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1년 1월 23일 화요일 오전 05시 04분 49초 제 목(Title): [Celtic기행IV] 청색의 스코틀랜드 (3) 다들 아시다시피 영국 날씨는 엉망이다. 나도 잉글랜드에서 한 1년 살면서 날씨에는 완전히 질려 버렸고, 지금도 영국 생각만 하면 그지 같던 음식과 *랄같은 날씨가 생각나서 밥맛이 싸악~ 달아날 지경이다. ^^ 그런 잉글랜드 애들이 스코틀랜드를 가리켜서 이렇게 말한다. `스코틀랜드 날씨 되게 후져' -.-;;; 스코틀랜드 날씨가 어떤 지경인지 대강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 란다우도 글래스고우에 가서 일주일 동안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날씨가 머 이따위냐. 차라리 잉글랜드는 양반이었다. --; 남부 잉글랜드는 변덕스럽긴 하지만 여름에는 날도 따스하고 해도 많이 비쳐서 살만한데, 내가 갔을때만 유난히 그랬는지는 몰라도 스코틀랜드는 춥고 우중충하고 심심하면 찬비가 내리는 것이 8월이 그정도면 가을겨울은 어떨지 안봐도 비디오였다. 무엇보다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사실 브리튼 섬이 위아래로 길게 생겼기 때문에 북부의 스코틀랜드는 훨씬 추울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남부잉글랜드에서 입던 얇은 반팔 옷만 가지고 갔던 내 잘못이 크다. 지도를 보면 스코틀랜드는 덴마크나 남부 노르웨이 스웨덴과 비슷한 위도에 있거덩. 그래서 스코틀랜드 여행을 생각하면 재미있기는 했는데 항상 추워서 으슬으슬했던 기억이 따라 다닌다. 글래스고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스코틀랜드식 결혼식을 구경한 것이다. 글래스고우 자체는 산업도시라서 별로 구경거리가 없는 편인데, 시내중심가에 늘어서 있는 고풍스런 거리 몇군데하고 글래스고우 대학이 볼만한 곳으로 꼽힌다. 글래스고우 대학은 스코틀랜드 대학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세워져서 벌써 역사가 500년 정도 되었기 때문에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갯수는 작아도 그 생김생김이나 웅장함이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에 뒤지지 않을만큼 멋있다. 영국의 오래된 대학들은 대부분 사각형으로 지어지고 그 안에 정원이 있는 Quadrangle 모양인데, 마침 내가 글래스고우 대학을 구경 갔을때 우연히도 정원안에서 결혼식 내지는 그 피로연 (비슷해 보이는)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이 남자들이 하나같이 스코틀랜드의 정통 복장인 킬트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결혼식에 가보면 다들 한껏 멋을 내고 오듯이 거기서도 남자들이 킬트를 입고 잔뜻 멋을 낸듯한 복장들이었는데 정장 킬트를 입은 남자들이 우글우글한 모습도 꽤나 멋있는 구경거리였다. 사실 나도 들어서 안 것이지만, 원칙적으로 킬트 치마를 입을 때는 다리에 신는 두터운 양말을 빼고는 속에 아무것도 안입는다 --;; 에든버러의 기념품 점에 가면 재미있는 엽서를 간혹 볼 수가 있는데, 킬트 치마를 입고 있는 스코트 남자를 바람이 심하게 불때 찍어서 그.... 아무것도 안 입은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다 드러나는 사진이 앞면에 찍혀있다. 그리고 엽서 한귀퉁이에 이렇게 뻔뻔하게(?) 적혀 있다. `Scotland the Brave!' :0 갑자기 아이스케키를 하고 싶은 변태적(?) 인 충동이.... ^.^;;; (물론 사진은 대개 뒷모습이다.) 휴 그랜트와 앤디 맥도웰이 주연한 `4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라는 영화에 보면 믹구여성인 맥도웰이 스코틀랜드의 귀족과 결혼할 때 이런 농담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께서 이 결혼식을 보셨다면 이렇게 물으셨을거에요. 왜 남자들이 모두 치마를 입고 있냐?' :) 글래스고우에 가면 가장 당황스러운 일은 언어문제다. 내 영어가 워낙 엉망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국인이 하는 이야기는 가끔(!) 알아듣는 경우도 있는데, 글래스고우에 가니까 도무지 한마디도 못알아먹겠는 것이다. --; 어느정도냐 하면 처음 글래스고우에 도착해서 수소를 잡던날, 윌과 주인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은 다음 나중에 내가 윌에게 물었을 지경이다. `윌, 그 주인 어느나라 사람이야?' `당연히 스코트지.' `근데 말이 왜 그래?' --;; 원래 외국인이 배우는 표준영어에 비해 사투리가 심해서 알아듣기 어렵기로 악명높은 곳이 영국에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글래스고우이고 또 하나는 잉글랜드 북부의 셰필드(영화 풀 몬티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에든버러나 나중에 구경한 피틀로크리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걸로 볼때 글래스고우 방언이 정말 심하긴 심한가 보다. 스코틀랜드에서 돌아올 때는 기차를 탔었는데, 주변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아이(Aye. 표준어로 Yes)'라는 스코틀랜드 방언이 들려서 재미있어 했던 거억이 난다. 학회장소가 글래스고우였던 관계로 글래스고우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스코틀랜드 에서 관광지로 첫손 꼽히는 곳은 글래스고우가 아니고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다. 학회가 쉬는 일요일을 택해서 버스로 50분정도 걸리는 에딘버러를 구경갔었는데, 란다우는 한마디로 에딘버러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 현대적이고 산업도시 같은 인상을 주는 글래스고우와 달리 에든버러는 도시중심 전체가 조지왕조 풍의 고풍스러운 건물로 통일되어 있어서 마치 런던처럼 웅장한 맛을 풍기면서도 에딘버러 대학이나 에딘버러 성의 낡은 건물들은 꼭 옥스퍼드의 오래된 칼리지를 연상시키는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런던과 옥스퍼드를 섞어서 독일도시처럼 깔끔하게 정돈하면 그게 바로 에딘버러다. 스코틀랜드에 있을때는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내가 에든버러를 구경하러간 그날은 유명한 에든버러 축제가 열리기 바로 직전의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온 도시가 축제 분위기 였고 구경거리도 많았다. 에든버러 여름 축제는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이벤트인데 여러 행사중에서도 연극제와 Millitary Tatoo라는 군악대 쇼가 제일 인기 있는 것 같다. 연극제는 주로 젊은 연극인들이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공연한다는데 란다우가 옛날에 한번 보고 극찬해 마지 않는 Stomp나 우리나라의 난타 같은 작품들이 모두 에든버러 연극제에서 인정을 받아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난타를 구경하러 가보면 Edinburgh Fringe에서 난타가 전석매진을 기록하고 큰 호평을 받았다는 자랑이 나오는데 그게 이 연극제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에든버러를 구경간 일요일에는 에든버러 중심가에서 연극제에 참가하는 극단들이 호객행위 겸 맛보기 겸해서 스트리트 퍼포먼스를 많이 벌리고 있었기 때문에 고풍스런 에든버러 구경에 생각지도 않았던 부록까지 즐길 수 있었다. 또하나 유명한 Military Tatoo라는 군악제는 세계각국의 군악대가 에든버러 성에서 자기네 실력을 겨루는 행사인데 입장료도 비싸고 저녁에 하기 때문에 난 구경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내가 갔던 일요일에는 이 군악대들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군악을 연주하면서 마치 국군의 날 행진을 하듯이 에딘버러 시내를 한바퀴 돈다. 햐아~ 째애쑤! 학회장에서 한번 봤지만 역시 제일 멋있는 것은 백파이프로 무장(?)한 대규모 스코틀랜드 군악대이고 그 뒤를 따르는 아프리카에서 온듯한 흑인 군악대도 만만치 않은 구경거리였다. 사실 란다우는 유럽여행을 제법 다닌 편이지만 날짜 맞추는 재주가 없어서 유럽의 관광도시마다 하나씩은 있다는 축제를 구경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전까지는 축제보다는 평상시 걔네들 사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주의였는데 우연히 에든버러 축제를 (맛보기로만) 구경하고 나서는 이런 축제 시즌에 맞추어서 구경을 가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겠다 싶은 생각이 마구 드는 것이었다. ^^ 물을 사러 들어았던 가게 주인이나 길을 가르쳐 주었던 에든버러 사람이 똑같이 내게 말한 작별인사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Enjoy the festival~!" 란다우가 잉글랜드보다 스코틀랜드가 더 마음에 들었던 또다른 이유는 스코틀랜드가 물이 좋아서 였다. (절대... 나이트 물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 아는 사람 다 아다시피 유럽은 물에 석회성분이 많이 녹아 있어서 산좋고 물좋은 한국에서 온 사람에게는 물에 관한한 지옥같은 곳이고, 잉글랜드도 예외는 아니라서 물을 받아보면 허연 석회질이 눈에 보일 지경인데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 비해서 석회성분이 거의 없고 깜짝 놀랄만큼 물이 깨끗한 것이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에서 공부한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북부 잉글랜드도 수도물을 그냥 마실 수 있을 정도라니까 석회질이 많은것은 남부 잉글랜드만 그런 것 같다.) 에든버러는 바다에 면해있는 도시라서 갈튼 힐이라는 얕으막한 언덕에 올라가면 냉랭한 북해와 멀리 골프의 발상지라는 세인트 앤드류스까지 보이는데, 그 경치가 물만 보면 무조건 좋아하는 란다우의 취향에 딱 맞았었고 그게 내가 에든버러와 스코틀랜드에 좋은 인상을 받은 또하나의 원인이었을 것 같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스코틀랜드의 인상은 유럽대륙의 스위스와 비슷한데가 있다. 두 나라 모두 다른 유럽에 비해서 물이 깨끗하고 날씨가 약간 썰렁한 편이라 정신이 번쩍나게하고 (이태리나 남프랑스에서 곧잘 느끼는 나른함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청신하다는 느낌을 준다. 거기에 덧붙여서 스위스와 스코틀랜드가 비슷한 인상을 주는 또한가지 이유는 바로 `산(山)'이다. 잉글랜드는 흔히 구릉지대라고 일컬어지는데 실제로 가보면 높은 산이 별로 없다. 한국도 높은 산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잉글랜드의 구릉지대는 분명히 평야는 아닌데 워낙 구릉들이 완만하고 낮아서 그냥 평야가 구불구불하다는 느낌 정도이다. (그 유명한 텔레토비에서 늘 나오는 첫장면을 혹시 기억하시는지? `...텔레토비 친구들이 살고 있어요...어쩌구'하는 그 장면에 완만한 동산이 몇개 그려진 배경이 나오는데 중남부 잉글랜드의 지형이 딱 그렇게 생겼다.) 스코틀랜드는 지형적으로 북부 고지대(Highland)와 남부 저지대(Lowland)로 나뉘어지는데, 저지대 쪽은 안그렇지만 고지대 쪽으로 가면 지형의 기복이 심하고 험한고 높은 산이 많아서 잉글랜드나 중부유럽과는 딴판인 인상을 준다. 란다우는 시간관계상 하이랜드의 핵심이랄수 있는 인버네스까지는 못가보고 (네시 괴물이 산다는 네스호 옆에 있는 도시.) 하이랜드의 입구 정도에 해당하는 피트로크리(Pitlochry)라는 작은 도시와 블레어 성이라는 스코틀랜드 귀족의 영지+저택을 구경했었다. 글래스고우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퍼스(Perth: 에든버러 이전에 스코틀랜드의 수도였던 오래된 도시)항해 북쪽으로 가다보면 완만하던 평지 앞에 갑자기 높다란 산들이 좌우로 주욱 늘어선 장관이 보이기 시작하고 곧이어서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선 것처럼 주변에 산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솔직히 피틀로크리까지의 길은 평원에 익숙한 유럽인들에게는 몰라도 한국인에게는 그렇게 장관이라거나 멋지다는 느낌이 안든다. 그냥 산이구나 하는 정도. (차라리 강원도가 멋있다.) 하지만 블레어 성은 내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블레어 성의 주인인 귀족은 영국안에서 유일하게 개인의 군대를 가질 수 있게 허락된 인물이라는데, 성 안에 전시된 스코틀랜드 군인의 물건들이나 자기 군대가 (주로 영국군의 일부분으로) 참전했던 전쟁기록들이 재미있다. 앞에서 artistry님이 말씀하셨듯이 스코틀랜드 고지대에 사는 하이랜더(Highlander)들은 영국에서 강인한 전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저지대에 비해서 지금도 스코틀랜드적인 전통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잉글랜드와의 통합에 강렬하게 저항했던 사람들이다. 블레어 성안의 저택을 구경하고 그 앞의 경사진 너른 잔디밭에 앉아있으니 관광객들을 위해서 때맞춰 백파이프 주자 한사람이 약간은 구슬픈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산악지대라서 일찌감치 비치는 노을 속에서 영국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우뚝 솟은 높은 산을 배경으로 킬트 복장을 멋있게 차려입은 스코틀랜드인이 홀로 연주하는 백파이프 소리가 좌악 깔릴때 나는 그 광경을 즐기면서 혼자서나마 이렇게 즐거워 했었다. `정말 스코틀랜드에 와서 좋은 구경 많이 하고 간다.' ^_^ 스코틀랜드 국기가 진한 청색 바탕에 흰색 X자가 그려진 모양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약간 서늘하면서도 깔끔한 그 이미지가 청색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청색이 스코틀랜ㄷ의 상징색인데 나만 모르는 것인지 하여간 내게 스코틀랜드는 강렬하고 청신한 청색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Viva Scotland~! land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