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2월21일(수) 00시04분35초 KST 제 목(Title): landau 석사논문 디펜스 하던 날. 내가 석사논문을 디펜스할 때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 많았다. (하긴.. 다우는 언제나 '황당'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기는 하지....) 석사논문 디펜스가 어떤 절차를 거치느냐, 얼마나 비중이 걸리느냐는 과에 따라 그 관습이 많이 다른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공업화학과는 상당히 대규모로 사람 들을 왕창 모아 놓고 교수님들도 상당히 까다로우신 것 같음....) 물리학과는 바람직하게도(?) 석사논문 디펜스 같은 것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보통 과에서 지정한 디펜스 날짜 전날까지 심사교수님 세분에게 논문의 초고를 전해 드리고, 당일날 양복 입은 다음 슬라이드나 보기 좋게 떠 가면 된다. 학회에서 발표를 한 사람은 공개발표도 면제이고 미리 중간심사를 한다던가 초록을 미리 받는다던가 하는 몰상식한 일은 물리학과에서는 없다. :) 그래서 이년전 이맘때쯤 다우가 세분의 심사 교수님에게 논문초고를 드리려고 물리학과 건물 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학생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 (날카로운 질문 때문에....) A 교수님도 나의 심사교수님이셔서 나는 내심 속으로 껄끄러워 하고 있었는데.... A 교수님 방문을 두드리고 논문을 드리니까 교수님 가라사대, " 이게 모냐? " "예. 내일이 제 석사논문 디펜스라서 초고를 가지고 왔읍니다.잘부탁 드립니다." 그랬더니 교수님 몹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내일 3주 예정으로 일본에 공동연구를 하러 가거든? 그러니 자네의 석사논문 심사는 불참해야 겠네." 다우는 너무 좋아서 ( :) ) 입이 찢어질 뻔 했지만 겉으로는 교수님의 훌륭한 지도를 받지 못해 참으로 애석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런데....심사가 끝나고 논문이 나오면 교수님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할까요?" "흠...내가 우리 학생들에게 내 도장 맡겨 놓을테니깐 자네 편할 때 알아서 가지고 와 찍으라구!" 푸하하하~~~ 그래서 란다우는 서울대 역사이래 최초로 디펜스도 하기전에 도장부터 먼저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평소 날카로운 심사로 학생들을 벌벌떨게 하시던 A 교수님이 내 디펜스에 결석이시라...:) 원래 심사교수 세 분 중에 한 분은 나의 지도교수님이니깐 내 편이시고 인제 다른 한 분 B 교수님만 커버하면 되었다. 다행히 B 교수님은 인자하시기로 소문이 자자하신 분. 지적을 하실 때도 학생을 '씹는' 스타일이 아니라 '도와주시려는' 스타일이시다. 그래서 디펜스 당일 다우는 별 긴장 없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지도교수님께서 다우를 부르신다. "다우야, 너 디펜스가 11시부터인데 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나갔다와야 겠다. 그러니 너의 디펜스는 5시로 연기하자. B 교수님께는 내가 말씀드려 놨다. 5시에 늦지말아라?" 음음...정말 별일이 다 생긴다. 나의 디펜스는 왜 이리 험난한가???????? :P 그래서 나는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에 11시 3분전에 디펜스 장소에 슬라이드 를 다 들고 가 보았다가 문이 잠겨 있길래 역시... 하면서 바로 윗층의 친구 연구실에 가서 'Hexa' 라고 한창 유행하던 오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11시 5분쯤 됐나... 갑자기 내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만 나에게 다급히 말했다. "다우야, 너 여기서 모하냐? 지금 너네 지도교수님 이랑 B 교수님이랑 세미나실 (나의 디펜스장으로 지정된 곳...) 앞에서 막 화내시면서 널 찾고 계시드라!" 으악....이게 어떻게 된거야? 5시로 미루기로 하시구선...!!! 우찌됐건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 다우는 넥타이는 풀어 헤친 채로 슬라이드와 준비물을 움켜 쥐고 거의 구르다시피 계단을 뛰어 내려가 숨을 할딱 거리면서 디펜스를 시작 하게 되었다. 물론 자기 디펜스 시간도 못 맞추었다고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말이다. *) 그래서 다우는 지난 10년래 처음으로 물리학과에서 자기 디펜스 시간에 지각한 싸가지 없는 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으으.... (알고 보니까 교수님께서 약속이 취소되어 11시 직전에 내게 다시 전화를 하셨 다는데 나는 불행히도 그 시간에 다른 연구실에서 뿅뿅에 몰두 하고 있었던 것이다. :P ) 물리학과의 석사논문 디펜스는 15분...한국물리학회의 발표요령과 동일하게 발표 10분 교수님 질문 5분이다. 그리고 석사생의 수가 많아서 (60명!) 한장소에서 거의 하루종일 디펜스 스케쥴이 꽉 잡혀있다.(물리과 디펜스는 비공개다.) 내가 나에게 배정된 15분중에서 거의 7분을 까먹고 시작하는 바람에 이미 내 다음 순서는 들어오려고 스탠 바이 하고 있는 상태였고 심지어 다음 디펜스 심사교수님 한 분도 대기 상태 이셨다. 그러니...맘 좋으신 B 교수님 " 란다우 군, 시간도 없고 하니 대충 빨리 끝내게. 어차피 자네가 무슨 소리 할지 다 아니깐! "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B 교수님은 나의 직속상관이셨던 C 선배의 박사논문 심사교수이기도 하셨는데 내 석사논문은 그 선배님과의 공동작업이라 선배님 박사논문에도 들어가 있었고 따라서 교수님은 이미 그 내용을 훠언~~ 하게 알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무슨 소리를 할지 다 아실 수 밖에. 하지만 나는 교수님들의 질문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가능한한 느릿느릿 발표를 질질 끌었고 (석사생들이 흔히 써먹는 수법임.) 나에게 남은 7분을 거의 다 써먹고서야 발표를 끝냈다. "빨랑 해!" 하는 질타 속에서도 꿋꿋이 말이다. :) 그리고 드디어 디펜스의 꽃이랄 수 있는 질문시간...떨리는 목소리로... " 질문 있으십니까? " 그런데 믿었던 B 교수님이 갑자기 정색을 하시더니 말을 꺼내신다. " 내가 다른건 몰라도 이 말만은 꼭 해야겠네." 으으으.....도대체 무슨 질문이 날아올까? 드디어 나의 무식이 탄로나는 순간.. " 자네는 한국사람이 왜 영어로 논문을 쓰고 난리야! 나중에 박사 논문 쓸 때는 꼭 한글로 쓰라구, 알았어? " 쿵! <-------- 란다우 하도 기가 막혀서 쓰러지는 소리. 나중에 안 일인데 B 교수님은 한국 사람은 학위논문은 한글로 써야한다는 주의시라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야단을 맞을 수 밖에. 그런데 내가 영어로 논문을 쓴 것은 뭐 내가 영어를 기차게 잘하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나의 지도교수님은 반대로 석사논문 하나는 영어로 써봐야 한다는 주의 이시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논문 쓰면서 영어가 왜 이리 엉망 이냐고 무지 혼났다.) 쯔쯔... 가운데서 샌드위치처럼 끼어 버린 불쌍한 란다우......;) 그래서 나의 파란만장(?) 했던 디펜스는 끝나고 무사히 패스했다........(하기는 여태 석사논문 디펜스에서 빠꾸 맞은 놈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석사논문이야 워낙 널럴하니까 다행이었지만 박사논문 디펜스는 정말 디펜스다운 디펜스라던데.....흠.....몇년뒤의 일이겠지만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음냐...^_^ --- landau. He is a NETIZE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