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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1년 1월 21일 일요일 오전 02시 39분 49초
제 목(Title): [Celtic 기행 II] 청색의 스코틀랜드 (1) 



내가 스코틀랜드에서 제일 큰 도시 글래스고우(Glasgow)에 가게된 것은 
황당하게도 영국결정학회 (British Crystallography Association) 덕분이었다.
운좋게도 나의 영국포닥생활 1년 마지막 여름에 글래스고우에서 
국제결정학회 (International Union of Crystallography)가 열렸는데,
당시 영국 결정학회 회장이며 국제결정학회에서도 한벼슬하고 있던 
나의 지도교수 마이크가 (나를 포함해서) 자기 쫄따구들 전부를 데리고간 
것이었다. (덕분에 졸지에 물리학자에서 결정학자로 둔갑해 버린 란다우..)

평소엔 게을러 빠져서 11시나 되어야 어슬렁 어슬렁 연구실에 나타나던 
란다우가 같이가기로한 일행들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아침 7시에 랩에 
도착했을때, 연구실에는 덴마크 유학생인 모튼과 영국인 대학원생 윌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에조차 썰렁한(?) 스코틀랜드에 가기 싫었던 
독일인 포닥 베르너는 독일광물학회에 가야한다는 핑계로 드레스덴으로
도망가 버렸고, 연구실의 테크니션인 프레드는 휴가를 내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교수인 마이크에게 끌려서 먼먼 스코틀랜드까지 가야하는 것은 
우리 셋 뿐이었기 때문이다. 

학회가기 일주일쯤 전에 그 지겨운 영국식 티타임때 마이크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글래스고우에 어떻게들 갈건데?' 
우리 셋이 윌의 차를 얻어타고 갈거라고 이야기한 다음에 `교수님은 어떻게
가실건데요?'하고 물었더니 (사실은 물어봐주기 바라는것 같길래)
마이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난 비행기 몰고 갈거쥐~' -_-;;

우리 지도교수 마이크는 첫째가 비행기 둘째가 연구라고 할 정도로 
비행광인지라 자기 자가용 비행기도 있었고 도버 해협을 건너서 
프랑스로 날아가는 것이 취미인 인물 이었으니 옥스퍼드에서 글래스고우까지
브리튼 섬을 종단해서 비행할 이런 찬스를 놓칠 턱이 없긴했다. 

건수만 생기면 나오는 비행기 이야기에 이미 질려버린 포닥과 학생들은
다들 모두 콧방귀를 뀌면서 `또 그이야기야?'하는 표정으로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교수님 낙하산 꼭 챙겨가세요!'  ^o^

지금쯤 하늘을 날고 있을 마이크를 향해 셋이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곧추세워본 다음, 우리는 윌의 애마(?) 복스홀(Vauxhall)
자동차에 올라탔다. 복스홀은 보기드문 영국 고유 브랜드 자동차인데 
학생이 타고다닐만한 솔직히 좀 싼맛에 타는 소형차였다.
그런데 우리의 운전수 윌은 마치 곰을 연상시킬만큼 덩치가 커서 
(생기기는 영국인치고 참 착하게 생긴데다가 덩치에 어울리지않게 애교꾼이지만)
덴마크인 모튼은 심심하면 한번씩 윌에게 차 쪼끄맣다고 놀리곤 했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란다우는 뒷자석에 자빠져서 잠을 잤고
윌과 모튼은 난데없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한잠 퍼질러 자구 일어나니 스코틀랜드에 가까와져 있었는데 
곧이어 나타나는 황당한 표지판 ..

`Welcome to Scotland. = Border Line'

띠잉~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계선은 `국경선'이었던 것이다. -.-;;

농담 아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연구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누가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한 지방이잖아' 그러고 물은 적이 있는데,
적어도 영국애들에게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다른 나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스코틀랜드로 접어들어서 조금 더 달린다음 우리는 학회장소인 SECC (SES가 아님)
= Scottish Exhibition & Conference Centre로 향했는데 나는 거기서 또한번
스코틀랜드가 `다른 나라'라는 사실을 체험하게 된다. 학회장에 가자마자
란다우는 `관악의 굴뚝'답게 newsagent(영국의 구멍가게를 가리키는 말)로 
달려가서 담배를 하나사고 거스름돈을 받았는데.... 오잉? 돈이 이상한 것이다.
영국의 파은드 지폐는 대체로 청록색이 강한 편인데 
가게에서 내게 준 돈들은 적갈색의 지폐 다발이었다. *_* 
분명히 파운드라고 씌어있기는 한데 내가 쓰던 5파운드 10파운드와는 분명다르고 
더군다나 같은 5파운드도 모양이 제각각이라 미심쩍어서 윌에게 가져가서 
물어봤다. 이거 파운드 맞어? 오리지널 영국토종 윌은 웃으면서 내게 
가르쳐 주었다. 스코틀랜드는 독자적인 화폐를 발행할 권리가 있고 
(Bank of England가 한국은행처럼 유일한 발권기관인 잉글랜드와 달리)
돈을 찍을 권리를 가진 은행이 여러개라서 돈모양도 여러가지다. 
왜? 다른 나라니까. -_-;;;

역시 스코틀랜드에 첨 와보는 덴마크인 모튼도 영국온지 3년만에 첨보는 
스코틀랜드 돈이 되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윌 이야기가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랑 법도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컬쳐 쇼크. 같은 영국 안에 두나라. ^^

학회장소인 SECC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원래 커다란 조선소와 항구가 있던
자리에 국제학회장을 지었다는데, 잉글리쉬지만 대학시절에 스코틀랜드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스코틀랜드를 잘 아는 내 지도교수 마이크는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원래 스코틀랜드의 조선공업이 세계적으로 알아줬는데
그만 70년대 들어서 망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빈 공간에 SECC를 지었다면서
나를 보고 씨익 웃더니 묻는거다. `그때 스코틀랜드 조선공업이 망해버린 것은
한국의 조성공업 때문이었어.' -_-;;;;

우리가 도착한 때는 opening session이 끝나고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저녁식사가 막 시작되려던 때였다. 아시다시피 영국음식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이를 뿌드득 갈고 도로 잠들정도로 싫어하는 란다우는 저 살인적인 음식을 
내가 또 먹어야 하나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친구들이랑 같이 밥을 타러 줄을
섰다. 부페 비슷하게 주욱 서서 지나가면 배식하는 사람들이 각자 맡은 메뉴를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는 시스템이었는데... 중간쯤 가니까 마치 된장 썪은
것ㅊ럼 생긴 요상한 음식이 있는 것이었다. -,,- 시커먼 진흙처럼 생겼는데 
어찌보면 한국에서 봄날에 밭에 뿌리는 퇴비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하여간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배식하는 스코틀랜드 아가씨가 너무 예쁘게 웃으면서
`Haggis?'하고 묻는 거다. 하기스. 이거 절대 기저귀가 아니다. 스코틀랜드
고유의 음식인데 한국인에겐 김치가 있듯이 스코트들에겐 하기스가 있다는 그런
유명한 음식이다. 

속는셈치고 란다우는 하기스를 받아서 자리를 찾ㅇ은 다음 윌과 모튼과 함께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어디 저 흉칙하게 생긴 하기스를 한번....?
하기스를 퍼넣는 순간 나하고 모튼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엄청 맛있다! ^.^
나와 모튼은 계속 원더풀~을 외치면서 하기스를 열나게 먹어댔는데
정작 정통 잉글리쉬 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이런걸 먹는 한국인과
덴마크인을 조소하는 웃음을 날리는 게 아닌가. 이게 맛있다니 믿어지지 않는
눈치다. 안그래도 세계최악인 영국음식에 시달리던 외국인 란다우와 모튼은
나중에 이 일을 두고 확고한 결론에 합의했다. 잉글리쉬의 미각은 구제불능이다.
^^ (나중에 듣기론 하기스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고 해서 하기스 맛이 다 같지는
않은데 하여간 잉글리쉬들은 스코트들과 달리 하기스를 무지 싫어한단다.)
란다우는 어쨌던 하기스에 맛을 들여서 그뒤로도 스코틀랜드에 있었던 일주일
내내 식당에 가면 하기스 파는지부터 살펴보고 열심히 찾아먹었다. :)

맛나게 하기스를 퍼넣는 순간, 여흥으로 백파이프 밴드가 들어왔다. 
워낙 큰 국제학회인데다 결정학회는 돈도 많은 곳이라서 거의 백명 가까이되는
대규모 악단을 동원한 것이었다. 한명이나 몇명 정도가 부는 백파이프는 
전에 티비에서도 보았고 스코틀랜드 구경할때도 몇번 봤지만 
수십명이나 되는 킬트치마를 입은 사람들이 군악대처럼 절도있게 발을 맞춰서 
백파이프를 불며 행진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장관이었고 
그 음악도 평생 잊혀지지 않을만큼 멋있게 들렸다. 또 한번 컬쳐 쇼크.
란다우는 원래도 백파이프 소리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때부터 백파이프와 스코틀랜드 음악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맛좋은 하기스를 먹으면서 대규모 백파이프 밴드의 멋진 연주와 행진을
구경하던 그 순간.... 란다우는 담박에 스코틀랜드가 맘에 들었다.
영국같이 그지같은 섬안에 이렇게 멋진 동네가 있었다니!
스코틀랜드에서의 일주일이 즐거울 것 같은 예감 ^_^

To be continued.


                                                land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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