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1년 3월 9일 금요일 오전 01시 12분 40초 제 목(Title): [Celtic 기행 VI] 녹색의 아일랜드 (2) 유럽각국의 특색에 대해서 주절주절 논해놓은 어떤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버스 줄서기에 대한 잉글리쉬와 아이리쉬의 차이는? 둘다 버스가 올때까지 줄을 아주 자알~ 선다. 버스가 도착하면 잉글리쉬들은 줄 선 그대로 버스에 올라타는데 반해서, 아이리쉬들은 버스가 도착하는 순간 줄이 와장창 무너지고 결국엔 줄을 서나마나다. -.-;;; 뻥인것 같지? 이몸이 몸소 체험했다는거 아니겠나. 더블린에서 구경을 마치고 옥스포드로 다시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려고 터미널에 가봤더니 게이트 앞에 사람들이 주욱~ 늘어서서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버스에 좌석이 정해져 있어서 굳이 빨리 탈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가 도착하고 게이트 문이 열리는 순간... 질서정연하던 줄은 온데간데 없고 순식간에 오합지졸로 변하는 아이리쉬들을 보면서 란다우는 한숨이 푸욱~ 나왔다. -__-++ 그 책의 저자는 아일랜드가 짧게는 400년에서 길게는 800년에 걸친 영국식민지 기간동안 영국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결국 아이리쉬의 기본적인 민족성은 변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일랜드에 잔뜩 기대를 품고 더블린을 찾아간 란다우는 처음에 황당해서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다. 왜? 영국이랑 너무 똑같애서. --;;;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영국의 길거리에는 원통형으로 길쭉하게 생긴, 유치할정도로 새빨간 우체통이 전국에 깔려있다. 그런데 더블린 거리를 지나다 보니 세상에 거기 우체통 모양들이 영국제랑 똑같이 생겨먹은 것이 아닌가. 동전을 받아 보아도 어째 생긴 모양이 무식하게 두툼하고 무거운걸로 유명한 영국동전하고 굉장히 닮아있었다. 사실...솔직히 말해서 영국제보다 촌스럽다. 잿빛나는 돌이나 건물 모양, 거리의 모양, 왼쪽으로 다니는 이층 버스까지 더블린은 얼핏 보면 마치 런던의 촌놈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다른 점도 많지만 워낙 식민지 기간이 길다보니 아일랜드의 기본은 영국식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다. (솔직히... 마음 아팠다. 동경이 서울과 꼭 닮았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에...) 그러나 아이리쉬는 절대 잉글리쉬가 아닌법, 그 우체통의 색상만큼은 영국처럼 시뻘건 색이 아니고 아일랜드 답게 촌스러울만큼 강렬한 녹색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녹색은 아일랜드의 상징색이다. 구릉지대에 푸르른 초원이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풍광이기 때문이라는데 아일랜드의 국화인 녹색의 샴록(shamrock)에서부터 우체통 색깔을 거쳐 심지어는 베니건스 내부장식에 이르기까지 온통 녹색 천지다. (베니건스는 미제지만 그 테마가 미국으로 이주한 아이리쉬이다.) 켈트족의 건물에는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 영국식 건물과 비슷하긴 하지만 좀 더 어둡고 (다른말로 칙칙하고) 약간 중세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 대학이나 에딘버러 대학을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와 비교해보면 그런 느낌이 드는데, 누가 기본적으로 같은 켈트족 아니랄까봐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TCD: Trinity College Dublin)도 짙은 회색 외관에 칙칙하고 중세적인 느낌이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보다는 에딘버러 글래스고우에 더 가까왔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전통있는 대학으로서 오스카 와일드 같은 유명한 인물들을 배출했다는 숨은 명문이다. 더블린을 구경했던 날은 날이 몹시 궂었다. 8월임에도 우중충한 날씨에 바람도 만만치 않고 짜증날 정도로 내렸다 그쳤다 하는 비는 결코 영국 못지않은 그지같은 날씨였다. (듣기론 호워스에 갔을때 날이 그토록 화창했던 것은 정말 엄청 운이 좋았던 거란다.) 이렇게 하나부터 아홉까지 (열번째는 다른 것 같다) 영국이랑 닮았지만, 아이리쉬들의 인상만큼은 해적(!) 잉글리쉬들과는 많이 다르다. 켈트족들에게서는 확실히 영국인 특유의 날카롭고 악랄해 보이는(?) 인상이 없다. 앞에서 말한 더블린 출발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서.... 내앞에 엄마랑 같이 웬 꼬마가 섰는데 요 녀석이 장난감 칼을 가지고 있었다. 칼잡으면 휘둘러보고 싶은건 한국이나 유럽이나 마찬가지인지라 이 못되게 생긴 꼬마놈이 날 바라보고 칼을 휘두르면서 소리를 빽빽 질러대는 것이었다. -_-;; 그 옆의 할머니는 걍 귀엽다는 듯이 쳐다만 보고. 우와... 고놈 칼 휘두르며 짓는 표정이 어찌나 사납고 악랄해 보이는지 내가 그 꼬마 진정되기를 기다려 물었다. "너 잉글리쉬냐 아이리쉬냐?" 그 꼬마놈 자랑스레 대답한다 "나 잉글리쉬야" 아니나 달러. 역시 피는 못속인다니까 -.-;;; 역시 짐작이 맞았어. 어느나라나 사람들 생긴건 개인차가 심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이란 것이 있다. 아일랜드인은 볼따구까지 길게 늘어뜨린 구렛나루에 눈이 동그랗고 약간 뚱뚱한 몸매에 기네스(Guiness)를 너무 많이 마셔서 얼굴에 붉으스레한 기운이 도는 맘좋게 생긴 아저씨다. 신문에 가끔 나오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존 F 케네디의 못난이 막내동생)이 딱 요런 타입인데 이 사람도 아일랜드 이민의 후예이다. 사실 잘못보면 털빠진 원숭이 같은 인상을 주기 쉬운데 영국인들이 아일랜드인을 야만인 취급하는것도 이런 탓이 좀 있는것 같다. 영국에서 더블린으로 건너올때 내가 탔던 야간버스의 운전사도 꼭 그렇게 생긴 사람이었다. 버스를 운전하는 짬짬이 정차할때마다 승객들에게 아이리쉬냐 잉글리쉬냐 물으면서 아이리쉬라면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꼭 해외에서 한국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반가와 하는 것이랑 비슷하다는 인상이었다. 영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아이리쉬들이 한국사람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정이많고 자기들끼리 뭉치고 그런 면들이. 런던의 내 친구와 부인은 한번 자기 친구들 이야기를 하다가 아일랜드에서 유학온 아무개 이야기를 하면서 칭찬을 많이했다 아이리쉬 누구누구는 서양인답지않게 정도 많고 착하고 이기적이지 않고.... 그러나 친구부인의 이 한마디에 모두 웃었다. `걔는 줄만 잘서면 정말 흠잡을데가 없는데.' ^_^;;; 아이리쉬들에 대한 평들 중의 하나는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다. 사실 란다우가 아일랜드란 나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U2와 Enya에서 부터이고 크렌베리스나 시너드 오코너 같이 인구에 비해서 유명한 가수가 많은 것을 보면 아이리쉬들이 노래를 잘하는 것은 사실인 듯 싶다. 가슴에 맺힌 것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확실히 아이리쉬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소리만 질러대는 앵글로-색슨에 비해서 뭔가 울림이 있다. 더블린의 어느 거리를 헤메다가 유럽도시답게 길거리밴드를 만났다. 기타 하나랑 웬 피리 같은거 하나를 들고 연주와 노래를 겸하는데... 역시 아이리쉬들이라 그런지 세련되진 않았어도 노래에 감정이 울렸다. 그 피리 소리가 독특해서 란다우가 나서서 아는 척을 좀 했다. `그 악기, 타이타닉 주제가에 처음에 전주할 때 나오는 악기죠?' 그랬더니 마치 방랑자 베가본드 같은 풍모를 지닌 연주자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맞다고오~~ 반가와한다. 아일랜드 민속악기의 하나라고 친절히 설명도 해준다. 우하하하 맞췄다 ^0^ 원래 란다우는 거리연주 듣기는 열심히 들어도 기부금은 한푼도 안내는 짠돌이인데 그날은 정말 간만에 몇 펜스 기부했다. 얼마냈는지는 묻지 마시라. :) 처음 더블린 오는 버스를 옥스포드에서 탈때, 버스정류장 바닥에 주저앉아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어떤 아이리쉬도 방랑자 베가본드의 인상을 풍겼었다. 더블린행 버스가 도착하니까 두팔로 만세를 부르며 `Back home~~~~~!' 하고 환호성을 지르는데, 그 기뻐하는 얼굴이라니. 나중에 휴게소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랜동안 돈벌러 영국에 와있다가 이번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랜다. 자긴 흉악한 영국보단 아일랜드가 백배 좋다면서 자기 사는 곳은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산꼭대기란다. 그래서 심심해서 어떻게 사냐고 물었더니, 씨익 웃으면서 하는말. `기네스(Guiness)만 있으면 돼.' ^..^ 하여간에 아일랜드인은 기네스 빼면 시체다. 독일인은 맥주빼면 시체고 프랑스인은 와인 빼면 시체듯이. 얘도 기네스 중독자인 것이다. 다른 아이리쉬들처럼 나보고 `First time in Ireland?' 하고 묻더니 줄구리 창창 기네스를 칭찬하면서 나보고도 꼭 기네스를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란다우가 누구냐. 술은 한방울도 안마시는 청교도(?)아니냐. 그래서 `나 영국에서 기네스 이미 먹어봤는데'하고 둘러댔더니... 우리의 기네스맨 입에 거품까지 물어가면서 `외국의 수준낮은 기네스'를 욕하는 것이었다. 요지는 아일랜드 바깥의 기네스는 영국인과 미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단맛과 신맛이 많이 더해져있다. 그건 가짜다! 진정한 기네스는 아일랜드에서만 맛볼 수 있다.~ ^0^ (솔직히 그 친구 그때 좀 취해있었다.) 그니까 기네스 먹어봤다고 자랑하시는 분들, 이 아이리쉬의 주장에 의하면 그건 전부 가짜 기네스랍니다. :p 그럼 란다우는 기네스 먹어봤을까? 당근 아니지. 독일에서 맥주 안마시고 프랑스에서 와인 안마셨으며 스코틀랜드 가서도 위스키 한방울 입에 안댄 전통(?)을 그대로 살려서 아일랜드에서도 기네스 한방울 안마시고 돌아왔다. :p 아일랜드 풍이 물씬 풍기는 어느 작은 pub에도 들어가봤지만 내부구경하고 레모네이드만 마셨을뿐. ^^;;; 선물용으로라도 몇캔 사올걸 그랬나? 유럽의 관광도시에는 전면에 내세우는 대표스타가 한사람씩 있는 경우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짤쯔부르크에선 그게 모짜르트이고 영국의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에서는 그게 셰익스피어이머 더블린에서는 단연코 `율리시즈'를 지은 제임스 조이스 이다. 사실 나야 영문학에는 워낙 문외한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더블린 시내를 주인공이 배회하는 내용이 주제인 율리시즈가 영어권에서는 워낙 유명한 탓에 소설 속에 묘사된 더블린 시내를 따라 다니는 것이 영어권 관광객들에게는 커다란 구경거리라고 한다. 확실히 더블린의 올드타운은 영국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이국적인 풍취가 있고 음산한 날씨에 안개라도 살짝 낀다면 가스등불 아래에서 영화같은 문위기를 만들어내기에 족할 것 같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리 제일 끝에 있던 제임스 조이스의 동상이었다. 보통 높다란 받침대 위에 권위적으로 세우는 다른 동상들과 달리 조이스의 동상은 보행자 전용도로 한복판에 무릎정도 높이의 얕으막한 받침대 위에 실물크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다가가 서면 마치 친구같은 느낌을 받고, 게다가 그 받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보고 싶은 충동을 마구 불러 일으킨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닌지 별로 크지도 않은 제임스 조이스 동상 받침대를 빙~ 둘러서 더블리너들과 관광객들이 여럿 앉아 있었고 란다우도 뚱띵한 한쪽 히프를 들이밀고 제임스 조이스의 발치에 앉아 더블린 방문 기념 흡연을 실시했다. ^^ 우와~~ 아일랜드의 번화가에서 제임스 조이스와 더불어(?) 피웠던 밀수품(?) 디스담배의 그 맛! 조이스도 이렇게 맛있는 담배는 피워보지 못했을걸? :) 더블린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오코넬 거리라고 한국의 세종로를 많이 닮은 넓직한 길이다. 양쪽으로는 고풍스럽고 멋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중앙에는 아일랜드의 애국자들 동상이 주욱 늘어서 있다. 오랜 피압박민족으로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싸워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오코넬 거리 한편의 중앙우체국 건물은 실패로 끝났지만 우리나라 3.1운동처럼 아일랜드인들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일어났던 이스터 봉기의 무대가 되었던 유명한 건물이고, 당시에는 진압되었어도 결국에는 전쟁을 통해 독립을 이루는 단초가 되었던 곳이다. 사실 영국이나 아일랜드 본토보단 아일랜드 이민이 많은 미국에서 더 유명한 말이라는데, `아일랜드人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_-;; 끈질긴 놈들. 사실 아일랜드에 가기전에 그 인상은 가난하고 누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일랜드에 대해서 알게 되는것이 주로 아일랜드를 개무시하는 영국과 아일랜드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아이리쉬 이민을 대거 받아들였던 미국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아직 영국에 속해있는) 북아일랜드에서 비쩍하면 터지는 폭탄과 테러의 이미지도 강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경제성장률이 높고 IMF가 선정한 국민의 삶의 질 순위에서도 세계 11위를 차지한 활기에 넘치는 독립국가이다. 더블린의 한복판에 섰을때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비록 영국이나 유럽대륙처럼 세련되진 못했지만 이 나라에는 어떤 활기참과 밝음이 있다. 대륙처럼 크고 웅장한 볼거리는 하나도 없지만 건물 하나하나에 아이리쉬들의 역사와 자부심이 얽혀있기에 지금도 나의 머리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도시, 더블린 구경을 마치고 어두워지는 오코넬 거리를 마지막으로 바라고고 나는 영국으로 돌아가는 버스 터미날로 향했다. 아마도 내가 다시 아일랜드에 가기는 어렵겠지만... 잘 있어라. 북해의 에머랄드, 보석처럼 푸르고 영롱한 아일랜드야! ^_^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