을 제공하는 것이야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줄기차게 공짜로 먹여주는 먹자판은 나는 물론이고 40년동안
학회에 몸담으셨다는 내 지도교수님도 처음 보신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3박4일간의 학회동안 홍콩이공대학은 5번의 홍콩식 호텔부페와
2번의 정식 풀코스 식사를 제공했으니, 그 학회 갔다온 사람들이 모두
`먹은 기억밖에 안나'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오죽했으면 마지막날 점심까지 부페로 퍼지게 먹고 나오면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던 Newnam이라는 미국교수가 
`나 4일사이에 완전히 돼지됐어'라고 투덜거렸을까. :)

흔히들 홍콩인은 중국인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역시 홍콩인이 중국인의 
일종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먹는 것'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외국학회를 가보면 대개 주최한 도시의 명소를 공짜로 구경시켜주는
투어가 서비스로 끼어있어서, 학회가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곤한다.
홍콩에서도 홍콩의 몇군데 명소를 둘러보는 기회가 있었는데,
원래 5시간 정도로 예정되어 있던 투어가 3시간 남짓으로 줄었다는
안내가 나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왜 그러느냐고 따져물었더니 
그 대답이 걸작이었다. 
`출발이 늦었으나 7시 저녁식사 시간은 맞추어야 하므로' -_-;;;; 

덕분에 우리는 원래 1시간 내지 30분정도씩 예정되어있던 각각의 명소에
기껏해야 15분 내지 20분 정도를 할당 받아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사진한장 박고 다시 버스에 올라야하는 날치기 투어를 해야했다.
밥먹는 것은 모든 것에 우선했다!
이것은 한 예에 불과했지만, 학회내내 무슨 행사를 하다가도 
밥때가 되면 올스톱 시키고 일단 밥먹고 나서 마저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을 보면, 역시 중국인은 먹는 것에 목숨건다는 말이 사실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학회가 열렸던 홍콩이공대학은 꽤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붉은 색 벽돌 건물로 크진 않지만 치밀하고 탄탄하게 지어진 학교였는데,
응용물리학과가 란다우가 전공하는 분야로 특화되어서 시설도 잘 
갖추어져있고 분위기 또한 액티브한 것이 인상이 좋은 학교였다.
(주의: 홍콩이공대학은 한국에 약간 알려진 홍콩과학기술대학 (Hong
Kong Univ. of Sci. & Tech.)과는 다른 곳입니다)

보통 국제학회가 열리면 주최측이 괜찮은 숙소를 싼값에 수배해 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가난한 포닥에게는 너무 비싼지라 란다우는 앞서
말한 S교수님과 더불어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한 평범한 여인숙
비슷한 곳에 묵었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좁기는 해도 내부 시설도 
훌륭해서 나나 S교수님이나 모두 만족했는데, 문제는 그 입구였다.
홍콩의 낡은 빌딩들이 하나같이 그런듯 한데, 입구가 워낙 우중충
하고 음침한데가 조폭(?)같아 보이는 경비원까지 있어서 그런지
빌딩의 입구가 아니고 마치 조직(?)의 본부처럼 보이게 되어 있었다. 
아마 누구라도 처음 들어가려면 주저하게 되었을 것이다.

같이 야외시장을 구경가자고 해서 다른 학교 교수님 2분과 
동행하다가 S교수님이 뭔가 가져가야한다고해서 그 2분은 잠시입구에서
기다리시게하고, 나랑 S교수님이 10분정도 숙소에 올라갔다왔는데...
우리가 나오니까 기다리시던 두 교수님 하시는 말씀,
`우린 S교수랑 란박사를 구하러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어'
쉽게 말해서 분위기가 꼭 폭력조직의 본부 같이 생겨서 우리가 안에
잡혀있는 것 아닌지 걱정했다 이거였다 -_-;;;;

홍콩의 또다른 특이한 풍물이라면 란다우는 그 거대한 간판들을 꼽겠다.
홍콩 중심가에는 30층이 넘어보이는 높은 빌딩들과 더불어 도로쪽으로
큼직한 간판들이 튀어나와 있는데 그 크기가 좀 작다 싶은게 사람다니는
인도위를 다 가로지르는 정도고, 컸다하면 4차선 도로 중앙선까지 
뻗어있을 지경이다. 물론 높이들은 꽤 높아서 2층 버스들이 큰 간판들
밑을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갈 정도지만, 길쭉한 거리 끝에 서서 보면
온갖 한문과 영어로 쓰인 간판들이 도로위에 터널을 이룬 것처럼 보여서
장관을 이룬다. 

이 커다란 간판-네온사인들의 장관을 보면서 S교수님은 물리학전공답게
지극히 자연과학적인 해석을 내놓아서 사람들을 웃겼다
`여긴 태풍이 안 오는게 틀림없어!'
정말 탁월한 식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o<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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