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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12월30일(금) 04시14분10초 KST
제 목(Title): 정도령님의 저서(?)가 서점에... 



아르바이트때문에 키즈 모임에서 일찍 일어서야 했습니다. 밤깊도록 다정한 이들과

잔을 기울이고 싶었지만 대학 입시가 다가오는 시기인 관계로 학부모들의 신경이 

날카로울 때라서 어쩔 수가 없었지요. 

그날 저녁에 갔던 집의 어머니께서는 학위 논문 심사때문에 1주일간 쉬어야겠다고

했을 때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던 분입니다.

"대학 입시가 중요해요, 논문이 중요해요?"

제가 대답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아니,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대학 입시가 중요하지 그까짓 논문이 다 뭐냐'라는 결론이 배후에 깔려 있다는 

것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때 제 머리 속을 울리고 있던 것은 

돈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는 결코 대등한 입장에서의 토론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서정주의 '가난은 남루에 불과한 것'이란 시 구절은 팔자 편한 자의 잡설에

불과하다는 것...



변명같지만 그런 연유로 그 날의 아르바이트를 미룰 수 없었습니다. 비록 얕은 

지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학비를 벌지만 긍지까지 팔아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논문 심사가 끝나면 하루도 빠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었지요.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술도 깰 겸 서점에 들렀다가 정도령님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서울대 실험실의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제목의... 반가운 마음에 한 권을 샀지요.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요.



그 날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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