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MinKyu (김 민 규) 날 짜 (Date): 2002년 2월 14일 목요일 오후 04시 11분 10초 제 목(Title): Re: 이공계 기피 현상 중고교때 왜 의료, 법률에 관한 기본 지식을 교육하지 않는가에 대해선 저도 예전에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발상의 동기는 무슨 진입장벽 그런 것이 아니고, 고교때 생물을 참 어렵게 배웠던 것 같은데, 나중에 생물학이나 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야 도움이 많이 되었겠지만, 저처럼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참 도움이 안되고, 무슨무슨(캘빈, TCA, 오르니틴 등등) 회로를 배웠다라는 기억만 아스란히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아스피린,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같은 이름들이 훨씬 쓸모가 많더군요. 물론 고교때는 나름대로 재미를 붙이려 했지만, 화학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광합성 사이클이나 포도당 대사 사이클을 딸딸 외워야 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교과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과목 이기주의'라고 생각했는데, 교과서를 쓰는 사람들이 (생물 교과서야 생물 교사나 교수들이 쓰니까) '생물을 배우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돼' 라고 생물 전공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서 전체 커리큘럼 안에서의 조화나 균형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저 자신도 강의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런 경향이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더군요.) 그리고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교과서를 쓰기 때문에 자꾸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이론에 무게가 실리고 실용적인 지식은 도외시되는 측면도 있겠지요. 또 실용적이면서도 잡학사전이 아닌 교과서를 쓰는 것이 이론서를 쓰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문제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 교과서는 놔 두고 교사들이 연구를 해서 실용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는데,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이야기겠지요. 물론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학교에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졸업 후에 필요할 때마다 그 이론을 적용한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론 좀 어려운 이야기겠지요. 예를 들어 생물시간에 배운 것을 기반으로, 필요한 약 설명서 등을 읽고 필요한 것을 다 이해하는 일이 그렇게 쉽게 되는 일 같으면 약대는 다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생물 과목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과목도 마찬가지였네요. (기술 과목은 자동차 구조에 관한 부분에 한해서 쓸모가 있었던 것 같음) 그런데, 진입 장벽을 만들고 싶을 사람들이 생물이나 사회 교과서를 쓰는 사람과 동일 집단이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교육을 통해서 인위적인 진입 장벽을 만들려고 해서 생긴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의학의 경우는 (법학은 잘 모르겠음), 어설픈 지식의 부작용에 인지하고 있는 것이 지식의 양을 키우는 것보다는 더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의사들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눈감고 의사만 따라다니는 것보다는 나름대로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은 '아는 것이 병'이라고 하면서 환자들이 (의사 기준으로 봤을 때) 필요 이상의 지식을 갖는 일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처럼 흔히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의사의 수가 아직 적고 저수가(진짜 저수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로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태도가 궁극적으로 환자가 자신의 건강에 대한 태도를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도 의사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의사들도 잘 모르는 부분도 있고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환자에게 전적으로 의사에게 의존하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이야기의 방향이 좀 엉뚱한 곳으로 흘렀는데요, 하여간 중고교때 기본적인 의학이나 법률에 대한 교육이 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기는 한데, 의학의 경우에는 그냥 가정 의학 사전을 가르치는 식으로 하는 것보다는 방법론에 대해서도 연구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이해와 지식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상, 이공계 기피 현상과는 관련이 없지만, 비현실적인 교과과정이 생긴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한 내용 및 관련 잡담이었습니다. 제 결론은 진입 장벽을 만들기 위해서 교과과정이 그리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진입 장벽이 생기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의사 하나를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