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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spark) <gw.sandcraft.com> 
날 짜 (Date): 2000년 12월 21일 목요일 오전 02시 57분 00초
제 목(Title): 질문:  자본시장중심으로의 이행



아래글은 자본시장중심으로의 이행이 한국경제를 파멸시킨다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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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식 금융모델은 파멸의 길

                     기획특집 구조조정-침몰하는 한국경제

        이 글은 지난 10월 17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있었던 제1회
        UNI-Apro(공공서비스 부문 국제노련) 금융부문 회의에서 이찬근 교수가
        행한 연설을 요약 발췌한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미국식 모델에 따라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금융시스템을 급격히 바꾸고 있는
        구조조정은 번지수가 틀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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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근 인천대학 교수

한국의금융부문은 1997년 말 외환금융위기에 빠진 이래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나는 금융부문이 크게 변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의 변화방향은
전적으로 잘못됐다. 한국은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모범으로 삼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발전단계가
다르고, 경제규모가 다르고, 사람들과 그들의 능력이 다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국이 미국식 시스템을 계속 지금과 같이 엄격하게 따를 경우 필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잃을 것이며 한국인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은 거시경제적 지표는 좋은 데도 다시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급락하고 있다. 1997년 IMF 위기 때 하한가를 쳤지만 올해 초 1천
포인트를 회복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서 현재는 500 선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한국이 금융위기 제 2라운드에
돌입했다고 생각한다.

파멸의 길로 인도한 3자 동맹

위기 제 1라운드는 1997년 외부충격으로부터 방아쇠가 당겨진 폭발이었다.
외국자본의 황망한 유출이 방아쇠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제 2라운드에 직면해
있고 이는 제 1라운드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것은 변화된 금융시스템이
한국의 현실 조건과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촉발된 내적 파열이다. 한국정부는 지난
2년 반 동안 오늘날의 전지구적 자본시장 및 국경 없는 세계경제에서 미국식
금융시스템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무모한 금융개혁을
시행해왔다.

미국과 IMF는 한국이 금융시스템을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드러난 현실은 자본시장 중심 금융시스템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작동을 멈췄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이것은 현금이 필요한 기업부문에 적절한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심각한 경제불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누가 이토록 우둔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몰고 갔을까?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개혁이 IMF, 김대중 정부, 일부 유력한 시민단체 간의 3자 동맹에 의해 계속
추진돼왔다고 본다.

IMF는 편중되지 않은 중립적 국제기구가 결코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IMF는 미국의
대외전략 아젠다를 이식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돌아보건대 미국은 명백히 한국의
위기를 환영했다. 미국은 한국의 위기를 이용해 이윤을 찾아헤매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에 한국의 경제를 활짝 열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김 대통령 역시 위기를 이용했다고 확신한다. 위기가 터져나오자마자 집권한 그는
자신의 당이 국회에서 소수당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에게는 소수당의 처지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기반이 절실했다. 그래서 그는 위기가 전적으로 전임
정부의 실책으로 야기됐다고 주장하면서 IMF와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김대중에게
IMF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주는 일종의 위장된 축복이었다.

또 다른 동맹자는 참여연대와 경실련이었다. 양 시민단체는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어왔다. 위기 이전부터 그들은 경제 전부분에 걸쳐
미국식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이 얼마나 절묘한 의견일치인가. 이 세 그룹은 역사적 합의를 도출해냈다. “구
금융체제를 완벽하게 파괴하자. 대안은 문제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경제를 구가하고 있다. 가능한 한 철저하게 그것을 따라배우자.” 바로
이것이 신자유주의식, 미국식, 시장신봉식 개혁이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이 한국에 이식된 배경이다.

그러면 현재 금융분야에 대한 개혁의 결과는 어떠한가? 자금순환의 기본
파이프라인 구실을 해온 은행부문은 잔혹한 살빼기 조치로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은행노동력의 약 35%가 일자리를 잃었고 1년 동안 은행지점의 20% 이상이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은행 소유주로서 외국자본의 비율은 대폭 늘어났다. 한국에서 전국적
규모의 은행 가운데 3분의 2는 대체로 외국자본이 최대 주주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 점에 관해 외국주주는 오늘날의 전지구적 세계경제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 은행들이
영업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 대부분은 가능한 한 기업대출을 줄이고
가계를 대상으로 한 소매영업 부분에 주력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까? 모든 경제학교과서는 은행의 기본 역할은 가계저축을
기업투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윤에 혈안이 된
외국자본의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의 은행들은 원래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 현금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은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어디에서
동원하란 말인가?

자본시장은 투기꾼들의 각축장일 뿐

이제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국의
자본시장은 외국자본이 은행부문보다 더 심각하게 지배하고 있다.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는 전체 자본시장의 대략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정도는
대단하지 않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창업가문의 주식이나 계열회사 사이에 물린 주식이 평균 40%에
달한다. 이 40% 지분은 소유주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거래
불가능한 주식이다. 즉 30%의 외국지분은 거래 가능한 나머지의 절반으로 사실상
시장 전체의 절반과 같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주식투자는 널리 분산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LG화학, 포스코 등 한국의 상위 10대 기업에 집중돼 있다.
그들은 월스트리트의 투자규칙을 한국기업에 무자비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기업 대부분을 투자등급 이하라고 본다. 결국 극소수의 예외를 빼면
한국기업들은 당장 자금조달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으로부터 배제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역전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한국은
전략운용의 자유를 잃을 것이다. 모든 중요한 전략투자 결정은 주로 월스트리트의
외국자본이 내릴 것이다. 외국자본이 한국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단기적 이윤에만 급급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라면,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금융시스템을 미국식으로 개혁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시스템은 다른 시스템들과 분리돼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도록, 사람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궁극적으로는 나라의 경제주권을 보호하도록 고안되어져야 한다.

단언컨대 미국식 금융모델은 해답이 아니다. 우선, 자본시장은 안전한
자본조달처가 아니다. 기업들의 신규투자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자본시장에서
동원됐는가에 관한 통계를 보면 그 수치가 아주 낮거나 미미하고 심지어는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1970년에서 1989년 사이에 신규 산업투자에 대한 자본시장의 기여는 미국에서
-8.8%, 영국에서 -8.0%, 일본에서 +2.7%, 독일에서 +0.9%였다. 왜 이렇게
낮은가? 주가가 세 배, 네 배 뛰어도 주가상승분이 산업부문으로의 자본투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주식소유권의 변동만 있었을 뿐이다.

다음으로, 자본시장은 제조업체의 성장에 적합하지 않다. 이미 살펴본 대로
자본시장 중심적 금융시스템은 세계 곳곳의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지원을 얻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IT산업 부흥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신흥 IT산업에 자본시장 중심적 모델이
적합하다는 점은 옳을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에서 IT산업이 일자리창출의 가능성을 열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확보하는 데 얼마나 효율적인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독일은
노이에(Neue)시장을 개장함으로써 IT산업을 키우고자 했지만 지난 2년 동안 벤처
캐피털을 통해 창출된 새 일자리는 겨우 7만 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벤처 자본에 기반하고, IT에 의해 주도되는 신경제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나는 아직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전통적 제조업에 안정된 자본이
공급돼서 필요한 신규투자를 하고 그럼으로써 지속적인 생산성증가를 이룰 수
있다면 그 장래가 밝다고 믿는다.

자본시장의 전제조건들

마지막으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자본시장 중심적 모델로의 갑작스런 전환은
1997년 IMF 사태와 같은 위기를 수시로 촉발시킨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 나라가
자본시장 중심적 금융 시스템으로 야심적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그 전에
충족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능력을 가진 자생적
기업의 성장이다. 자본시장은 모든 기업에 개방돼 있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접근이 허용된다.

둘째로, 광범위하고 강력한 중산층에 의한 부의 축적이 중요하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2차대전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주식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날에야 주식문화가 싹트고 있는데 이는 열심히 일한 베이비 붐 세대의 축적된
재산이 신세대로 상속된 데 따른 결과다. 이렇게 새로 등장한 보수적 중산층은
자본시장의 과열과 격렬한 요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셋째로, 자본시장의 발달은 주로 은행에 의해 주도되고 관리돼야 한다. 은행은
금융기관들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다. 그들은 이윤추구 기능과 함께 공적 기능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은행 중심적 금융시스템은 자본시장 발달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시스템에서 은행의 우위는
자본시장의 발달을 저해하지 않았다. 독일의 자본시장은 어느 나라보다도
고도화되어 있다. 은행들은 금융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이원화된 과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넷째로, 금융기관 지배구조의 민주화가 매우 중요하다. 자본시장으로의 전환은
증권투자를 격화시키고 이는 결국 금융기관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한 기관의 실패가 전체 시스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는 아주 다르다. 따라서 경영 실수는 제로에 가까워야 한다.
이를 위한 안전한 방법 중 하나가 지배구조의 민주화이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 과정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 자본시장으로의 전환은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필요로 하고
그럼으로써 다운 사이징과 정리해고가 넘쳐날 것이다. 적절한 수준의
사회안전망이 미리 제도화돼 있지 않으면 자본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은 첨예한
사회적 갈등, 정치적 저항, 심지어 민중봉기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최근 몇 년 동안 파리, 치아파스, 시애틀, 워싱턴, 가장 최근엔 프라하에서
보아왔다.

기업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어야

그러면 요즘과 같은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금융노조와 노동자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금융노동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하나를 제안하고 싶다.
자신의 회사에서 지배구조에 참여할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대주주의 이익지상주의,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외국자본의 침해로부터 회사를
구해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나는 아시아의 위기가 부분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이른바 연고주의 혹은 부패한
지도층에 의해 야기됐다고 본다. 노동자가 지배구조에 참여하면 대출결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이 차단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당장 우리 형제 자매들 모두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는
말자. 선진국의 우리 경쟁업체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구조조정, 리엔지니어링,
합리화를 완수했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어느 은행에 가도 카운터 건너편에 재래식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는 텔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모두 강도 높은
재훈련을 받았고 이제는 다기능 세일즈 상담자로 일하고 있다. 그들은 한 사람이
재래식 여수신업무 외에도 재산관리 조언, 법률 및 조세상담, 보험상품 소개 등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래서 나는 금융노동자들이 매우 강한 경쟁력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경쟁력은 더 이상 자본측만의 과제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오늘날 세계화라는 변화된 현실에서 노동자의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자신의
회사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실패한다면 자신이 실직하는 것은 물론
자식들에게 번영된 사회를 물려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회사의 경쟁력제고에 기여하는 것은 한 편의 일이다. 다른 한 편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자신의 올바른 생각이 청취되고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잔혹한 세계화 시대에 구조조정을 피할 길은 없다.
그러나 자기 회사의 지배구조 속으로 한 걸음씩을 내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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