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rutyg) <203.245.15.3> 날 짜 (Date): 2000년 11월 17일 금요일 오후 02시 34분 48초 제 목(Title): 영국의 GP [해외 의학 체험기] 해외의학체험기 - 영국의 General Practitioner (GP) 진료소와 GP 첫 이틀동안에는 런던의 Brook Green Medical Centre 라는 진료소 (영국에서는 진료소를 surgery 라고 부릅니다) 를 견학하였습니다. 런던 시내의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진료소는 50 대 중반인 샤울 선생님 의사부부와 아직 30 대인 윙필드 선생님 셋이서 경영하며 약 7000 명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General Practice 이므로 진료과에 관계없이 환자가 옵니다. 이러한 일반의 (General Practitioner; GP) 가 이 지역의 7000 명의 주민의 일차의료 (primary care) 를 담당하며 더욱 전문적인 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의뢰합니다. 기다리기 싫어서 돈을 내는 영국인 영국에서는 National Health Service (NHS) 제도에 따라서 진료에 대한 보수가 일정합니다. NHS 는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이 제도하에서 환자의 부담은 없습니다. 그러나 입원이 극도로 제한받아서 응급이 아닌 입원은 으례 몇 달씩 기다리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국민 10 명 중 1 명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NHS 의 환자는 돈을 내기 싫어서 기다린다. 사립보험환자는 기다리기 싫어서 돈을 낸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진료소의 진단용장비는 매우 적습니다. X-ray, 초음파는 물론 심전도조차 없습니다. 검사는 모두 외부에 의뢰합니다. 따라서 문진 및 신체검진소견의 비중이 매우 큽니다. 하드웨어가 적은 만큼 의사의 머릿속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것입니다. Brook Green Medical Centre 에서는 가까이에 자리잡은 Charing Cross 의과대학과 제휴하여 의대생의 임상교육을 맡고 있으며 그 외에 신출나기 의사의 연수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인의 고혈압 치료 등의 여러가지 임상연구도 하고 있는 등 매우 활동적인 진료소입니다. 윙필드 선생님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의 진료에 쫓기는 나머지 홀로 독립해버리기 쉬운 진료소의 의사가 항상 자신을 계발하고 생생하게 진료를 계속해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진료 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활동도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진료소의 외래 오전 중에는 샤울 선생님의 외래를 견학하였습니다. 놀랄만큼 박식한 의사선생님입니다. 알고보니 Royal College of General Practitioners 의 fellow member 라고 합니다. 외래가 완전예약제라서 시간에 꽤 여유가 있어서인지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고 질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정중할 정도로 답합니다. 따라서 진료가 끝나면 환자도 매우 만족스러워하면서 돌아갑니다. 환자의 진찰이 대략 끝나면 제게 환자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후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질문합니다. 제가 멍하니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첫 환자는 뇌저에 동맥류가 의심되는 초로의 여성이었습니다. 품위있고 이지적인 분위기의 여성입니다. 샤울 선생님은 그녀의 가족의 주치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뇌출혈로 쓰러진 그녀의 어머니도 과거에 보았었고 숙모님이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동맥류가 있었습니다. 가족력으로부터 동맥류를 강하게 의심하여 MRI 를 시행한 결과 환자에게도 대동맥류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하여 더욱 정밀검사를 하고자 환자를 옥스포드 대학의 Neuroradiologist 에 소개하여 보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전문가는 환자에게 뇌혈관의 angiography 와 interventional radiology 로 동맥류를 치료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동시에 이들 처치에 따른 합병증으로 20 % 정도의 확률로 반신불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환자는 지금처럼 증상이 전혀 없는데 그러한 검사는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하여서 GP 인 샤울 선생님에 상담하러 찾아온 것입니다. Informed consent 와 환자의 의사결정 혈압을 측정한 후 샤울 선생님은 동맥류에 대하여 일반적인 사항과 방치해두는 경우의 파열의 위험성에 대하여 정중히 설명하였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듦에 따라서 점차 그 위험성은 감소할 것이라는 것도 정보로 알려 주었습니다. 놀랄만큼 박학합니다. 환자는 조금이라도 의문점이 있으면 질문을 던지므로 그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는 답을 합니다. 그런 후에 최종적으로 환자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여 침습적인 검사 및 외과적인 처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정도로 하니까 'informed consent' 라고 부르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 후 만일 심한 두통이 생기면 동맥류의 파열이 의심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는 것, 또 동맥류가 있고 위치를 의사가 금방 알 수 있기 위해서는 MRI 의 복사본을 갖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하였습니다. 샤울 선생님은 신경외과전문의가 아닌 GP 입니다. 영국 GP 의 높은 수준을 직접 체험한 기분이었습니다. 예술적인 진료 다음 환자는 20 대 동양계 여성이었습니다. 초진환자인데 어딘가 불안해하는 모습니다. 샤울 선생님은 그녀가 병원을 찾은 이유를 묻기 전에 국적, 연령, 기호, 가족력 등 일반적인 질문을 계속 하였습니다. 이러한 루틴 질문이 해마다 받는 Pop smear (자궁경부암 예방의 차원에서 영국에서 널리 행하여지는 검사입니다) 까지 미치고 선생님이 피임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환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실은 저 임신중입니다" 샤울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중절하고 싶습니다. 하머 스미스 병원의 산부인과를 찾아갔더니 산부인과 선생님으로부터 GP 에서 의견을 듣고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임신중절을 하는데 GP 의 의견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환자의 여러 사정을 파악한 후 샤울 선생님은 그녀의 희망대로 중절을 승인하는 서류를 썼습니다. 제가 나중에 질문하자 환자를 본 순간 샤울 선생님은 병원을 찾은 이유가 짐작이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환자가 생각을 정리하도록 하기 위하여 곧바로 문제점으로 가지 않고 일반적인 루틴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외래진료의 예술을 본 기분입니다. 또다시 말하지만 샤울 선생님은 산부인과전문의가 아닌 GP 입니다. 일차의료의 연속성 원칙적으로 신규환자가 오면 어떠한 문제로 찾아와도 문진과 신체검진은 철저하게 합니다. 이후의 진료를 위하여 데이타베이스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때 그때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환자의 평생이 걸려있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인들은 거주지역에 따라서 GP 를 배정받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GP 가 그 사람을 평생동안 보게 됩니다. 이러한 일차의료의 연속성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날 밤 왕립일반의학회의 런던 북서부 지도의사들의 모임이 열렸습니다. 저희들도 발표를 부탁받은 모임입니다. 저는 "당뇨병에 대한 일본의 General Practice" 라는 테마를 받았습니다. 大田病院 에서 보는 당뇨병환자의 다른 직종에 대한 관련성에 관한 발표로 보름내내 준비를 했었습니다. 후지누마 선생님은 "일본의 General Practice 에 관하여" 라는 매우 광범위하고도 어려운 테마를 영국인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느라 애쓰셨습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인지 저희들의 발표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으며 청중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일본의 일차의료의 현장에서 일하는 재야 의사들이 이러한 곳에서 통역조차 거치지 않고 생생하게 GP 대 GP 로 교류한 것입니다. 저희들을 위하여 준비한 생선초밥과 야끼도리를 먹으면서 "이는 일본과 영국의 의학교류사에서 기념이 될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라면서 나름대로 감동에 젖었습니다. 요양소와 GP 윙필드 선생님의 안내로 가까운 요양소 (nursing home) 을 견학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이 요양소에 정기적으로 왕진차 옵니다. 이것도 GP 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저희들은 이 왕진에 따라온 것입니다. 영국에서도 노인 문제는 심각합니다. 홀로 사는 병약한 노인, 거동못하는 노인 등 갈 데 없는 노인들이 장기간 동안 급성기 환자들을 위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Stanford Brook Avenue Nursing Home 은 그러한 노인들을 위한 특별간호 양로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양로원의 기능은 병원과 거의 같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노인, 치매가 진행된 노인은 물론 유방암 말기환자, 뇌종양 말기환자 등도 여기서 케어를 받고 있습니다. NHS 의 예산으로 운영되므로 입원환자의 부담은 없습니다. 약 20 명이 입원해 있는데 방은 일인실이 대부분이며 7 년전에 세워진 훌륭한 벽돌건물입니다. 질환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마치 아파트 같은 방에 살고 있습니다. 케어를 맡고 있는 간호사는 한 사람이며 3 명의 간호보조원이 같이 있습니다. 입원한 환자 중에는 체중이 200 kg 는 될 것 같은 거동 못하는 노파가 있었습니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 시간마다 (심야에는 4 시간마다) 체위를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욕창이 생긴 일이 없다고 합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요양소의 정기회진 윙필드 선생님은 정기적으로 양로원에서 회진합니다. 간호사로부터 보고를 받고 변화가 있으면 지시를 하고 필요한 의학적 처치를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폐렴으로 경구섭취가 곤란하게 되어 탈수상태에 빠진 노인에게 피하주사로 수분을 공급하는 (hypodermoclysis) 일이었습니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 정맥주사로 하는 수액공급을 관리하기 어려울 때 복벽에 피하주사를 하여 24 시간동안 1500 ml 정도 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여 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경구섭취가 가능할 정도까지 회복된다고 합니다. 제가 놀라자 윙필드 선생님은 "이것이 evidence 에요" 라고 복사한 문헌을 건네 주었습니다. 노인이 모이는 작은 홀, 함께 식사하는 공간 등 하나하나가 여유있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방도 넓어서 병원이라면 침대가 3 개는 들어갈 만한 방을 한 사람에게 배정하고 있었습니다. 대단히 쾌적한 시설입니다. 그러나 이 훌륭한 시설도 재정상의 이유로 곧 폐쇄된다고 합니다. "이 환자들은 어디로 갑니까?" 라고 묻자 "Good question. I don't know, to the hospital, probably ... 좋은 질문입니다. 글쎄요, 아마 병원으로 가지 않을까요" 라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윙필드 선생님은 답하였습니다. 의료를 둘러싼 문제의 뿌리는 깊습니다. 의과대학 일반의부문 연례학술대회 아일랜드에 왔습니다. 구름으로 흐릿한 하늘. 울퉁불퉁한 돌바닥길, 중세를 연상시키는 더블린 성, 그리고 1592 년에 창립된 더블린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고색창연한 도시입니다. 제가 참가한 것은 영국 - 아일랜드 의과대학의 GP 부문 학회입니다 (26th Annual Scientific Meeting of Association of University Department of General Practice). 관광명소로도 유명한 더블린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열렸습니다. 영국에는 각 의과대학에 GP 부문이 있으며 학생, 수련의의 교육, GP 의 평생교육, 임상연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회에는 대학에서 일하는 GP 외에 재야에서 연구 교육에 종사하는 GP 도 많이 참가하였습니다. 저희들이 신세진 왕립일반의협회 런던북서부지구의 지도의사들도 많이 왔었습니다. 일본에서 GP 가 참가한 것은 학회창립 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진료소에서 임상연구 임상연구라고 해도 일본 의학계의 상식 (연구 = 생물학적연구라는 틀) 에 해당되지 않는 주제가 많습니다. 일상 진료의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하여 조사하고 과학적인 검토를 부여한 발표가 대부분입니다. 필자들과 같은 진료소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문제의식과 공통점이 많아서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진료소에서 임상연구를' 이라도 평소 주장하시던 후지누마 선생님은 건네받은 초록을 일독하시고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재미있다" 라고 흥분하실 정도였습니다. 연제는 당뇨병, 일상진료와 교육, 정신보건, 일차의료의 화제, 시간외진료의 문제, 행동양식의 변화와 연구기법, 임상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였습니다. 모두 일상적인 진료활동에 근거한 것들입니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날에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일단 초록을 예습하여 다음날에 대비하였습니다. 더블린 성에서 열린 환영파티 (아일랜드의 수상이 오는 등 상당히 성대하였다고 합니다) 에도 참가하지 않고 호텔 방에서 밤늦게까지 초록을 읽었습니다. 필자 생각에도 더블린까지 오면서 참 열심히 하였던 것 같습니다. 각 연제가 일상의 진료에 직결된다 공부한 보람인지 다음날 세션에서는 흥미가 있는 연제에 대하여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급성기관지염의 치료에 항생제가 과연 효과가 있는가를 조사한 meta analysis 의 발표 결론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소화기증상 등 부작용을 늘릴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결론이 나오자 청중들로부터 질문이 속출하였습니다. 한바탕 토론이 끝난 후 한 시니어 GP 가 던진 질문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기관지염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받고 싶은 분들은 일어서 주세요" 홀에 있던 GP 의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며 학회장 내는 폭소로 가득찼습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묘미도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 병적음주자에 대한 의료인의 초기개입에 관한 행동분석조사 WHO 에서 제안한 병적음주의 정도를 평가하는 스코어 시스템 (AUDIT) 에 의한 객관적인 중증도보다 환자의 사회 및 경제적 배경이 의료인의 개입을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결론 (중증인 의사보다 경증인 homeless 가 충고를 듣기 쉽다) 이었습니다. 의료인 측의 무의식적인 바이어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었습니다. 또 환자 중심의 진료 (patient centered method) 가 과연 당뇨병의 치료에 효과적인가 검토한 발표도 있었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교수가 발표한 다시설 무작위 이중맹검 전향적 연구 (multi-centered randomized double-blind prospective study) 의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실제로 연구하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었습니다. 일상진료의 현장이 그대로 연구의 무대인 것입니다. 자신의 주위에도 연구의 주제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참고로 이 발표의 결론은 환자 중심의 진료에 따라서 환자의 만족도는 유의하게 상승하였으나 HbA1C 등 다른 생화학적 데이타는 양자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연제 하나하나가 일상진료에 직결되어 있어서 참가자들도 열성적이었습니다. 발표 직후에는 항상 청중들과 토론을 벌였습니다. 모두 매우 진지합니다. 이 학회에 참가해서 자신이 매일매일 느끼고 있는 문제의식이 보편적이며 세계적으로 공통된 것이라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필자들의 현장에서 세계에 연구결과를 발표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하게 느꼈습니다. 다음에 오면 연제를 발표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면서 더블린을 떠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