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aizoa (오월의첫날) 날 짜 (Date): 2002년 2월 11일 월요일 오후 03시 35분 10초 제 목(Title): 이공계 기피 현상 잡념들. 유고, 중국과 같은 과거에 사회주의 국가였던 곳에서는 대학 교수의 월급이 고등학교 졸업의 노동자의 월급과 비슷하거나 적거나 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 공부를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한다고 한다.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다. 왜냐하면 서울대 인문대, 사회과학대의 경우에 반 이상의 학생들이 대기업, 언론사에 취직하려거나 고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가장 유능한 교수들이 강의하고 있고, 국고의 지원금을 많이 받는 학교에서 반 이상의 학생들이 그 학과의 공부에 그다지 관심없는 채로 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자원의 낭비이고 부의 분배의 실패라고 생각된다. 물론 대학교육의 목표가 고등학교때 마치지 못한 영어와 교양 교육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견지에서 나는 소위 인문학의 위기라는 것이 필요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대 인문대, 사회과학대에 미등록하고 다른 의과대학에 교차지원으로 합격하여 간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는 긍정적으로 들린다. 어차피 나중에 뒤늦게 부유함을 찾아서 다른 길을 모색할 경우라면, 처음부터 의학과 같은 전문직업교육의 길로 들어서는 편이 그 사람에게나 사회적인 비용절감으로나 좋기 때문이다. 서울대공대의 경우에도 거의 미달에 가까운 경쟁율을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이것이 지난 몇년간 매체의 발달로 인해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해체된 탓이 절반은 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절반은 1998년의 공황 경험을 바탕으로 수입이 직업선택의 제1기준이 된 탓이리라. 아무튼 한국의 경우에 부유한 사람들이 얼마나 부유하게 사는지가 투명하게 보이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같은 경향은 심화될 것이다. 서울대공대의 교수들이 병역특례기간 축소 등으로 이공계에 대한 유인책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당근인 셈인데 그 정도로 대세를 뒤집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일각의 "이공계인이여 단결하라"는 말은 다양한 계급의 엔지니어들을 생각하면 그분들이 공산당을 만들어서 단결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숙련노동자들은 미숙련노동자들에 비해 자신들이 우대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의사나 법률가들처럼 자격증과 학교의 정원을 동결하여 자신들의 고수입을 보장받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의사와 법률가는 자본가와 파트너로 만날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에서 의사-법률가-자본가들이 혈연으로 굳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기본적으로 피고용인이고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피고용인이기 때문에 사회의 가장 큰 힘인 자본가들은 그 수를 줄여서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행동을 할 리가 없다. 사실 1990년대 전반의 공대 정원 증가는 자본가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설령 한국의 공대 정원을 동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부족한 노동자들은 말레이시아나 인도의 영어 잘 하는 엔지니어로 고용하면 되기 때문에 의사와 법률가들의 정원을 줄이는 것과 같은 효력이 없다. 이 지점에서 의사, 법률가들이 속지적으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엔지니어들은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엔지니어들의 불만은 맑스의 자본론 그대로의 결과인데, 엔지니어들이 "만국의 노동자들이어 단결하라"라고 외칠 가능성은 앞서 살핀 것처럼 적다. 나는 큰 불만은 없는데, 다만 너무나, 너무나 자본주의적인 천민("천민 자본주의"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 한다. 언제 천민적이지 않은 자본주의세계가 존재한 적이 있었나?) 상태로 상황이 전개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장인들과 농민들의 세계를 꿈꾸는 나는 너무 반동적인 것일까. 문사철, 과학, 예술의 교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귀족적인 호사에 빠진 것일까... 자본주의적인 인간이 국가주의적(발전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의하여 유보되었다가 제대로 자본주의적이 된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면 그 너머를 바라는 것은 망상일까? 어쨌든 어느 상황에서나 경제적인 보상 없이, 예컨데 명예욕이 강하다든지 해서, 학문에 정진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인간의 진보라는 차원에서 이분들에 대한 경제적인 보호가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