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Gatsbi (궁금이) 날 짜 (Date): 2001년 6월 13일 수요일 오전 09시 33분 59초 제 목(Title): [p] 의료사고 법조비망록 법조비망록 글쓴이 관리자 날짜 01/06/07 15:34 첨부파일 조회수 4487 제목 의료사고 소송, 계란으로 바위치기? - 정광섭 대검찰청을 맡고 있는 정광섭입니다. <한겨레> 6월7일자 사회면을 보면 의료분쟁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만 시행하고 의심되는 증상에 대한 처치를 하지 않았으면 의료과실로 봐야한다”는 내용입니다. ▶“제왕절개뒤 색전증 사망 치료노력 없었으면 과실” 비록 작은 기사지만 1·2심에서 모두 병원쪽의 손을 들어준 법원이 대법원에서 비로소 환자쪽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봅니다. 의료분쟁에서 환자쪽이 이기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8년여동안 힘겨운 싸움을 해온 가족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을 거구요. 먼저 이번 사건의 전말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나아무개(사망 당시 37살)씨는 지난 93년 6월17일 출산을 위해 경기도에 있는 ㅇ병원에 입원해 다음날인 18일 10시쯤 제왕절개 수술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옥동자를 낳았다는 기쁨도 잠시, 수술 뒤 치료를 받던 나씨가 다음날 오후 5시쯤 갑자기 극심한 호흡곤란과 함께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병원쪽에서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나씨는 이날 밤 11시 이 병원과 같은 법인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나씨는 결국 회복되지 못하고 다음날인 20일 오후 3시 숨졌습니다. 부검결과 나씨의 사망원인은 폐혈전 색전증이었습니다. 심장에서 폐로 피를 보내는 동맥이 혈전(혈관안에서 피가 굳어져 생긴 덩어리)에 막혔다는 얘깁니다. 폐혈전 색전증은 이 증상이 발생한 환자 11%가 1시간 내에 사망하고, 진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30%로 급격히 올라가지만, 진단이 되어 치료가 이뤄질 경우 생존율은 92%에 이른다고 합니다. 급히 진단하고 치료하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확률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얘깁니다. 나씨 가족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병원쪽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사망했다”며 병원운영자인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병원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나씨 가족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병원쪽의 주장은 크게 다음의 두가집니다. ① 환자의 상태가 심폐소생술을 조금만 늦추어도 심장이 멈추고 혈압이 잡히지 않는 등 아주 불안정해서 폐혈전 색전증을 확진할 수 있는 검진을 하지 못했다. ② 폐혈전 색전증의 치료제인 혈전 용해제와 혈액 항응고제는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작용도 있어서 수술 뒤인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수술 부위 출혈 등 부작용의 위험이 더욱 크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런 점을 들어 “의료진이 환자의 위중한 상태와 그 치료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해 검진 및 치료를 하지 않은 것은 환자 상태와 의료수준에 비추어 통상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진료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나 나씨 가족들은 법원의 이런 판단에 불복해 상고를 냈고, 대법원은 나씨 가족들의 주장이 더욱 이유가 있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은 이유를 보면, ① 의학교과서에 따르면 원인 불명의 호흡곤란이 갑자기 발생하면 즉시 색전증을 생각해야 된다. 특히 나씨는 색전증의 고위험군(高危險群)인 수술 뒤 환자인데다 비만체질이었다 ② 상태가 위중해 다른 검진을 할 수 없었다고 하나 다른 검사기록은 있다 ③ 부작용 때문에 혈전 용해제 사용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부작용이 적은 항응고제는 투여할 수 있었다 등등입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의료진이 색전증을 충분히 진단할 수 있었는데도 못한 것은 잘못이고, 수술 뒤 환자라도 항응고제는 투여가능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의료상 과실이다”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흔히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들 합니다. 의료사고가 끊이질 않지만 전문분야라는 점에서 의사가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피해자나 가족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일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나씨 가족의 경우도 8년여 동안의 지난한 싸움 끝에 처음으로 승리를 맞보았지만,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공을 다시 넘겨받은 서울고법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남아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80년대 중반에 제가 다니던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한 분이 역시 다른 대학 교수였던 부인을 의료사고로 잃은 뒤 그것이 의료진의 과실이었음을 밝혀내기 위해 수년동안 무진 애를 쓰는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외견상 명백한 사고였는데도, 병원쪽이 무조건 책임을 회피해 ‘의사 뺨치는’ 의학지식을 갖춰야했다고 합니다. 그 교수는 결국 법정에서 승리한 뒤 “대학 교수라는 나도 이렇게 고생을 하니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얼마나 힘들고 억울하겠냐”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물론 요즘은 80년대보다는 사정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법원이 90년대 중반부터 환자쪽의 입장을 대폭 반영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고, 전문 변호사들도 많이 등장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상의 각종 사이트들도 잘 활용하면 요긴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대형병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문의 이종태씨가 개설한 ‘한국의료평가센터’(kormec.com)나, 지난 91년 설립돼 10년 동안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구제활동을 벌여온 ‘의료사고가족연합회’(malpractice.co.kr) 등이 대표적인 사이트들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나씨 사례에서 보듯, 의료분쟁은 여전히 환자가족들에게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힘겨운 싸움입니다. 아직 법과 제도 관행 모든 면에서 상대적 약자인 환자쪽의 권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민사소송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는 진료기록의 감정을 대한의사협회가 맡고 있는 것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관행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감정을 맡은 의사들이 과연 동료 의사들의 잘못을 제대로 짚어주겠느냐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분출하는 요구가 있어야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다. 환자들이 확고한 권리의식을 가지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책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6월 <한겨레21>에 실린 ‘전문가들이 권하는 의료사고 대처 십계명’을 소개합니다. 의료사고 대처를 위한 십계명 1. 진료행위의 전 과정, 즉 환자에 투여되는 약과 주사의 내용까지 기록하고 메모하라. 2. 의료진이 짜증낼 때까지 확인해야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3. 일단 사고가 나면 과실입증의 전제조건인 진료기록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방사선 사진 등 필름자료도 복사해야 한다. 법원에서 증거보전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4. 사망사고일 경우 부검을 받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민사 또는 형사소송을 낸다는 전제로 실시해야 한다. 5.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의사를 한 명만 확보하라. 그를 통해 진료기록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의료진의 설명과 진료기록의 차이점, 논리적 모순을 찾아내야 한다. 6.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법적구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힘든 싸움이므로 의료·법률지식을 충분히 쌓아야 비판능력이 생긴다. 7. 브로커를 가려내야 한다. “무엇 무엇은 안 되니까 무엇만을 하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지나치게 금품을 밝히는 이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8. 무턱대고 합의하면 법적구제 가능성이 적어진다.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한 뒤 소송의 종류를 결정해야 한다. 9.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일을 꼬이게 만든다.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10. 사고를 안 뒤 3년, 사고가 일어난 지 10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한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 ^ 진리는 단순하고 진실은 소박하다. |.-o| ^ ^ ㄴ[ L ]ㄱ 궁금이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