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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2월12일(월) 00시06분57초 KST
제 목(Title): 하나마나한 결혼식.



" 다우야, 너 결혼식 사회 좀 봐라! "

으윽.... 얌마, 새신랑! 지금은 결혼식 시작하기 15분전이라구! 지금 이 시간에
갑자기 사회를 정하는 놈이 어디 있냐? :( 

원래 결혼식사회는 적어도 3일 전에는 알려 주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나는 두달 전에 친구의 결혼식에 갔을때 난데 없이
식 15분 전에 사회자로 발탁 되어 벼락 사회를 보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마 원래 사회 보기로 한 사람이 안 왔다던가 무슨 문제가 있었겠지?!

다우가 임시로 나마 사회자로 발탁 된 것은.... 아마도 목소리가 좋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목소리를 아는 사람들은 다우 목소리가 좋았던가? 하고 고개를 갸웃
거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마이크를 타면 목소리가 아주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중에 할 일이 없으면 성우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P)

각설하고...그래서 다우는 팔자에도 없는 결혼식 사회를 보게 되었는데...

사실 별로 할일이 없었다. :) 사회자가 해야할 말은 결혼식장에서 미리 원고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냥 목소리 폼나게 읽기만 하면 되고, 내꼴이 조금 후줄그레
하기는 했지만 결혼식에서 신랑신부하고 주례 보지 누가 사회 쳐다보겠는감?

" 지금부터 신랑 강 윤수 군과 ( <---- 함지러 갔다가 부인감 만난 내 친구 )
  신부 * **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읍니다. 어쩌구 저쩌구...... "

그 다음은 신랑 입장 순서. 내 친구 놈은 입구에 와서 스탠바이 상태로 서서
나의 사인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는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보직
이지만 결혼식 전체가 매끄럽게 진행 되도록 타이밍을 잘 조절해야 한다.

신랑 입장을 외쳤더니 이제 상투틀게 되는 내 친구놈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면서
들어 오는 것이었다. (짜아식... 그만 좀 좋아해라. 이거 어디 애인 없는 놈
속 쓰려서 사회 보겠냐??????)

그 다음 신부 입장. 요기서는 약간 애를 먹었다. 신부가 입구에 서기는 했는데
웨딩 드레스라는 것이 워낙 움직이기 불편하고 신부가 몸에 주렁주렁 단 것이 
많은지라 걸을 준비가 다 되는 순간을 먼 발치에서 보면서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입장이 끝나고 주례 앞에 선 두사람. 다음은 신랑신부 맞절 순서였다.

그런데....그런데... 나는 그만 그 맞절 순서에서 일생일대의 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I  원래 사회가 저지르는 실수중에 가장 많은 것은 .... 주례와 동시에
구령을 부치는 일이다. 그러니까... " 신랑신부~~~~ 맞절! " 하는 구호를 누군가
부쳐아 하는데, 그것을 주례와 사회가 각자 동시에 부치는 실수를 말한다.

그래서 나는 미리 신랑의 형님에게 이것에 대해 물었었다. 형, 구령을 제가 
부칠까요 아니면 주례 선생님이 부치실까요? 그러자 신랑의 형님은 자기 결혼식
때 생각만 하셨는지, 다우 넌 구령 부칠 필요 없다. 주례 선생님이 다 하실 거야.

그리하여... 나는 " 다음은 신랑신부 맞절이 있겠읍니다...." 요 말만 하고서는
마이크를 꺼버렸다. 그런데....뭔가 주례 선생님에게 전달이 잘못 되었는지
조용~~~ 한 게 아닌가! 그리고 사회자 위치 바로 앞에 앉아 계시던 신랑 아버님이
낮지만 화급한 목소리로 

"다우야! 이 멍청한 놈아! 구령을 부쳐야지~~~!!!!!!"

으악! 나는 황급히 마이크를 다시 켜고 떨리는 목소리로 바이브레이션을 잔뜩 
넣어서 말했다. 신랑신부 맞절!

일단 한번 실수를 하고 나니 당황한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흠냘흠냘~~
급히 원고를 보니까 주례사가 눈에 들어온다. 당황한 목소리로 다우는

" 다음은 주례선생님의 주례사가 있겠읍니다."

원래 이것도 앞에 잔뜩 수식어가 있는데 워낙 정신이 없어서 다 잘라 버리고
요지만 말한 것이었다. 주례사는 좀 기니까 한 숨 돌릴 수 있겠지.....하면서
마이크를 끄고 긴장을 푸는데...

으잉? 어째 주례사도 안 들려오고 갑자기 결혼식장 내의 분위기가 썰렁~~하기 
그지 없다. 어떤 하객은 기막히다는 표정이고....음...뭔가 잘못 됐다.....
그런데 다시 신랑 아버님의 추상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 으구....다우야! 성혼 선언문 낭독을 해야지! :( "

으아악~~~~~!!!! 신랑신부 맞절에서 실수를 하는 통에 그만 나는 성혼선언문 
낭독을 빼먹고 바로 주례사로 뛰어 넘고 만 것이었다. 크으.....이 무슨 실수냐..
흑흑....;_;

" 아...실례했읍니다. 성혼선언문 낭독이 먼저 있겠읍니다. "

그 다음 주례사.....이 때 간신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휴우~~~

그 뒤로는 큰탈없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이미 초장에 그렇게 삑사리가 나 버렸으니
내가 얼마나 쥐구멍에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알리라..크윽..*(

식을 끝내고 나서 신랑신부를 보는 순간, 새색시의 제일성이 이거였다.

"윤수씨! ( <----신랑이름) 윤수 씨가 나중에 다우 씨 결혼하면 사회보세요.
 그래서 오늘처럼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세요!"

음...역시 여자의 복수심은 무섭구만. 나중에 장가갈 때는 이 부부에게는 알리지
말고 도둑 장가 가야지. 크헤헤헤....:) 신랑 어머님은 

" 다우야. 원래 결혼식 때 그런 실수는 애교야 에교. 하하하..."

하고 나를 위로해 주셨다. 음냐...

우리 친구 중에 한 놈은 나에게 말하길..

"다우야, 마! 결혼식이란 게 사람들 모아 놓고 오늘부로 갑돌이랑 갑순이가 
 부부가 되어 합숙훈련을 시작하게 되었읍니다~~~~! 이거 공표하는거 잖냐?
 주례사니 축가니 하는거는 다 그 곁다리인데 성혼선언문 낭독을 빼 놓으면
 그 결혼식 하나마나 아니니??????"

하면서 나의 아픈 데를 찌르는 것이었다. 으구...누군 빼먹구 싶어서 빼 먹었냐?

그래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회보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렇게 죽을 쑤어 놨으니 다시 사회보기는 틀렸으니깐...)
비디오로 다 찍어 증거를 남겨 놓았으니 나중에 두고보자(?)는 신부의 공갈(?)에
벌벌떨고 있는 불쌍한 란다우.....:)

나중에 집들이를 갔을 때, 내가 나서서 자~~~ 이제 새신랑신부의 노래를 들읍시다.
했다가 신부의 .... 흥! 사회를 그렇게 봐 놓고 그런 말이 나와요! ....하는
말에 난 대책없이 찌그러지고 말았다. 으으으으.....:P


                                               
                           싸늘한 진보와 부풀어 오르는 야만 사이에서
                           나는 행복한 소수의 여러분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 land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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