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강철 새잎) 날 짜 (Date): 1995년04월06일(목) 05시05분21초 KST 제 목(Title): 왜.... 4월은 잔인한가...... ? 4월이 되면 꽃향기를 타고 적어도 한 번 우리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4.19의 기억과 엘리엇의 <황무지> 첫 구절일 것이다. "4월은 잔인한 달"만큼 곧잘 인용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시행이 기억하기 편하거나 그렇지않으면 무언가 단순하게 -- 실은 단순하지 않겠지만--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힘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 구절만큼 많이 오해되고 있는 구절도 아마 드물 것이다.. 흔히 봄이 되어 짝이 없는 남/녀 의 처지를 화려한 자연과 대비하여, 재기를 부리는 셈치고 연관시키기도 하고...또... 한국적인 특수성(우리에게 있었던 춘궁기의 기억이나 4.19의 쓰린 기억들)과 연관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이 중 어느 것도 전혀 빗나간 것은 없겠으나... 정작 한국적 상황을 알지도 못했을 엘리엇이 이 구절을 쓴 것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일까...그렇다고 그가 짝없는 남/녀의 처지에 그리 공감을 표한 것 같지도 않은데.... 이 말이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동.서야의 문화적 차이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서양에서도 4월이라면 joyous나 hopeful을 떠올리지 cruel은 아니기 때문이다... 엘리엇에 의하면 현대인은(그리고 정신적 실재를 외면하는 그 어떤 시대의 사람들도) 정신적으로 메마른 황무지에 살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황무지의 주민들은 오직 생존할 뿐이다...깊은 정신적 동면속에서 사는 것이 굳어진 그들에게는, 정신적으로 각성하는 것이, 그리고 흔적조차 아련한 의식이란 것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몹시 싫은--표현 대로 "싫은"-- 경험이다... 그래서 (정신적) 재생과 부활을 재촉하는 봄...그러한 계기를 주는 봄이, 특히 예수의 죽음(배신)과 부활의 사실이 생각나는 4월은 그들에게는 잔인하리만큼 고통을 주는 것이다..마치 성불구자에게 있어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과 욕망이 잔인한 만큼 고통스럽게 다가오듯이.... 또 다른 의미에 있어서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비롯한 역사상의 수많은 상처들을..자신들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그냥 하나의 사건으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의 "잔인한" (무감하기에) 정신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우리의 경험... 저 4월의 찬연한 경험 그리고 뒤이은 쓰라린 패배의 경험도 이러한 상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4월은 무언가를 극적으로 대비시키고...특히 잊고자 하는, 아니 벌써 잊었기에 그 상태를 지속시키려는, 그 망각의 대상, 그 무엇에 대한 기억을 끊임없이 떠올려주기에 잔인할 수 있는 것인가..... 엘리엇의 황무지가 바그너음악의 광기와 어울려 전편을 흐르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자본제 사회'라는 전제를 달아서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자본제 사회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 게 아마 그 때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바그너의 광기(이것도 가면에 불과한 게 흠이지만)가 황무지와 어울리는 것인가는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고(움악에 문외한인 나로선 누군가가 설명해주길 더욱 바라지만...), 어쨋든...그 영화는 "우리는 텅빈(!!) 인간" 으로시작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적어도 엘리엇의 의도를 잘 파악했다고 여겨진다. 이 영화에 대해서도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고 이만 접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애써 잊고자 하는 의식, 무의식의 유혹을 거부할 때.. 4월은 잔인한 달이 더 이상 아니다.... 즉 자본제라는 굴레를 거부할 수 있을 때, 이 잔인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지옥의 묵시록>이 끝내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내가 엘리엇을 좋아하지만 마지막까지 따라갈 수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인훈이 자신의 <광장>을 바쳤던 그 찬연한 4월은 배신당했지만 우리의 4월은 배신당한 지난 4월이 아니라 영원한 4월...생명의 4월이다.... 이건 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 애인이 없다고 너무 움츠러 들지 말자.....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