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강철 새잎) 날 짜 (Date): 1995년02월07일(화) 16시16분47초 KST 제 목(Title): 종철이에게 ! ... 종철이에게 ... 너에게 말도 못하고 떠나온지도 벌써 6달이 다 되었구나... 참 미안하구나... 오래 있어주지도 못할 거 괜히 어린 마음에 상처만 준 것 같아서... 네가 나 몰래 쓴 전화 일은 잊기로 했다... 그것 때문에 선생님이--글쎄 내가 너에게 이런 소리 들을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는 했었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사실 그건 나의 방만함 때문일 수도 있겠지... 내 성격이 원래 규제같은 것을 싫어하기에 공부하라고 너와 나를 엮어준 집사님의 기대에도 나는 네가 놀자고 할 때는 언제든지 같이 놀아주려고 했단다... 그래서 토,일요일엔 야구도 하고, 같이 나와서 잠도 같이 자고... 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종철아, 너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부탁을 하나 해야겠다... 지나간 일은 어떻다해도 앞으로 꿋꿋한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이 편지는 당연히 네게 갈 수 없겠지... 곧 주소를 알아서 진짜 편지를 쓰도록 하마... 사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예리함'과 '앞서감'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하는 일들을 주위사람들에게 알리기를 꺼렸었단다... 잘 해봐야 별난 사람이란 소리밖에 못 듣는 분위기에서 내가 택한 비겁한 방법이었지만, 그것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단다... 내가 그런 것으로 오인을 받는 경우도 있었고... 하지만 이제는 깨닫는다... 남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내 출세(?)에 지장이 될 지도 모른다는 치졸한 생각때문이 아니었던가하는... 어찌보면 하나에 파묻히지 못하고 이것저것 기웃하는 내 방식도 세상에 뒤쳐짐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앞서가는 세상에 대한 미련... 학문을 통한 사회에의 기여라는 미명을 통해... 더 중요한 것을 느끼면서 외면한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의 모습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과 다르다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너로 인해 오해를 받기는 했지만, 나는 너를 원망할 생각은 없단다... 네가 그랬던 것도 그 때 뿐이지 무슨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사실 나는 그런 식의 오해에는 익숙한 편이란다... 어려서부터의 소심함때문이지 그런 소리를 뎀고는 혼자 끙끙대는 경우가 많았지... 소심함과 나약함... 하지만 다음에는 그런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구김이 없는 종철아... 내가 조금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주위 어른들 눈치도 좀 안 보았으면 하는 거다... 더 떳떳한 종철이가 되기를 바래는 거야... 종철아 네가 자라면, 네 아버지같은 분이 안 생기게끔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훌륭한 일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물론 나도 노력하고... 그러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지... 그럼 다음 만날 때까지 건강히 지내라...날씨 추운데 조심하고... --- 종철이의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하신 상이군인이시고, 종철이 아버지는 고엽제의 피해로 인해 지금도 고통을 당하고 있고, 매일 술을 드시고 지내지요... 술을 많이 드시면 종철이와 동생을 때리기도 하구요...종철이의 어머니는 지금 안계십니다... 슬픈 일이지요... 종철이와 종철이의 동생은 그래서 집사님의 사랑으로 같이 지내고 있읍니다... 그리고 위의 이름들은 가명임을 밝힙니다... 우리주위에는 이런 일들이 많지요...생각보다... 이런 일의 뿌리가 오랜 과거, 개발독재라는 것에 있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더 멀리는 분단이라는 깊은 골까지... 암울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그곳에도 햇살이 비추이게 할 수 있는 관악인 여러분의 활동을 기대합니다... 혹시 종철이에게 사랑을 나눠 주실 생각이 있으신 분은 제게 메일 주세요... 제가 못한 것 부탁 좀 하려구요... 푸른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