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4월11일(화) 22시26분10초 KST 제 목(Title): [여행기 II] 이탈리아 도둑 넘버원! 역시 이번 여행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스위스-이탈리아 간의 야간열차에서 도둑을 맞은 사건이었다. :(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탈리아 도둑의 명성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이고, 배낭여행 유경험자인 내 동기생 친구도 스위스-이탈리아 간의 야간열차는 도둑이 들끓는 곳이니 절대로 자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그전날 융프라우를 오르기위해 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피곤하기 그지 없던 란다우는 그만 깜빡 졸아버리고 만 것이었다. 틀림없이 스위스의 루체른 까지는 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만 피렌체 근처에서 잠에서 깨어나 표검사에 응하려고 보니까 나의 복대 (여행자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는 주머니) 가 열려 있고 돈과 유레일 패스, 그리고 생명보다 소중한 비행기 표가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0 돈이야 은밀한 (?) 곳에 숨겨 놓았던 비상금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 지만 문제는 유레일 패스와 비행기 표였다. 유레일 패스는 일정기간 (나같은 경우 15일) 유럽의 모든 철도를 맘대로 이용할 수 있는 표로써 흔히들 "유레일 패스 없이 유럽에 가는 것은 총 없이 전쟁터에 가는 것과 같다"고들 할 정도로 배낭여행자에게는 생명처럼 귀중한 물건인데 난 그만 전쟁터에서 총을 도둑 맞은 꼴이 되어 버린 거다.(으아......) 더구나 집으로 돌아갈 최후 수단인 비행기표마저 분실했으니 나는 앞으로 여행은 고사하고 자칫하면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어딘가에서 국제미아가 될판이었다. 천만 다행이었던 것은 여권을 잃어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홀딱 알몸이 되는 사태는 면했다는 사실이었다. 적어도 내가 누구라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 으니까. 당장의 급선무는 표를 보자는 철도원을 납득 시키는 일. 란다우는 되지도 않는 영어를 마구 구사해서 니네 나라 도둑놈이 내 유레일 패스와 뱅기표를 훔쳐 갔다고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그 기차원 의외로 선선히 내 여권만 검사하고 어디로 가느냐 물으면서 로마까지 가는 중이랬더니 그럼 로마까지 계속 타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 친구 얼굴 표정이 " 너 같이 띨띨한 놈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아마 네가 마지막도 아닐 거다. 다 안다 다 알아. " :) 아마 독일이나 스위스 같으면 당장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했을 거다. 하이가네 일단 로마까지는 갈 수 있게 된 란다우, 짐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독일에서 연구하면서 메모를 해둔 노트랑 몇가지 값나가는 것들을 모아둔 작은 손가방도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귀신 같은 놈들.... 돈 될 것만 감쪽 같이 훔쳐가 버렸네. :( 기차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내꼴이 너무 한심한 것이었다. 비행기 표도 없지, 유레일 도 없지 돈 약간하고 여권과 세면도구만 있을 뿐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로마에 떨어지게 될 예정이었다. 더군다나 내 비행기는 런던에서 출발 하게 되어 있어서 설사 비행기 표가 있어도 알프스를 넘고 도버해협을 건너야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나마 내가 아는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알프스 넘어 500 Km 저쪽에 있고 .........으으........ 아마 내 인생에 가장 박진감 넘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때는 정말 여행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남은 돈으로 로마에서 비행기표 사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당시 내가 가진돈이 편도 비행기표를 사면 딱 맞을만큼의 금액이었으니까. 하지만...그럼 난 언제 다시 이곳에 와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사흘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피렌체-로마 구간의 한두시간 사이에 내가 내린 결론은 (로마에 도착할 무렵에는 어느정도 침착해져서 사태를 냉정히 판단할 수 있었다.) 비행기 표를 재발급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유레일 패스를 다시 사서 남은 돈을 아껴가지고 여행을 계속 하자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이름이 표에 있었기 때문에 나흘만에 나는 로마의 태국항공 사무소 에서 비행기 표를 재발급 받을 수 있었다. 유레일 패스도 비싼 가격을 주고 다시 샀고. (유럽 내에서 사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거의 100불이 더 비쌉니다.) 그러고 났더니 가진돈이 절반으로 줄어 드는 것이었다. 음냐.... 이거 가지고 남은 기간동안 먹고 살 수 있을까? 한번만 더 뭘 잃어 버리거나 하면 나는 인제 완전히 국제거지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내가 돌아오자마자 "살아서 돌아왔다" 고 표현한 것이다.헐헐~~~~ 그래도 댕길데는 다 댕겼다.하하하...... 귀국후에야 나의 이 보고를 들으신 우리 어머니, 옆집 아주머니에게 말씀하셨단다. "우리 애가요, 이태리 갔다가 도둑을 만나서 거지되어 가지고 돌아왔어요." :P to be continued. p.s.: 내가 듣기로는 이탈리아 도둑의 자부심은 귀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훔쳐가는 데 있고, 프랑스 도둑의 자부심은 우아한 데 있대요. 프랑스 도둑은 열어보고 자기네 필요 없는 것은 돌려준답니다.푸하하.... 근데 요새 이탈리아는 단속이 심해서 거물도둑은 다 스페인으로 이동하고 피래미들만 있다던데, 그럼 난 피래미에게 털린 건가? landau . 우리는 여행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처음 출발한 자리로 돌아올 때, 처음으로 그곳의 의미를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