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Medicus (메디) 날 짜 (Date): 1995년03월24일(금) 11시38분00초 KST 제 목(Title): 메디의 병원 일기.... 벌써 미국 온지도 꽤 되어 가는데, 요즘 가만 생각해 보면 알고 있는 영어단어는 대학교 다니던 때(그것도 1, 2학년때) 알고 있던것보다 늘은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문득문득 깨닫게 된다. 다만 그 전에는 잘 못알아 듣던거 몇마디 더 알아듣는것로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고 나 할까, 하여간 다 몸이 게을려 져 가고 있다는 증거인가 보다. 그러다가 어제 병원에서 이런일이 있었다. 30살 먹은 백인 남자하나 가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 이 환자 공사장에서 목수로 일하다가 잠깐 딴생각 하는 사이에 실수로 그만 자기 왼쪽 검지 손가락을 나무와 함께 짜르고 만거다. 침대 왼쪽을 보니 얼음에 담겨 있는 환자의 잘라진 손가락이 보인다. 잘린지 얼마 안되었고, 잘린 단면 도 깨끗하고, 조직 보존 상태도 좋으니 재 봉합 수술을 한번 시도해 볼만 하다. 곧 환자는 수술장으로 옮겨지고 한 3시간 넘게 걸려서 결국 잘려진 손가락을 다시 붙였다. 손가락 잘 씻어서 뼈에 핀 2개 박아서 고정시키고, 근육하고 인대 꼬매고 현미경 놓고 동맥 접합 하고 미세신경을 연결해 주면 되는데 워낙 구조물들이 작다보니 이런 수술은 흔히 인내심과 끈기의 도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술후에 성형외과 고참레지가 이런말을 했다. 이번엔 'LEECHES'를 한번 써 보는게 어떨까. 음 첨 듣는 말이군, 뭘까 ? 옆에 제약회사에서 보낸 매뉴얼을 얼핏 보니, 한 길이 5cm 쯤 되는 원통형 검은색 고무 튜브 같은게 손바닥 위에 있는 사진이 눈에 띄인다. 음 첨 보는 기구구만.. 어디다 쓰는 걸까 ? 기회를 봐서 슬쩍 물었다, Tube Drain 같은 건가 보죠 ? 그말을 들은 레지 형이 웃는다, 간호원도 따라서. 너 정말 Leech가 뭔지 모르느냐구. 그러고 나서 설명을 해준다. ....... '거머리' 매뉴얼을 다시 천천히 읽어 봤다. 위생적으로 기른 의학용 거머리, 한번에 빨수 있는 피가 약 5cc 이고 걸리는 시간은 대략 50분 미세정맥 구조가 재생될때까지, 신체 말단부위에서 Venous Congestion을 방지해 주고, 입에서 항 응고물질과 혈관확장물질 을 분비 함으로써 Focal Blood Circulation에 도움을 줄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얼핏 스쳐가는 생각.. 음.. 미국와서 보니 한국에서 못보던 것도 정말 보고 배우게 되는구만 그리고 나서 약 3시간 후에 주문한 거머리들이 종이 박스 안에 비닐봉지에 담겨져 도착했다. 문제는 다시 붙인 잘려진 손가락끝에 거머리를 한시간 마다 한번씩 갈아 붙여야 했는데, 간호원들이 거머리에 알레르기성 발작증세를 보이는 통에 결국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인턴이(나) 하기로 최종 결정이 났다. 쩝. 오늘 정말 잠은 다 잤구나. 투명한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는 20마리의 sucker 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본다. 어찌 보면 '우아' 하게 마치 물뱀처럼 물속을 헤엄치는 게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기도 한데, 앞뒤로 빨판이 있는관계로 잘 떼어 지지가 않아서 손으로 만져볼라치면 기분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다 괜히 멀쩡한 고무장갑 어디 찢어진데 없나 다시 한번 보고 손목은 잘 덮여 있나 확인하게 되고. 그러면서 슬며시 스쳐가는 장난스런 생각들, 물고기들이 이거 별식으로 먹을까나 ? 먹으면서 혹시 쫄깃쫄깃 하다고 좋아하진 않을까 ? 그럼 미끼로 쓸수 있을까 등등. 환자 손가락에 거머리 붙이면서 생각했다. 음 환자가 남자인게 얼마나 다행인지. 첨 붙인 놈은 손끝에서 피가 잘 안빨리는지 그야말로 온 몸을 다 비틀어가면서 struggle 하는게 보인다. 그러다가 한 20분 지나면 첨에는 0.5 X 2.0 cm 만 했던게 점점 커지면서 통통해지다가 결국 1.0 X 5.0 cm 만하게 커진다. 그러다가 더이상 못빨 정도가 되면 그제서야 입을 들고는 슬슬 기어다니기 시작하는데, 손가락 만한 놈이 먹은 피 흘리면서 침대바닥을 기면, 간호원 포함해서 다시 여러사람 발작을 시작하고 그럼 내 비퍼는 거의 20초 간격으로 서너번 연속 울리게 된다. 다시 가서 일 다 끝낸 놈을 집어다가 70% 알코올에 담으면 먹은거 다 토해내고 몸을 비틀다가 다시 쪼그마 해져서 생을 마감한다. 그래도 와중에 좋은일 하고 죽었으니깐 개과천선 한 셈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새거 잡아다 붙이고 붙이고... 붙이고 또 붙이고. 밤새도록 들락날락 하면서 짬짬이 응급실 갔다 병동 갔다 다른 일 보면서 담날 아침까지 17마리째 붙이고 나니까 완전히 이건 거머리에 피 빨리고 있는 기분이다. 음 피는 저 환자가 빨리는데 왜 내가 더 피곤해 보일까... 에구 그래도 이제 2마리 남았다. 하고 안심하는 순간에 다시 20마리가 도착했다. 끄윽~~~ 레지 형이 보면서 웃는다. "이제부턴 4시간 마다 한번씩만 갈아 붙이면 되니까 가서 좀 자라. 그동안은 내가 봐 주지." 몽롱한 무의식 중에 아련히 들리는 천사의 음성이다. 바로 아파트로 돌어 가서 샤워고 잠옷이고 다 무시하고 그냥 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꿈결속에 들리는 아련한 음악소리 삐��~ 삐��삐��~ 비삣������ 삐삐��~ 무의식중에 번호 확인하고 잠결에 다이얼을 돌린다. 겁에질린 간호원 목소리, "거머리가 피 다 먹고 바닥을 긴지 5분도 넘었고 10분 다 되가는데 아무도 안와요. HELP, Emmergency, 911!" 아마 앞으로 'LEECHES' 란 단어는 평생 잊을수가 없을거 같다는 느낌이다. 오늘 이야기 이것으로 끝.. 뉴욕 롱아일런드 나사우카운티 병원에서 메디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