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1년 1월 22일 월요일 오전 02시 06분 44초 제 목(Title): [Celtic 기행 II] 청색의 스코틀랜드 (2) 학회가 8월이라서 관광시즌이었던데다 가까운 에든버러에서 유명한 축제가 열릴 때여서 방을 구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정도 글래스고우에 머무르는 동안 여기저기 숙소를 옮겨 다녀야만 했는데, 덕분에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제일 웃겼던 것은 역시 우리들의 운전기사 곰같은 윌이었다. 학회장인 SECC 주차장에는 가장자리에 엄청나게 큰 선전간판이 서있어서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누구나 그 광고를 보게 되어 있었는데 그 광고가 몹시 요상해서 비누거품으로 정말 주요한 부위만 간신히 가린 젊은 여자의 샤워장면 이었다. 동방예의지국의 아들 란다우는 아침에 학회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때마다 안 보는 척 흘끔흘끔 그 간판을 훔쳐보는 정도였는데 반해 항상 입을 헤벌레~ 하게 벌리고 그 간판을 쳐다보던 윌이 어느날 아침 사고를 쳤다. 갑자기 두팔을 만세 부르듯이 번쩍 들더니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나를 깨어나게 해~~~ 우오오~~" -_-;;; <--- 한국인 란다우의 표정 >_< <--- 덴마크인 모튼의 표정 또다른 동료였던 모튼은 서구인치고는 드물게 맘도 착하고 체구도 작아서 나랑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인데, 어느날 새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겨 버렸다. 3인실이라고 해서 들어가 보니 1인용 침대하나랑 2인용 침대 하나가 놓여 있어서 셋 중 둘은 같이 자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빈약한 체격의 나나 모튼이 곰같은 윌과 한침대에 잔다면 압사당할 것이 학실시 되었기 때문에 1인용을 윌에게 주고 나랑 모튼이 같이 자기로 했는데... 모튼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심각하게 묻는 것이었다. "다우... 너 이상한 취향 있는 거 아니겠지?" -.-;;;; 너...아냐? 한국에선 내가 여자를 너무 밝혀서 50주년 기념색마라는 호칭까지 얻은거? -_-;;; 모튼은 수잔나라고 스페인에서 런던의 임페리얼 칼리지 (영국의 MIT라고 불리는 유명한 공과대학)로 유학온 예쁜 여학생과 연애중이었기 때문에 그의 취향은 확실했다. 주말만 되면 런던의 수잔나의 아파트로 달려가서 무슨 짓(?)을 하는지 월요일 아침이면 눈알이 쾡~해서 나타나는 놈이다. -o- 그래도 영국에서 애인하나 안두고 (사실은 못두고) 독수공방하는 란다우가 못내 못 미더웠는지, 결국 나하고 모튼은 같은 침대에서 자긴 자되 머리와 발을 반대로 두고 자기로 했다. 스코틀랜드의 아침 햇살에 눈을 떴을때 내 눈 앞에 덴마크인의 발가락이 꿈틀거리던 그 엽기적인 기상시간. -_-;;; 모튼과 윌은 하여간 난 놈들이었다. 첫날 학회가 끝나고서 돌아가려는 나에게 잠시만 기다리라 그러더니... 세상에 어디가서 예쁜 여학생 하나를 꼬셔 가지고 오거였다. 각자 애인까지 있는 놈들이! 이라크에서 유학와서 런던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그 여학생을, 난 처음에 전부터 얘들이랑 알던 사이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글쎄 난생 처음 봤다는 거 아닌가. :0 졸지에 영국인과 덴마크인의 헌팅에 란다우도 동참해서 평소에는 2파운드하는 샌드위치도 잘 안사먹던 노랭이들이 1인당 15파운드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고 펍에 가서 술까지 마셔댔다. ^0^ 어느날 오후에는 학회가 지루하다고 둘이 모의를 하더니 란다우까지 덤으로 끼어서 학회를 땡땡이치고 셋이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 그래서...란다우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스코틀랜드에서 구경했다. ^^;; 모튼과 윌이 각자 사정이 생겨서 (모튼은 덴마크의 부친이 돌아가셨고 윌은 애인인 닉키가 보고 싶다고 울며불며 난리치는 바람에....) 먼저 돌아간 후 나 혼자 묵었던 호스텔에서 나는 또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프랑스에서 여행온 학생이라는데 여행목적이 재미있었다. 스코트랜드에서 자신의 조상의 뿌리를 찾으러 왔다는 거다. 자기 조상은 스코틀랜드인이 틀림없다나?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왈, " 내 성이 맥팔레인 이야' 영국인이나 미국인의 성 중에서 맥도널드니 맥가이버니 맥킨지니 하는 것처럼 앞에 맥(Mc)이란 접두사가 붙는 것은 원래 스코틀랜드의 성씨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런 성을 가진 사람의 조상은 거의 대부분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했다고 보아도 된다. 하여간 자기가 무슨 쿤타 킨테를 찾는 알렉스 헤일리라고 관광할 생각은 안하고 도서관이나 고문서관에 가서 옜날 출생기록 뒤적이는 괴짜였다. 히치 하이킹으로 영국을 여행한다는 어느 뉴질랜드인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 대해서 황당한 차이점을 강조했다. 차 잘 안태워주는 것은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나 마찬가지인데, 간혹가다 태워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이상한 것이, 잉글리쉬들은 하나같이 자기 앞에서 한참 앞까지 차를 몰고 갔다가 뒤로 후진해서 돌아오는 반면에, 스코트들은 전부 자기 앞에 바로 차를 세운다는 것이었다. 그 뉴질랜드 인의 요지는 결국 잉글리쉬들이 스코틀랜드인에 비해서 폐쇄적이고 조심스럽다고 욕하는 것이었는데 란다우도 대충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오는 차 안에서 이미 윌과 모튼에게 스코틀랜드 사람 친절하다고 익히 듣기는 했지만, 가는데마다 느끼는 스코트들의 친절함은 정말 상상이상이었다. 사실 잉글리쉬들도 친절하기는 하다. 문제는 잉글리쉬들의 친절은 매우 가식적이고 일본인의 친절함처럼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는 사실. 그 친절한 (겉으로나마) 잉글리쉬들이 친절하다고 칭찬할 정도이니 스코트들이 얼마나 친절한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가 묶었던 호스텔에서도 처음에 들어갈 때부터 주인과 직원이 어찌나 친절한지 하루밤에 10파운드 내고 숙박하는 싸구려 손님 란다우가 황송해서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첫날밤 늦은 시간에 먹을 것을 사기 위해서 야간에 문여는 상점을 찾는 나를 위해서 수백미터나 되는 길을 동행해준 그 청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밤길을 걸으면서 자기가 호스텔에 취직한지 며칠 안된다던지 그래서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고 싶다던지 하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품이 꼭 순박한 한국의 시골사람을 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뜨 그러나, 스코틀랜드인에 대한 악평이 한가지 있으니 그것이 뭐냐하면 유럽의 3대 구두쇠 중에 스코틀랜드인이 들어간다는 농담이다. (나머지 둘은 네덜란드인과 유태인) 나는 나중에 숙박비를 청구하기 위해서 영수증이 필요했는데 첫날 숙박할때부터 영수증을 부탁했건만 계속 이핑계 저핑계 대고 영수증을 안주더니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계속 밍기적 거리다가 재촉에 못이겨서는 이상한 갱지에 손으로 그냥 끄적거린 종이쪽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정식 영수증을 달랬더니 어제까지 그렇게 친절하던 주인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나를 쫓아내 버렸다. -.-;;; 어디까지나 짐작이지만, 워낙 허름한 호스텔이었던 관계로 아마 영수증 용지 같은것은 갖추지도 않고 세금을 탈세하면서 장사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 한국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면 한국문화를 알리려는 이벤트가 따르듯이 글래스고우에서 열린 결정학회에서도 자신들의 독특한 켈트 문화를 알리기 위한 작은 이벤트나 전시가 있었다. 학회장 한구석에 옛날 겔트 문양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길래 내가 이때 아니면 언제 보겠나 싶어서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전시를 관장하던 글래스고우 대학 교수가 나보고 한국의 서울대에서 왔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때 난 학교 티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영국에 와 있지만 학교는 서울대를 다녔다고 하니까, 이 교수 갑자기 신나서 나보고 서울대의 정 수진 교수님을 만나면 꼭 자기를 만나달라고 전해 달란다. 그러면서 나한테 기묘한 모양의 켈트 장식품 하나를 보여주는데, 이 사람 놀랍게도 한국의 태극 무늬를 알고 있었나 보다. 자기가 보여주는 켈트 족의 장식품이 태극 무늬랑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도 그 장식품은 정말 태극 무늬랑 너무 비슷해서 굉장히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_* 글래스고우 대학 교수는 지혼자 신나서 이것이 먼 옛날 켈트족과 한민족 사이에 교류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구 저쩌구 막 떠들어 대고는 자기 친구인 정 수진 교수님께 꼭 보여주고 싶다고 나보고 꼭 전해달라는 말을 신신당부했다. 그 아저씨도 역사학자는 아니고 결정학자라니까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태극무늬를 꼭 닮은 그 장식품은 정말 신기한 물건이었다. (흠...환단고기나 퇴마록에 좋을만한 소재로군..) 어느 작은 호텔에 묵었던 날 밤, 호텔 투숙객 모두가 주인내외와 더불어 호텔에 딸린 작은 바에 모여 술을 나누면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두나라의 차이에 대해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도 새롭다. 내가 유럽 다른 곳에서 절대로 맛보지 못한 정다운(?) 풍경이었는데, 이런 저런 기억들이 모여서 스코틀랜드는 나에게 유럽에서 가장 친절했던 나라로 남아있다. To be continued. land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