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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chang (장상현)
날 짜 (Date): 1995년02월15일(수) 10시31분53초 KST
제 목(Title): 북한의 논문


어제 나고야 대학 도서관을 뒤지다가, 이상한 논문이 눈에 들어 왔다.

아니 한글로 된 논문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놀랍게도 김일성 대학에서 발간하는 과학 논문집이었다.

수학, 물리, 생물, 지질, 해양을 총 망라하는 월간 논문집으로 형식은 보통의

학술지와 거의 같았다. 

이 논문들을 보고나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혹시 한국에서 나오는 논문집이

비치되어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실망스럽게도 한 권도 없었다. 한국에 가자마자, 물리학회에 약간의

항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혹시 소립자물리 논문이 있는지 찾아

보았다. 그곳에는 94년 1월부터 8월까지 8권의 논문집이 있었는데 딱 하나의

소립자물리 논문이 있었다. 내용은 서울대의 학부 졸업논문 정도의 수준이었고,

참고문헌은 주로 소련어 논문으로 몇개 되지 않아서, 그들이 거의 외부의

논문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논문집의 상태가 너무 처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북한의 경제가 이다지도 힘들까, 종이는 60년대 한국의 국민학교 연습장보다

더 못한 재질이라, 복사하면 얼룩덜룩하게 무늬가 생긴다. 잉크는 희미하거나

번져있고, 타자기인지 워드인지 모르겠으나, 줄 정렬도 제대로 안되어서 글자가

삐뚤빼뚤하게 인쇄되어 있다.

생각같아서는 하나 복사해서 우리학교 도서실에 비치하고 싶었으나...

분명 소지하면 국가보안법에 걸릴 내용이라 포기했다.

과학논문이 왜 국가보안법에 걸리냐고?

왜냐하면 논문앞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기 때문이다..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어쩌고 저쩌고... 소립자이론과 마당론(--> 양자장론)은 물질세계의 기초가 되는 

이론이고.. 어쩌고 저쩌고...

우리는 그 뜻을 받들어 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어쩌고 저쩌고..."

기가 막히더구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8권중 3권은 특별호라, 빨간 글씨로 제목이 들어가 있다는 것..

한권은 김일성 신년사가 들어있어서, 한권은 김정일 생일이 있는 달에 나와서

또 한권은 김일성 생일이 있는 달에 나와서...

그런데 김일성과 김정일은 물리의 전분야와, 수학, 생물, 화학, 공학, 지질의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 보다. 거의 모든 논문의 시작이 김일성이ㄴ

김정일 어록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니.

잘 감이 오지 않는 사람은 기독교도가 글을 쓸 때 성경을 인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꼭 그런 식이다, 김일성 어록 몇권 몇 쪽 이런식이다.

그들은 이미 김부자를 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황당하다, 이 한마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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