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ARAMIS (아라미스) 날 짜 (Date): 1994년12월04일(일) 09시47분24초 KST 제 목(Title): 우리의 이야기는 누가 써줄까 우리학교는... 의대는 학부에서의 학번을 두개 받을 수가 있다. 하나는 예과 학번, 다른 하나는 본과의 학번이다. 그것때문에 귀찮은 일도 많이 생기곤 한다. 어디에 학번을 기재할 때는 본과 학번을 적어야 하는데도 항상 다른 곳에서 자기를 소개할 때는 예과 학번을 말해야 할 때가 많아서 그것때문에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곤 한다. 덕분에 나는 80년대와 90년대의 학번을 모두 학부시절에 가지게 되었다. (88학번과 89학번은 본과 90학번과 91학번이 되니까...) 그것은...그저 두개의 학번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닌...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끼여들기가 불편한 묘한 자리에 서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얼마전에 '고등어'를 읽으면서 - 뭐랄까. 그 '암울'했다던 시절(80년대)을 잊지 못하는 80년대 학번을 달았던 이들의 씁쓸한 넋두리 같은 소설였는데... - 80년대 학번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워졌다. '80년대'라는 단어는 어느 한 세대를 규정하기에는 너무 브로드한 텀이 아닐까? 내가 예과 시절. 선배들은 우리더러 항상 치열하지 못했다고 질책했으며 같은 80년대 학번이라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동류행세를 하도록 내버려 둔 적이 없었다. 지금...어떻게 지내서 흘려보낸 것인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90년대에 와서도... 90년대 학번들에게 '나는 90년대 학번이란다'라고 우기기에는 무엇인가 역시 한참의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어정쩡한 시대를 택한 우리의 불운인지... ...아니면 디케이드라는 단위는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상을 묶어내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 거라서 그런지... 소위 '80년대'를 투쟁과 믿음 속에서 몸부림쳐 나가던 이들의 희망과 좌절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써 줄 사람이 있다면...어줍잖은 시절, 어정쩡하고도 우스꽝스럽게 헛갈려야 했던 우리의 이야기는 누가 써 줄 것인지... --------------------------------oooO---Oooo--------- To write a good prose,....is a matter of manners. |